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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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이사 가는 날

2018.11.21 15:36

Noeul 조회 수:25

이사 가는 날 - 이만구(李滿九) 
  
   가을 햇살 아래 말없이 흐르는 작별의 시간. 먼 곳으로 이삿짐 보내 놓고, 휑한 빈집은 이제 누굴 기다리나. 지내온 시간들 천장 모퉁이 먼지 속 거미줄 쳐있다. 창문 밖 바람은 나무들 서걱거리며 손사래 친다. 고맙다는 말뿐, 오늘 하루 삶은 스피노자의 명언에 냉소 짓는다

   빛 바렌 지붕 위로 저무는 석양 비치고 있다. 검붉은 단풍나무 낙엽 지고 실눈 만 남긴 채, 곧 겨울 준비하겠지. 저 마른 잎 날리는 노송과 스쳐가는 바람소리. 세월 속에 본 그대로 남아 늘 청정하길. 텃밭 비프 토마토 한아름 씩 이웃과 함께 나누었던 웃음소리. 그 생각하며 손수 억센 덩굴 잘라 치우고 있다
                   
   젊음의 뒤안길에선 떠남은 늘 망설임 없는 벅찬 희망이었다. 이제 미지의 그곳에 가면, 다시 선뜻 사과나무 심을 수 있을까. 뒤돌아 아쉬움 남기고 한참을 서성이는 발길이 무겁다. 기약 없는 먼 훗날, 이 가을 속 이별의 순간들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의 별빛이 될까. 저물녘, 아주 먼 길 떠나 듯, 혼자서 추억을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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