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돌아오지 않는 해병

2019.04.26 07:24

서경 조회 수:8

돌아오지 않는 해병.jpg



해병대 전우회 모임 광고를 신문에서 보았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빠가 살았으면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을 터이다. 
오빠는 수궁 속으로 사라져 왕노릇하느라 지상의 모임은 참석할 수가 없다. 
유난히 날 사랑하고 나를 천사라고 불러 주었던 오빠. 
오빠는 내게 슬픔을 넘어 아픔이다. 
아리아리 아픈 생인손이다. 
오빠는 해병대 출신이요, 스무 살 어린 나이로 월남에 파병된 청룡부대 용사다. 
사선을 넘나드는 처절한 전장에서도 나쁜 소식은 홀로 담고 늘 희망적인 소식만 전해 오던 오빠였다. 
월남에서 돌아온 오빠는 ‘귀신 잡는 해병’이라며 소설 같은 무용담을 들려주기에 바빴다. 
하지만, 난 전쟁을 모르고 정 많던 오빠의 눈에 핏발이 선 것이 무척 가슴 아팠다. 
막바지 월남전에서도 살아온 오빠는 선장으로 일하던 배가 파선되어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일곱 살 딸아이를 둔 서른 일곱의 가장이었다.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요, 잃어버린 청춘을 알곡으로 채워놓고 가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해상사고로 인한 ‘실종’은 ‘사망’을 뜻한다는 걸 늦게사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우리를 ‘미수습 가족’으로 남겨둔 채, 상여도 없이 떠난 오빠. 
오늘 다시, ‘해병대 전우회’ 모임 광고로 나를 울린다. 
죽는 순간까지도 ‘영원한 해병’으로 살다 간 오빠가 아닌가.   
 
- 선장님!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저, 먼저 가야겠...습...니...다....
- 무슨 소리! 난 해병대 출신이야! 나만 믿어! 곧 구조선이 올 거야! 
- 이젠 힘이 없...어...요... 미안합...니...다
- 안돼! 정신 차려! 힘 내! 곧 구조선이 올 거야!  
 
구조선을 기다리며 11월 찬 겨울 바다를 표류하던 동료 선원과 나눈 오빠의 마지막 대화였다. 
어둠이 짙어지고 파도가 드세지며 높이 솟은 삼각 파도는 두 사람의 운명을 이승과 저승으로 갈라 놓았다.
마지막 생존자였던 그 동료는 살았다는 기쁨보다 죽는 그 순간까지 격려해 주던 오빠를 떠올리며 대성통곡을 했다. 
해병대 출신!
오빠의 얼룩무늬 군복에는 자랑스레 붉은 명찰이 붙어 있었고, 오빠의 가슴 속엔 언제나 해병대라는 자부심으로 불 타 있었다. 
섬을 왕복하며 수영 실력을 뽐냈던 물개. 
바다야 어릴 때부터 오빠의 놀이터였다. 
오빠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였다. 
조개를 캐고 있던 중, 조개를 담던 양재기가 그만  파도에 쓸려 떠내려 갔다. 
내 외마디 소리를 듣고 오빠는 군함이 있는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 가서 기어이 양재기를 집어 왔다.
사람들이 해안선에 빙 둘러서서 파도가 더 멀리 밀어낼 때마다 조마조마하며 지켜보았으나 누구 하나 뛰어들지는 않았다.
오빠가 돌아오자, 그제야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나가던 엿장수는 기특하다며 흰 엿가락을 건네 주었다. 
동생이 엄마한테 혼날까 봐, 목숨 걸고 헤엄쳐 가서 양재기를 찾아온 오빠가 두고두고 고마웠다. 
물개 중의 물개요, 사나이 중의 사나이 해병대 출신.
그런 지용범이 어이없게도 해상 사고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되어 버렸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해병대의 슬로건을 몸소 실천하고 간 오빠.
그는 해병대 출신이란 타이틀과 함께 영원히 내 가슴에 살아 있다. 
시조 작가인 언니가 쓴 추모시 한 편을 덧붙이며 그의 명복을 빈다. 
                
                 돌아오지 않는 바다 / 백 리디아
                    - 동생 영전에
 
.................잔잔한 저 물결은
                   네가 오는 자취인가 
 
................몰아치는 저 태풍은 
                  울부짖는 혼령인가 
 
............... 어머님
                  통곡을 붙잡고
                  놓치 않는 저 바다 

 
- 4월 16일은 세월호 5주기다.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연민이 유다른 건 아마도 내 사연에 덧입혀진 연유 때문일 게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분들의 슬픔에 내 슬픔을 보태며 상실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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