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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4년간 한국 국가 대표팀을 이끌어 갈 새 감독이 왔다. 포르투칼 출신의 파울루 벤투. 49세로 채 오십이 안된 벤투 감독은 야심찬 결의를 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어 온 스탭 네 명과 함께 들어왔다. 원활한 소통과 호흡을 통해 훈련 과정도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적은 돈으로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과 과학적 전문 지식을 갖춘 감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표 감독 선임 위원장인 김판곤 위원장 이름은 듣도 보도 못했지만, 감독 선임 과정 인터뷰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쓴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김판곤 위원장의 진지한 눈빛과 기자들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그가 최종적으로 확정짓고 모셔온 파울루 벤투 감독에게도 믿음이 간다.
  향후 지켜봐야 하겠지만, 축구 행정적 측면에서도 젊은 피로 바뀌면서 과학적이고도 실리적인 축구를 추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김판곤 위원장과 벤투 감독은 의기투합했던 모양이다. 
  무조건 선수들의 투지와 의욕만 믿고 황소처럼 밀어 부치던 힘의 시대는 지났다. 과학적 분석을 통한 기술적 훈련은 물론, 체계적인 장기 플랜을 통해 변별력 있는 개인차 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선수 하나 하나가 제 위치를 공고히 지켜줄 때 원활한 원팀 플레이가 나오기 마련이다. 벽돌 하나가 어글거리면 그 다음 벽돌 쌓기는 힘들어진다. 
    히딩크가 속한 네델란드 감독들과 요즘 뜨고 있는 포르투칼 감독들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고 한다. 듣는 바에 의하면, 네델란드 감독은 수비형 축구를 선호하고 포르투칼은 골을 먹더라도 더 많이 넣는 공격형 축구를 좋아 한단다.  
1:0 게임보다는 당연히 3:2 게임을 보고 싶어하는 게 팬심이다. 박진감 넘치는 게임이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요즈음은 모든 면에서 소통과 정보의 시대다. 김판곤 위원장이 미디어를 통해 감독 선임 과정을 세세히 알려준 것과 같이 벤투 감독도 기자 회견을 통해 그의 축구 철학과 앞으로의 선수 선발 방법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혀 주었다. 처음부터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그의 축구 철학은 90분을 쉬지 않고 뛰면서 우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 한다. 말 그대로 화끈한 공격형 축구를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선수들의 체력과 골 결정력 훈련에 집중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의 인터뷰를 보며, 특별히 주목한 건 소속 팀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유능하다면 기회를 주겠다는 대목이다. 나는 이 얘기에 크게 공감했다. 그리고 그가 멋지고 특별나게 보였다. 
  소위 ‘warmer’라 하여 시합에 뛰지 못하고 대기 중인 예비 선수들 중에도 훌륭한 선수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감독들이 그 날 그 날 시합 작전에 맞추어 선수를 선발한다지만, 분명히 작전 미스로 나가야할 선수가 나가지 못할 경우도 있고 감독의 개인적 성향으로 좋은 선수를 마냥 앉혀 둘 수도 있다. 이전에는 천재 소리를 들으며 펄펄 날던 선수도 자기 실력을 검정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라진 게 부지기수다. 
  생각해 보라. 힘든 연습은 늘 같이 하는데도 게임 한 번 뛰지 못하고 매번 워머로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렇다고 그 팀을 박차고 나올 처지도 못 된다. 감독과 선수는 공생의 팀이면서도 완전 갑과 을의 관계다. 
  나는 우리 조카가 고교 야구 선수로 활약할 때 그런 모습들을 숱하게 보았다. 미국에서도 인맥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인종 차별적 경향이 농후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갈 쯤엔, 날고 뛰는 애들 아니면 아시안 야구 선수 보기가 극히 드물다. 실력보다는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모멸감과 자괴감을 버텨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모습은 그야말로 혐오감을 느낄 정도다. 철밥통 같이 오래 있었거나 성과가 좋은 유명 감독들은 더 심하다. 그로 인해, 촉망 받고 유능했던 선수가 아예 자기의 꿈을 접은 채 야구에 환멸을 느껴 떠나버린 적도 많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이 병폐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런 선수들을 눈 여겨 보고 찾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의 가슴이 참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분명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고, 경험으로 그런 선수를 찾아 내어 많이 길러준 듯하다. 그런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선수들을 자식같이 사랑해 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그를 ‘멋쟁이’라 지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첫 인터뷰 통역 과정에서 그는 오류를 발견하고 즉시 인터뷰를 통해 자기의 생각을 확실히 밝혀두고 싶다며 이 점을 강조했다. 통역하는 과정에 ‘소속 팀에서 제대로 역할 하지 못하는 사람은 선택하지 않겠다’라고 벤투 감독과는 전혀 상반된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감독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 왔기 때문에 듣는 우리도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아웃사이더’에게 주목하는 그의 태도는 퍽 낯설다. 하지만, 난 이 ‘낯섬’이 좋다. 아니, 감동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시작부터 달랐다. 훈련장과 경기장을 용이하게 찾을 수 있는 동선을 고려하여 파주에 사무실을 마련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한국에 놀러온 것이 아니라, 4년 후에 있을 올림픽 게임에서 최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일 하러’ 왔다고 했다. 
  감독의 마음 자세가 이러하니, 선수들도 쌍수 들어 그를 환영했다. 연습장 분위기도 완전 다르다. 강압적인 분위기의 경직된 모습이 아니라, 고된 훈련 중에서도 즐거운 모습이 역력하다. 팬들을 위한 오픈 트레이닝 행사에서는 완전 방탄 소년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싸인해 주는 선수들도 싱글벙글 신이 났다. 
  훌륭한 인품을 가진 감독과 전문성 지닌 스탭진, 그리고 스폰지처럼 빨아 들이는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열성팬!한국 축구의 미래는 무척 밝다.  
  이미 코스타리카 전과 칠레와의 두 번에 걸친 친선 게임에서 벤투 감독은 완전 검증을 받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국가 대표팀은 피파 랭킹 12위인 강호 칠레팀을 맞아 0:0 무승부로 끝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벤투 감독의 말에 동의한다. 
  몇 골은 먹을 뻔했고, 몇 골은 넣을 뻔했다. 승패를 가르는 시합에는 늘 이 ‘뻔’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이기면 충신이요, 지면 역적으로 몰리는 유아적  관전평은 이제 버려야 한다. 한국에 지고 돌아간 독일 팀에 그 누구도 달걀을 던졌다는 얘길 듣지 못했다. 
  나는 우리 조카가 마운드에 올라 목에 핏대가 서도록 공 하나 하나에 ‘전력투구’하는 사진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시합장에서 볼 때는 그저 스트라이크인가 볼인가 하는 볼 카운트에만 연연했는데 사진으로 본 그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혼신을 다 하는 ‘전력투구’! 단어로만 보고 말로만 듣던 ‘전력투구’란 말이 얼마나 처절한 말인지 처음 알았다. 독일전에서 두번 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공을 따라 ‘전력질주’하던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이기고 싶은 마음은 우리보다 선수가 더 절실하다. 또한, 선수보다 더 애간장이 타는 건 감독이다.
  조기 축구회에서 선수와 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는 남동생에게 나이도 들어가니 선수보다 감독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가 한마디 들었다. 차라리 선수로 뛰는 게 낫지, 피가 말라 선수보다 감독이 먼저 죽는다고 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감독이란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파리채보다 더 빠른 게 경질이요,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게 여론이다. 
  영광과 치욕을 동시에 운명적으로 지니고 사는 우리 선수들. 진다고 해서 달걀을 던지거나 악플로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내 동생이요 아들이라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주면 그 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그들의 험난한 길에 무조건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멋쟁이 벤투 감독의 ‘여명 기간’은 얼마나 될까. 부디 장수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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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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