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카운티의 다리ㅡ11

2019.02.02 15:18

박영숙영 조회 수:2

1120190116_174517.jpg


20190108_141309.jpg


20190116_174037.jpg


우리 모두는 단일함이라는 커다란 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어요. 시장 사람들은 언제나 소비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그것을 생각할 때면  풍성한 반바지에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맥주 병마개를 단 밀집 모자를 쓴 땅딸막한 사람이 손아귀에 돈을 한 움큼 쥐고 있는 이미지를 떠 올립니다.  하지만 그다지 심하게 불평하지는 않죠. 말씀드렸다 시피 여행을 좋아 하고, 카메라를 연출하는 것이 좋고, 야외에 자주 나가는 것이 마음에 드니까요. 리얼리티라는 것이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 킨케이드에게는 이런 대화가 일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이런 대화는 문학적인 대화였다. 메디슨 카운티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날씨와 농산물 가격, 새로 태어난 아기, 장례식, 정부의 프로그램, 운동 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지만 예술과 꿈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음악을 침묵하게 만드는 리얼리티니, 상자 안에 가둬 둔 꿈에 대해서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야채 다지는 일을 끝마쳤다.

    달리 더 할 만한 일이 있을까요?”

    프란체스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거의 준비가 다 됐어요

그는 다시 테이블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가끔 맥주를 홀짝였다. 그녀는 요리를 하면서 중간중간 맥주를 마셨다. 마신 양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프란체스카는 알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12월의 마지막 밤이면 재향 군인 홀에서 그녀와 리처드는 술을 마시곤 했다. 그 외에는 별로 마시지 않았고 집에도 술은 거의 없었다 다만 혹시 시골 생활 중에도 낭만적인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모호한 희망을 가지고 그녀가 사둔 브랜디 한 병이 있긴 했다.

    야채에 어느 정도 식용유를 넣고,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가열하고, 밀가루를 섞어 잘 저은 다음 물을 한 컵 정도 첨가한다.

나머지 야채와 양념을 넣고 40분가량 불에 올려놓고 있으면 요리가 끝난다. 요리가 되는 동안 프란체스카는 다시 그의 앞쪽에 마주앉았다. 부엌에 정갈한 다정함이 내려 앉았다. 어쩌면 그런 다정한 느낌은 함께 오리를 하는 데서 왔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그와 함께 순 무를 다지고, 그러다 보니 낯선 느낌이 스러져버렸다.  낯선 느낌이 없어지니,

친밀감이 들어설 공간이 생겼다.

    킨케이드는 라이터를 얹어서 담배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담뱃갑을 흔들어 한 개비를 빼물고 라이터를 켰지만 잘 될 않았다. 불꽃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가 빙긋이 웃고는 그녀의 손에서 조심스럽게 라이터를 받았다. 불꽃이 일어나게 하는 바퀴를 두 번 돌리고 나서야 불이 올라왔다. 그가 켠 라이터에 그녀는 담뱃불을 붙었다. 남자들 주변에 있을 때면 그녀는 언제나 그들과 비교해 자기가 우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로버트 킨케이드와 있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흰 햇살이 붉은 색으로 변해 옥수수 밭에 빛줄기가 쏟아졌다.

그녀의 눈에 비상하는 매 한 마리가 부엌 창을 통해 들어왔다.

7시 뉴스와 시장 정보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프란체스카는 노란 포마이카 테이블 위로 로버트 킨케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부엌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그를, 거리를 환산할 수 없는 곳에서 온 그를.

    벌써 냄새가 좋은데요

그는 한마디 덧붙이고 나서 스토브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냄새가 …..고요하네요.”

    고요해요? 냄새가 고요할 수 있나?”

프란체스카는 그 구절에 대해 생각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가족을 위해 포크찹과 스테이크와 구이 오래를 한 후에 비하면 이것은 조용한 요리였다. 이 음식에는 야채를 뽑은 것만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도살이 연관되지 않았다. 스튜는 조용히 끓었고, 조용한 냄새가 풍겼다. 이곳 부엌은 고요했다.

    괜찮으시다면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이 어땠는지 조금 이야기해 주시지요.” 킨케이드는 의자에 몸을 쭉 기대고 오른쪽 다리를 왼쪽다리 위에 포갰다. 프란체스카는 주변이 조용한 것이 신경 쓰였기 때문에 말을 시작했다. 그녀는 성장기의 이야기며, 사립학교에 다니던 이야기, 수녀들, 어머니, 은행 지배인이었던 아버지에 관해서 말했다. 십대 소녀였을 때는 바다 절벽에 서서 세상 저 너머에서 오는 배들을 봤다는 이야기, 나중에 미군 병사들이 온 이야기. 친구 몇 명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리쳐드를 만나 이야기, 전쟁이 생활을 망쳐버렸고 그들은 과연 결혼하게 될지 어쩔지 걱정했다는 것, 그녀는 니콜로 교수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킨케이드는 아무 말 없이 디따금씩 이해한다는 뜻으로 고개만 끄덕이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그녀가 말을 멈추자 그가 말했다.

    아이들이 있으시죠?”

    그래요. 마이클은 열 일곱 살이죠. 캐롤린은 열 여섯이고요. 두 아이 다 윈터셋에서 학교에 다녀요. 4H 클럽에 속해 있죠. 그래서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갔어요. 캐롤린이 기른 수송아지를 전시하려 고요. 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그들이 그렇게 동물에 사랑과 애정을 퍼부어 키운 후에 어떻게 도살용으로 팔리는 꼴을 볼 수 있는가 하는 잠이에요. 하지만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 못하죠. 리쳐드와 그의 친구들은 단숨에 나를 덮쳐버릴 거예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하는 일에는 냉정하고 인정머리 없는 구석이 있어요.” 그녀는 리쳐드의 이름을 거론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어떤 것도 무슨 짓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죄책감을,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저녁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걱정 스러웠다. 혹시 그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일에 빠져든 것은 아닌지. 어쩌면 로버트 킨케이드는 그냥 떠나 버리리라 그는 약간 부끄럼 타기는 하지만 매우 조용하고 좋은 사람인 듯했다.

    이야기는 계속되는 가운데 저녁이 파랗게 변했고, 가벼운 안개가 초원에 내렸다. 그는 프란체스카가 조용히 스튜를 요리하는 동안 둘이 마실 맥주 두 병을 더 땄다그녀는 일어나서 야채를 끓는 물에 넣고 저었다. 그리고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서서 워싱턴 주 벨링햄에서 온 로버트 킨케이드에게 향하는 따스한 감정을 느꼈다. 그가 너무 일찍 가버리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는 조용하고 예절 바르게 스튜를 두 그릇 먹었고, 두 번에 걸쳐 음식이 너무나 맛있다고 말했다. 수박 맛이 그만이었다. 맥주는 시원했다. 저녁은 푸른빛이었다. 프란체스카 존슨을 마흔다섯 살이었고 라디오에서는 행크스노우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이제 어떻게 한다. 프란체스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앉아서 저녁 식사가 끝났다. 그가 어색함을 처리해 주었다. 초원으로 산책을 가면 어떨까요? 조금 서늘해 졌는데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배낭에 손을 뻗어 카메라를 꺼내더니 어깨에 둘러맸다. 킨케이드는 뒷문을 열러 그녀가 나가도록 문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그도 뒤따라 나간 후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들은 농장 뜰을 지나 자갈이 깔린 밭으로 나갔다. 그리고 농기계 헛간 동쪽의 잔디밭으로 갔다.헛간에서는 미적지근한 기름 냄새같은 것이 풍겼다.

    울타리에 다다르자 프란테스카는 한 손으로 철망을 잡아 내리고 그 위를 넘었다. 샌들 신은 발에 이슬이 느껴졌다. 그도 똑같은 방법으로 쉽사리 부츠 신을 발을 철망위로 넘겼다.

   이곳을 초지라고 부릅니까, 아니면 초원이라고 부릅니까?”

그가 물었다.

    초원이라고 할 걸요. 소떼가 풀을 뜯어먹어서 늘 풀이 짧은 상태예요. 혹시 소들이 풀밭에 멋진 선물을 남겨놓았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 만월에 가까운 달이 동쪽 하늘에서 나왔다. 담청색으로 변한 하늘의 태양은 지평선 바로 아래 걸려 있었다. 아래쪽 도로에 차 한 대가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총알같이 지나갔다. 클라크네 아들이리라, 윈터셋 팀의 퀴를백을 맏아 보는 아이, 주디 레버렌슨과 데이트를 한다지.

    그녀는 이런 산책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늘 5시 경이었으므로 텔레비젼 뉴스를 보았다. 저녁 프로그램이 이어지면, 리처드는 계속 텔레비전을 시청했고, 가끔 숙제를 마친 아이들이 함께 했다. 프란체스카는 보통 부엌에서 책을 읽거나 ㅡ윈터셋 도서관과 그녀가 속한 도서 클럽에서 대출한 책으로 역사와 시, 소설이 주종을 이루었다.ㅡ 날씨가 좋으면 앞 현관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텔레젼이 따분했다. 리쳐드는 프래니, 당신도 이걸 봐야해! 라고 소리치곤 했다. 그러면 안으로 덜어가 그와 함께 한동안 텔레비전을 봤다. 엘비스가 나오면 늘 그런 고함이 들렸다. 비틀즈가 처음으로 에드 설리반 쑈에 나왔을 때도 그랬고, 리처드는 비틀즈 멤버의 머리 모양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내 저어며 못마땅해 했다.  잠시 하늘 한 귀퉁이에 붉은 줄들이 그어졌다.

    저는 저걸 일렁임이라고 부릅니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머리 위쪽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이어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 일찍 카메라를 가방에 넣지요. 해가 진 후 정말로 멋진 광선과 색깔이 하늘에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단 몇 분이지만 해가 지평선 아래 있을 때면 광선이 하늘에서 일렁이지요.”프란체스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기타를 치는 남자, 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바람같이 보이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사람. 그가 리바이스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하늘을 쳐다 보았다. 카메라가 왼쪽 엉덩이 부근에서 달랑거렸다.

    달은 은 사과, 태양은 황금 사과.” 그는 중간쯤 되는 바리톤 음성으로 직업 배우처럼 시구를 읊었다. 프란체스카는 힐끗 그를 바라보았다.

    “W.B. 예이츠의 방랑의노래 군요.”

    그렇습니다. 에이츠의 시는 좋지요. 리어리즘, 경제성 관능, 아름다움, 마법을 갖춘 시죠. 제 몸속을 흐르는 아일랜드 기질을 흔들어 깨우는 사들이지요.”

긴케이드는 그 모든 것을 다섯 단어로 표현했다. 프란체스카는 윈테셋의 학생들에게 예이츠에 대해 설명하려고 무척 애를 쓴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었다. 그녀는 부분적으로 킨케이드가 방금 말한 이유때문에 예이츠를 선택했다. 풋볼 게임 휴식 시간이면 연주를 하는 고교 밴드처럼 마음이 통통 튀는 십대들에게는 예이츠의 그런 특성이 잘 먹히리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그들의 세에 대한 편견, 사춘기 소년들이 갖는 불안정성을 예이츠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태양은 황금사과라는 시구를 읽을 때, 옆에 앉은 남학생을 쳐다보며 양손으로 여자의 가슴 모양을 만들어 보이던 매튜 클라크가 떠올랐다. 그들이 키득대자 그들과 함께 뒷줄에 앉은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혔었다. 그 학생들은 평생토록 그런 태도로 살리라. 프란체스카는 그걸 알기 때문에 낙심했었다. 그래서 그 지역 사람들이 외향적으로 다정하게 대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설 자리를 잃은 사람처럼 고독을 느끼곤 했다. 메디슨 카운티 사람들은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럼으로써 자기들의 문화적인 척박을 벌충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이곳은 아이들을 키우기에 참 좋은 곳이지요.” 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프란체스카는 그러면 이곳이 어른들이 자라기에도 참 좋은 곳인가요?” 라고 반문하고 싶어 졌다.

    의식적으로 계획하지도 않고 그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 풀밭을 몇 백 야드나 걸어갔다가 방향을 돌려 다시 집 쪽으로 향했다. 울타리를 넘을 때 어둠이 내렸다. 이번에는 킨케이드가 그녀를 위해 철망을 잡아 내려 주었다. 그녀는 브랜디 생각이 났다.

    브랜디가 있어요. 아니면 커피를 드시고 싶어 세요?”

    두 가지 다 할 수 있을까요?” 어둠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풀밭을 둘러싼 지역 안으로 들어와 밭에 설치한 가로등옆을 지날 때 그녀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프란체스카는 자기 목소리의 그 무엇인가 때문에 걱정스러웠다. 그것은 나폴리의 카페에 앉아 터뜨리곤 하던 웃음기 묻은 소리였다. 이가 빠지지 않은 글라스 두개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가 빠진 글라스가 그의 생활의 일부분임이 분명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는 완벽한 글라스로 대접하고 싶었다. 브랜디 잔은 찬장의 뒤쪽에 거꾸로 놓여 있었다. 브랜디와 마찬가지로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잔이었다. 프란체서카는 발을 모으고 팔을 쭉 뻗어 글라스를 꺼내려고 했다. 이슬에 젖은 청바지가 그녀의 몸 아래쪽에 찰싹 달라붙었다.

    킨케이드는 아까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지켜보았다. 아주 고전적인 방식으로, 다시 오랜 욕망이 밀려들었다. 그녀의 머리칼은 어떤 감촉일지 궁금했다. 그의 손에 느껴지는 그녀의 등의 곡선은 어떨까? 그의 몸 아래에서 그녀는 어떤 느낌을 가질까? 배워서 알게 된 모든 것에 배치되는 오랜 욕망, 수세기에 걸친 문화에 의해 적절하다고 일컬어지는 것과, 문명인의 엄격한 규칙에 배치되는 욕망, 그는 다른 것을 생각하려고 애썼다. 사진이나 길, 지붕 있는 다리 같은 것, 지금 그녀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라도.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의 살결은 어떤 감각일지, 배를  그녀의 배에 마주대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다시 궁금해졌다.

그런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늘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오랜 욕망이 표면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그런 욕망을 꾹 누르면서 카멜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눈길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그의 눈길이 조심스러웠고, 적나 하지 않았고, 뻔뻔스럽지 않기는 했지만, 그 잔에 브랜디를 한번도 따르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가 알아차렸음을 그녀는 감지했다. 또 그가 아일낸드 사람다운 비극적인 감각으로 뭔가 공허감을 느낀다는 것 또한 그녀는 알았다. 연민이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연민은 아니었다. 어쩌면 슬픔, 프란체스카는 그의 마음 속에 소리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혹시 이런 시구를 떠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열지 않은 술병

    그리고 빈 술잔

    그녀는 그것들을 찾으려 손을 뻗었네

    아리오와의

    미들 강 북쪽 어느 곳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네

    아마존을 보았던  눈으로

    대상이 먼지를 휘날리는

    실크로드를 보았던 눈으로

    아시아의 하늘을 보았던 눈으로

    프란체스카는 브랜디 병 제일 위에 붙은 인지를 찢으면서,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았다. 손톱이 더 길고 정리가 잘 되었으면 싶었다. 농사를 짓는 생활은 손톱을 기르는 것을 허용하지 안았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그런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는데.

식탁위에 브렌디 잔 두개가 있었다. 그녀가 커피를 끓이는 사이 킨케이드는 병을 따서 잔에 적당한 양만큼 따랐다. 그는 저녁식사 후 브랜디를 대접해 본 경험이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얼마나 많은 부엌에서, 얼마나 많은 좋은 레스토랑에서, 얼마나 많은 흐릿한 조명의 거실에서, 이렇게 술을 따르어 보았을까 궁금했다. 몇명이나 되는 긴 손톱의 여자가 브랜디 잔을 들고 그를 마주 보았을까?. 둥글고 푸른 눈을 지닌 여자, 길쭉한 갈색 눈을 가진 여자….. 그런 여자들과 외국에서의 저녁을 보냈을 것이다. 그 사이 정박한 배는 해안에서 흔들리고 물살은 항구에 찰랑였겠지.

    부엌 위의 전등이 커피와 브랜디를 마시기에는 지나치가 밝았다. 리처드 존슨의 아내 프란체스카 존슨이라면 전등을 그대로 두었 어리라. 저녁 식사 후에 초원을 산책하고, 소녀시절의 꿈을 지닌 여자, 프란체스카 존슨이라면 불을 꺼버렸을 터였다. 촛불을 켤 수도 있었지만, 그건 너무 지나친 일이 되리라. 그러면 그가 자칫 오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녀는 부엌 싱크대 위의 작은 전등을 켜고 머리 위쪽의 등은 껐다. 여전히 완벽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아까 보다는 더 나았다. 킨케이드는 어깨 높이만큼 잔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고대의 저녁과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에 건배.”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 말을 듣자 프란체서카는 호흡이 가빠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잔에 잔을 부딪쳤고 고대의 저녁과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에 건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가볍게 미소만 지었다. 두 사람 다 담배를 피우며 아무 말 없이 브랜디를 마시고, 커피를 마셨다. 들판에서 꿩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개가 마당에서 두 번 짖었다. 모기떼가 식탁 근처의 방충망에 달려들었고, 나방 한 마리가  본능적으로 싱크대의 전등에 현혹되었다. 여전히 무더웠고 바람 한 점 없었다. 그리고 습기 찼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약간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셔츠의 제일 윗단추 두 개를 잠그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가 프란체스카를 직접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초 감각이 그녀를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시선이 창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그가 묘한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어서,

풀어제낀 셔츠 단추 사이로 가슴 제일 윗부분이 보였다. 피부에 작은 땀방울 몇개가 맺혀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기분이 좋았다. 옛날에 느끼던 기분, 시와 음악적인 기분, 그러나 이제는 그가 가야할 시간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냉장고 위의 시계가 94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파론 영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몇 년 전의 세인트 세실리아가 성당이라는 노래였다. 프란체스카는 그것이 A.D. 3세기 로마의 순교자를 기리는 노래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음악과 맹인들의 수호 성자를. 그의 잔이 비었다. 그가 창문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리자 프란체스카는 브랜디 병을 들고 빈 잔을 향해 몸짓을 해 보였다.

    새벽에 로즈먼 다리에 가야 합니다. 이제 일어나는 것이 좋겠군요.” 그녀는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마음 속이 이랬다저랬다 했다. ‘그래요, 제발 가 줘요. 브랜디를 좀더 마셔요.

그대로 있어요. 가요.’ 파론 영은 그녀의 감정 따윈 아랑곳하지 안았다. 싱크대 위의 나방도 마찬가지었다. 그녀는 로버트 킨케이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외쪽어깨에 배낭을 둘러매고 다른 배낭은 아이스박스 위에 놓았다. 프란체스카가 식탁을 돌아 나왔다. 그는 손을 내밀었고, 그녀는 손을 마주 잡았다.

    저녁 시간, 감사했습니다. 저녁 식사도 산책도요. 모두 다 멋있었어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프란체스카. 브랜디를 찬장 앞쪽에 보관해 두세요. 조만간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는 그의 말에 화나지 안았다. 그는 로멘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능한 범위에서 가장 그럴 듯한 말로 그것을 표현했다. 그녀는 그의 부드러운 말씩 속에 담긴 진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부엌 벽에 대고 소리쳐 희반죽에 이런 말을 새기고 싶어한다는 것은 그녀도 몰랐다. “제발 리처드 존슨,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당신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겠소!”라고. 그녀는 그를 따라 트럭이 서 있는 곳까지 나갔다. 킨케이드가 물건을 차에 싣는 사이.  그녀는 그 옆에 서 있었다. 개가 마당을 가로질러 와서 트럭 주위를 퉁퉁대고 다녔다.

    , 이리와.” 프란체스카가 날카롭게 속삭이자 개는 그녀 옆에 앉아서 숨을 헐떡였다.

    안녕히 계십쇼. 몸조심 시시구요.” 킨케이드는 트럭 문 옆에 서서 한참동안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운전석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 그가 낡은 엔진에 시동을 걸고 액셀리레이터를 밟자 차가 쿨렁쿨렁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창문에 몸을 기대고 씩 웃으며 말했다.

    엔진을 조정해야 될 것 같군요.” 그가 크러치를 밟고 차를 뒤로 뺏다가 다시 기어를 바꿔 가로등 아래 바당 쪽으로 차를 몰았다. 어두운 집 앞길로 들어서기 전에 그는 왼손을 창밖으로 내밀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보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트럭이 집 앞길로 들어서자 그녀는 달음질쳐서 어둠속에서 트럭 뒤의 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단 나갔다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간선 도로에서 좌회전해서 원터셋 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여름 하늘에서는 천둥 소리가 나지 않는 번개가 쳤고 잭은 천천히 뒷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떠나고 난 후, 프란체스카는 화장대 거울 앞에 벌거벗은 채로 섰다 아이들을 출산했지만 엉덩이는 겨우 약간 처진 정도였고, 가슴은 여전히 아름답고 단단했다. 또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았다. 재는 약간 동그란 편이었다. 거울로는 다리를 볼 수 없었지만, 아직도 각선미가 괜찮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다리  면도를 더 자주 했어야 했지만, 별로 신경쓸 것 없는 일이었다.

    리처드는 어쩌다 한 번씩만 부부 생활에 관심이 있었다. 두어 달에 한 차례 정도였지만 그것도 빨리 끝났다. 초보적이었고 감동도 없었다. 그는 향수니 면도니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적당히 얼버무리면 되니 쉬운 일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프란체스카는 무엇보다도 사업 동업자였다. 그녀도 어떤 면에서는 그것을 감사히 여겼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 숨어 있었던 또 하나의 가 살랑거리며 소리를 냈다.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녀는 또 다른 자아에 의해 압도당하고 싶었다.넋을 잃고, 껍질이 벗겨지길 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는 그녀의 마음속 에서조차 아주 희미할 뿐이었다. 프란체스카는 다시 옷을 입고, 부엌 식탁에 앉아서 깨끗한 편지지 반쪽에 편지를 섰다. 그녀가 포드 픽업이 세워진 곳으로 가자 잭이 따라왔다. 프란체스카가 문을 열자 잭이 올랐다. 개는 조수석으로 가서, 그녀가 트럭을 헛간에서 빼내자 창 밖에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창 밖으로 고개를 내 밀었다. 그녀는 집 앞길을 내가 시골길 쪽을 우후회전 했다.

    로즈먼 다리는 어두웠다. 하지만 잭이 앞서 달려가며 사방을 살폈고, 그녀는 트럭에서 가져온 손전등을 가지고 걸어 나갔다.  프란체스카는 다리 입구의 왼쪽에 쪽지를 붙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12에서 계속됨

 

http://cafe.daum.net/reunion1004박영숙영의 산책길 다음카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세계 한글작가대회 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0 186
공지 내가 사랑 시를 쓰는 이유 박영숙영 2015.08.02 74
공지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ㅡ시해설 박영숙영 2015.07.19 411
공지 "나는 대한민국의 문인이다!" 박영숙영 시인 박영숙영 2015.04.20 64
공지 시와 마라톤ㅡ 재미시인 박영숙영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10.18 395
공지 박근혜 대통령님께 박영숙영 2014.08.14 312
공지 사부곡 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 헌시)ㅡ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01.16 398
공지 시집 5 -《인터넷 고운 님이여》'시'해설 박영숙영 2013.04.21 872
공지 시집 4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서문 박영숙영 2013.04.21 710
공지 시집 3ㅡ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시'해설 박영숙영 2010.11.03 1261
공지 시집을 내면서ㅡ1, 2, 3, 4, 5, 6 권 박영숙영 2010.10.27 1143
공지 빛이고 희망이신 “인터넷 고운님에게” 내'시'는 박영숙영 2009.08.24 1614
공지 시집 1 ㅡ영혼의 입맞춤/ 신달자 /명지대교수 박영숙영 2008.09.09 1466
» 메디슨카운티의 다리ㅡ11 박영숙영 2019.02.02 2
270 메디슨카운티의다리 ㅡ10 박영숙영 2019.02.02 0
269 메디슨 가운티의 다리ㅡ9 박영숙영 2019.02.02 1
268 메디슨카운티의다리- 8-로버트제임 윌러 지음 file 박영숙영 2019.01.15 1
267 메디슨카운티의 다리ㅡ 4,5,,6,7, file 박영숙영 2019.01.11 1
266 ㅡ메디슨 카운티의 다리ㅡ1 필사 박영숙영 2019.01.07 4
265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박영숙영 2018.08.22 24
264 “혀”를 위한 기도 박영숙영 2018.08.22 13
263 풀꽃, 조국땅을 끌어 안고 file 박영숙영 2017.10.07 70
262 풀꽃, 너가 그기에 있기에 file 박영숙영 2017.09.29 57
261 등대지기 되어서 박영숙영 2017.09.26 23
260 삶은, 눈뜨고 꿈꾸는 꿈의 여행이다 /수필 박영숙영 2017.09.05 39
259 죽음 뒤를 볼 수 없다 해도 박영숙영 2017.09.04 35
258 길 / 박영숙영 박영숙영 2017.08.22 29
257 삶이란, 용서의 길 박영숙영 2017.08.14 36
256 사막에 뜨는 달 박영숙영 2017.08.14 11
255 고독한 그 남자 박영숙영 2017.07.04 16
254 살아있어 행복한 날 박영숙영 2017.06.18 16
253 내 영혼의 생명수 박영숙영 2017.06.18 10
252 세상은 눈이 부셔라 박영숙영 2017.06.11 18
251 내 마음 베어내어 박영숙영 2017.06.06 15
250 대나무는 없었다 박영숙영 2017.05.26 15
249 싱싱한 아침이 좋다 박영숙영 2017.05.22 18
248 봄에 지는 낙엽 박영숙영 2017.04.24 17
247 고독한 나의 봄 박영숙영 2017.04.19 27
246 꽃씨를 심으며 박영숙영 2017.04.10 21
245 봄 마중 가고 싶다 박영숙영 2017.04.03 21
244 봄의 노래 박영숙영 2017.03.26 14
243 진실은 죽지 않는다 박영숙영 2017.03.26 19
242 조국이여 영원하라 박영숙영 2017.03.26 11
241 민초[民草]들이 지켜온 나라 박영숙영 2017.03.11 19
240 사랑이 머무는 곳에 박영숙영 2017.02.17 33
239 태극기야~ 힘차게 펄럭여라 박영숙영 2017.02.17 28
238 태극기의 노래 박영숙영 2017.02.05 124
237 재외동포문학 대상ㅡ을 받게된 동기 박영숙영 2017.01.30 39
236 "Hell 조선"썩은 인간은 모두 가라 박영숙영 2017.01.27 59
235 바람구멍 박영숙영 2017.01.23 14
234 열정과 희망사이 박영숙영 2017.01.23 12
233 설중매(雪中梅) (눈속에 피는 꽃) 박영숙영 2017.01.23 69
232 빈손 맨몸이었다 박영숙영 2017.01.16 18
231 하늘 품은 내 가슴에 file 박영숙영 2017.01.12 77
230 감사와 무소유의 계절에 박영숙영 2016.12.21 16
229 피칸(Pecan) 줍기 박영숙영 2016.12.21 8
228 겨울나무 그대는 박영숙영 2016.12.21 15
227 아~! 이럴수가 있을까? 박영숙영 2016.11.14 28
226 휴스톤 대한체육회 마크를 달고/ 수필 박영숙영 2016.10.28 15
225 세종 할배의 사랑 박영숙영 2016.10.28 9
224 “말” 한마디 듣고 싶어 박영숙영 2016.09.09 15
223 “혀”를 위한 기도 박영숙영 2016.09.09 15
222 Watch 'I am a writer of Republic of Korea' Poet, Yeongsukyeong Park" on YouTube 박영숙영 2016.09.04 17
221 Watch '흘러갈수 없는 섬 하나' on YouTube 박영숙영 2016.09.04 12
220 Watch '무궁화 꽃의 혼2' on YouTube 박영숙영 2016.09.04 11
219 우리의 국악소리ㅡ 영상시 박영숙영 2016.09.04 15
218 밭 가에서 박영숙영 2016.08.30 19
217 사랑하는 친구야 박영숙영 2016.06.28 36
216 우리의 국악소리 file 박영숙영 2016.06.23 24
215 조국이여 영원하라 박영숙영 2016.06.14 15
214 무궁화 꽃, 너를 위하여 [1] file 박영숙영 2016.06.05 120
213 온 천하의 주인은 민들레이다 file 박영숙영 2016.05.25 16
212 하늘 품은 내 가슴에/My Heart Embraces the Sky 박영숙영 2016.05.16 11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8
어제:
86
전체:
488,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