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2019.02.26 08:36

조형숙 조회 수:84

가족 톡 방에  정장한 손자의 모습이 올라왔다.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사진이다. 9살된 요셉이가 트럼펫을 하고 싶어 했는데, 담임 선생님이 바이올린 하는 것을 권유해서  오케스트라 멤버가 되었다. 그런데 요셉이가 재미있다. "이제 바이올린을 할 줄 아니까 딴것을 해보겠어요" 했다는거다. 아들 아이 9살 때 일이 떠올라 웃음이 소리없이 나왔다. 아들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먼저 숙제와 일일공부를 했다. 그리고 한 시간 피아노를 치게 했다. 밖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만나려면 그 일들을 마쳐야 했다. 그렇게 바이엘 피아노 기초를 떼고 나서 아들이 말했다. "엄마! 이제 피아노 칠 줄 아니까 나중에 더 치고 싶을 때 할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피아노와는 인연을 끊었다.  손자에게서 아들의 지난 날을 보는듯해서 마음이 묘했다. 아! 그렇게 닮는 것이 부모와 자식인가 보다. 
아들아이는 그 후 학교(홍익대학 부속 국민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 주일에 한 번 바이올린 케이스에 교본을 넣고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열심히 배우기를 소망했다. 어느날 학교 음악실에서 전화가 왔다. "헌이가 오늘 바이올린 수업에 빠졌습니다. 지난 주에도 안왔어요." "네?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요." 화가 났다. 피가 거꾸로 치솟아 오르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이는 학교 수업을 마친 시간 만큼 늦게 집에 돌아왔다. 왜 수업에 빠졌느냐는 질문에 "바이올린하고 싶지 않아요." 라고 했다. 나는 하기싫다는  아이에게 할 말이 없었다.

     얼마후 아들 아이는 마루 한 구석에 있던 기타를 안고 줄을 튕겨 보더니 재미에 홀딱 빠져 버렸다.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곧 잘 했다.  그 시절 인기 있었던 뚜엣가수 '해바라기' 의 곡을  기타반주와 노래로 따라 불러 나를 놀라게 했다. 아들 아이는 중, 고등, 대학시절을 교회  모임에서 찬양리더로 활동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중보기도 팀의 찬양리더로 팀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스스로 하고 싶은 악기를 찾아,  자신도 즐기며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삶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 신통하고 고마운 일이 아닌가. 

     모든 교인들의 기도와 소망이며 꿈이었던 교회는 비전센타를 먼저 완성하고 이사했다. 깨끗한 실내와 많은 교실이 있는 건물에서 공부하고 배우는 모습들은 활기가 넘친다. 특히 C.C.C.(Center for Christian Culture)학교가 신설 되었다. 설립 목적은 기독교 문화 활동을 통한 복음전파와 이웃 섬김, 2세 교육과 성인들의 평생교육이다.  건반악기와 현악, 관악기를 비롯하여 어린이 합창, 뮤지컬, 오케스트라, 난타와 워십댄스의 클래스를 열어 놓고  학생을 받고 있다. 선생님들은 잘 가르치려는 열정과 기대로 많은 학생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모가 하고 싶은 과목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원한다.  이제 3월 첫 교실을 열고 아이들의 성장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옆에서 꾸중을 듣는 오빠를 지켜보고 있던  딸 아이가 "엄마! 오빠는 왜 바이올린을 싫어 할까요? 그럼 나를 시켜 줘요. 난 하고 싶은데.."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다음 날 음악학원에 입학시켰다. 8살이었던 딸아이는  그렇게 배우기 시작하여 예술 중, 고등학교와 음대를 졸업하고 바이올린과 비올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 연주활동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던 딸에게 중책이 맡겨졌다. C.C.C.학교의 총무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학교는 할 일이 매우 많다. 그래도 묵묵히 잘 해나가고 있는 딸아이가 감사하고 신통하다.

   손자들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거운 삶을 해나가기를 바란다. 응원하고 박수치며 용기를 주고 싶다.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 어떤  것이라도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더 좋겠다. 오늘도 손자들이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하나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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