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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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개돼지

2019.08.09 07:02

이산해 조회 수: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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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known


혼탁한 세상이다.

말이 거칠고 행동은 부박(浮薄)하다.

뿐만 아니다.

너는 틀렸고 나만 옳을 뿐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대한다.

적은 다름아닌, 토착왜구이며 친일파다.

또 한 종북이고 빨갱이다.

감정 속에는 오로지 증오와 배타 심만 도사리고 있다. 

죽창을 들고 ‘저 놈 죽이라’며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홍위병 처럼 말이다. 

동방예의지국의 나라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누가 사회분위기를 이렇게 만드는가.

대한인(大韓人)들인가? 아니면, 대통령인가....

그 주범은 정치판과 언론, 그리고 SNS 소셜네트워크다.

현재 대한민국을 적과 적으로 가르고 있는 정치 판을 들여다 보자.

한마디로 개판이다.

유권자를 개 돼지 수준으로 여기며 졸(卒) 취급하는 정치 판은 오직 대물림 집권과 금뱃지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부국강병(富國强兵)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은 안중에도 없다.

허구한 날 눈만 뜨면 정쟁(政爭)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고, 내로남불로 국정을 파탄낼 뿐이다.

나라 곳간이 기울어도, 기업이 망해도, 국가와 국가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도 아이돈 캐어다!

대한민국의 영토 상공이 빈번히 뚫려도 먼 산 바라보듯 한다.

'이게 나라냐'고 비아냥 했던 이들이 더욱 그렇다.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청와대 주인장 부터 지역 주민들이 선출한 국회의원들 모두가 한목소리로 국가안위를 논의해야 할 가파른 시국에 오히려 상대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국민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반일 감정을 촉발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보이콧으로 국내(대한민국)분위기가 격화되고 있는 현시점에 청와대와 국회는 상처난 감정에 염장질을 해댔다.

국민 감정이 격화될 수록 오히려 정치권이 사료 깊고 진중해야할 때다. 

헌데, 마치 무슨 건 수라도 잡은 냥 '죽창가'와 이순신과 배 12척' '결기''3.1운동'등 하수들이나 써먹는 고루한 하책을 보이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노련한 외교술을 지닌 책사(策士)들을 동원해 헝클어진 외교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항일(抗日)'운운하며 민족감정에만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집권당이 반일 감정을 이용해 차기 총선을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간다는 전략을 예비 했다는 음모가 까발려져 웃음거리가 됐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유치한 발상이라 하겠다.

아베 쇼크로 뒤 숭숭한 이와중에도 나라가 망하든 개박살이 나던 정권만 획득하고 보자는 도둑놈 심보 아닌가.

집권당의 음모론이 드러난 직 후 여론 광장인 SNS에서는 좌파 진영과 우파 키보드 워리어들이 민망할 정도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펼쳤다.

좌파 성향의 댓글러들은 청와대 참모가 비아냥 한 '토착왜구'를 인용하며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육두문자로 보수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주요 댓글의 하나는 이랬다.

'토착왜구들은 당장 보따리를 싸서 너희 선조국인 일본으로 돌아가라'

이에 대해 보수 우파 댓글러들은 '빨갱이들의 편가르기 술수'라며 가운데 손가락으로 응수 했다.

이들이 과연 21세기 최첨단 광학문명속에 살고 있는 대한인들이 맞는가? 

누가 토착왜구이며 빨갱이란 말이냐.

이런식으로 상대방을 모욕한다면 조선 500년과 일제 강점기에 이르기까지 과연 대한인들이 토착왜구의 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진정으로 토종 대한인을 솎아내는 일이라면 우선 토착왜구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종자들부터 DNA를 검사해야 할 것이다.

토착왜구와 친일파라는 단어는 정권을 유지키 위해 정치 모리배들이 만든 질낮은 정쟁의 부산물일 뿐이다.

국회도 문제다.

반일 감정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까지 초당적으로 한일 문제를 풀기는 커녕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주장만 펼치며 민심을 호도하고 있다.

아베의 화이트리스트 스캔들은 분명 외교적인 문제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냉정한 이성과 외교술이 필요하다.

헌데, 국회는 아베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감정만 앞세울 뿐 이렇다 할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상대당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만 지를 뿐이다.

국회가 초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아베 쇼크를 정략적으로 이용만 하려든다. 

국회는, 과거 프랑스 국회가 독일 정부를 상대로 2차 대전 피해 복구를 어떤식으로 처리 했는지 길라잡이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 한 엄청난 세비를 챙기는 여야 국회의원들은 이번 만큼은 합심해 반일이 아닌, 극일의 지혜를 보여줄 때다.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SNS)여론 광장도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의 여론 광장은 적과 적으로 구획을 나눈 두 동강이 상태다.

마치 초한지(楚漢)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좌파와 우파 댓글러와 유튜버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한치의 양보도 없다.

상대는 없고 오직 나 만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이론을 무색케할 정도다

같은 사안을 두고 생각은 1백 80도 다르다.

이념(理念)차이가 이토록 다를 수가 없다.

반일 문제가 부각되자 좌 / 우파 키보드워리어들은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토착왜구와 빨갱이로 서로를 난도질하며 색깔을 덧씌울 뿐이다.

가짜뉴스는 물론이고, 카더라 조작으로 멀쩡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인신공격도 서슴치 않는다.

일본을 이성으로 대하자고 댓글로 말하면 ‘친일파’로 매도하고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면 ‘토착왜구’로 폄훼한다.

그런가 하면, 우파 키보드 워리어들은 좌파들을 빨갱이 민족주의자로 몰아 세우며 같은 대한인이 아닌,상종 못 할 괴물로 치부한다.

댓글러들의 이같은 첨예한 대립은 정치 모리배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들을 부추겨 국론분열을 유도하는가 하면, 선거에도 유리하게 작용토록 이용한다.

광우병 사태와 천안함 폭침 음모론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댓글러들이 정치 모리배들에게 이용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댓글러들의 편협한 편가르기 현상은 비단 커뮤니티 광장에서 만 횡행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부자지간에도, 형제간에 자매와 일가친척들 까지도 서로 대립하며 상대를 인신공격 하기 일쑤다.

이제는 지역감정과 세대격차를 넘어서 직계 가족들 마저도 사회문제를 놓고 서로 대립하며 감정싸움을 벌인다.

물론 사람이 사는 곳에는 늘 이견이 따른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허나, 설령 그렇다 해도 서로 다른 견해 때문에 상대에게 삿대질을 하며 감정을 폭발 해서야 되겠는가!

이는 과거 마오쩌뚱 시대의 문화 혁명과 북한에서나 봄직한 끔찍스런 야만 행위다.

그런가 하면, 오피니언 리더인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은 어떤가.

언론 역시 여타 분위기와 별 반 다르지 않다.

좌파와 우파를 대변하는 언론들이 시국을 다루는 논조를 보자.

달라도 이렇듯 확연하게 다룰수가 없다.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스캔들을 보는 좌파 언론은 그동안 한일 양국이 견지 했던 외교적 대응은 외면한채 청와대만을 옹호하는 듯한 맨트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시청자라면 반일 감정을 불러온 아베의 화이트리스트 제재가 어떻게 시발(始發)됐는지 잘 알것이다.

그럼에도 좌파 언론과 방송인들은 본질은 외면한 채 막무가내로 일본 조지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에 비해 보수 언론은 반일 감정 시비의 단초는 분명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이 기저(基底)에 깔려 있음을 지적하며 감정 대응보다는 외교술을 펼 것을 서술했다.

헌데, 당초 반일 감정의 사안을 제대로 인지했던 보수 언론도 광풍과도 같은 여론에 휩쓸려 이제는 제대로 된 논리는 커녕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좌파논리에 편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할지라도 지조는 지킬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한다.

몸을 팔아 생명을 부지하는 매춘부도 지조를 지킬 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치마를 벗지 않는다.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변치 말아야 할 결기(潔己)말이다. 

아베 쇼크로 나라가 어지럽다.

이럴 때 우리는 제갈량 같은 책사가 나타나주기를 바램 한다.

카를 폰 플라우제비츠는 자신의 명저(名著) "전쟁론"을 통해 말했다.

'정치가와 군 통솔자가 해야 할 첫번째 지략은 시작하려는 전쟁 형태를 확고하게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상대해야 대상은 일본이지 결코 동족(同族)인 대한인이 아니다.

만약 위정자 들이 들불처럼 퍼지고 있는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하려는 수작을 편다면 그것은 좌충수일 뿐이다.

여론 광장에서 자신들을 편드는 키보드위리어와 나팔수가 훨씬 많다고 여겨 여론을 호도 하다가는 피눈물을 흘릴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한 보수 우파 역시 안이한 생각으로 현 시국에 편승한다면 후회막급해 할 것이다.

뿐만 아니다.

특히 보수 우파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만 좇는 나머지 살신성인의 자세를 외면한다면, 그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한 하데스의 질곡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라가 망한 뒤에는 국회의원은 없다. 다만 ‘구케의원’만 있을 뿐이다.

나라가 어지럽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제와 외교, 대한인 시민사회 분위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그렇다.

이럴 즈음, 이꼴 저꼴 다 보기 싫다며 침묵하고 있는 중도성향의 대한인들이 여론 광장에 나와 좌우에 대고 각성을 촉구할 때다.

대한민국.

어떻게 지켜 온 나라인가!


(신문 칼럼)


이산해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