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귀염둥이 티거

2019.03.01 07:45

서경 조회 수:6

귀염둥이 티거.jpg


“이러케 잔다”는 캡슐을 붙여 딸이 티거 사진 몇 장을 보내 왔다. 
- 아이구, 귀여운 것! 이렇게 자는구나! 
나는 우정 호들갑스럽게 리액션을 취하며 맞춤법을 고쳐 답을 보냈다. 
세 살 때 이민 온 딸아이는 종종 맞춤법 틀린 한국말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 온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그 말을 되받아 정확한 맞춤법으로 답을 보내곤 한다. 
이렇게 슬쩍 넘어가면 부담도 없고 자연스럽게 한글 맞춤법 학습이 되어 좋다. 
무슨 물건을 사고 난 뒤 사진과 함께 “이거 존나?” 하고 물어 오면, “엄청 예쁘고 좋네?” 하는 식이다. 
오늘은 껌딱지 티거가 얼마나 저를 따르고 좋아하는지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티거는 일전에도 한번 썼지만, 손녀가 팻샵에서 단돈 1불을 주고 사온 고양이다.
하지만, 귀염둥이로 치자면 몇 천불짜리 강아지 못지 않다.  

자칫하면, 몇 백 만불을 날리는 바이어 잡이라 딸은 늘 긴장 속에 일한다.
그런 그녀를 기쁘게 하고 미소짓게 하는 건 오로지 티거 뿐이다. 
티거는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지 유난히 딸을 좋아하고 따른다. 
손녀 룸메이트가 고양이 엘러지가 있어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고 집으로 데려다 놓았건만, 제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따른다. 
- 어쩌면 저 애는 너를 그렇게 좋아 하냐?
- 엄마! 나는 저랑 놀아주고 페이 어텐숀하잖아. 
Pay Attention. 
관심을 기울이고 집중하는 것. 
관계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말은 없으리라. 
눈을 맞추고, 말을 나누고, 끊임없이 스킨쉽을 해 주니 아무리 짐승인들 그 마음을 모르랴. 
사랑은 주는 거라지만, 사실은 주고 받을 때 그 기쁨은 배가 된다.
딸이 여행이나 출장 갈 때면 나더러 티거를 봐 달라고 종종 부탁을 한다. 
나도 나름 정성을 기울이지만 딸에 비하면 조족지혈인가 보다. 
나랑 절대로 같이 자는 법이 없다. 
티거는 딸의 체취가 남아 있는 방으로 가서 늘 자던 제 자리에서 혼자 자곤 한다. 
하루는 밤 두 시나 되었을까. 
갑자기 티거의 야옹거리는 울음 소리가 유별스러웠다. 
그 참에 잠을 깨고 보니, 라스베가스로 출장 간 딸이 밤길 달려 예상 외로 빨리 도착했다. 
티거는 거라지에 파킹하는 차소리만 듣고도 부리나케 문 쪽으로 달려가 기쁨에 어쩔 줄 몰라 야옹대고 있었던 거다. 
심야의 도둑 고양이 울음이 아니라, 기쁨의 찬가였다. 
둘이는 이산 가족 상봉하는 무드로 끌어 안고 부벼대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한참 뒤에야, 딸은 수고 했다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수고한 엄마보다 고양이가 먼저였다.
언젠가 이어령 교수의 글에 풍자적인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신(God)에게 실망하여 거꾸로 개(Dog)를 사랑하게 된 때문이라 했다. 
사실이야 아니겠지만 암시하는 바가 있었다. 
신은 멀리 있고 응답은 더디 해 주니, ‘에라이’ 하는 마음으로 앞에서 꼬리치는 강아지를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짐승하고 드는 정은 더러운 정이란 역설이 있을 정도로  그저 주기만 하는 순애보적인 사랑이다. 
중환자실에 있던 사람도 반려견을 안겨 주면, 어느 새 신음 소리를 그치고 희미한 미소를 띤다는 말을 들었다. 
실지로 어머님이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계셨을 때 개를 데리고 온 자원 봉사자들을 많이 보았다. 
병원 분위기가 금방 달라졌다. 
환자도 간호사도 모두 만면에 미소를 띠고 반겨 주었다.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장인이지만, 집에 오면 딸을 반겨 주고 기쁨을 주는 티거가 있어 다행이다. 
모쪼록 티거가 건강하고 오래도록 살아 서로 사랑 주고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6.20

오늘:
36
어제:
59
전체:
46,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