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서사이즈 사이언스

2019.09.16 12:59

조형숙 조회 수:27

 11시 10분 전에 도착한 곳에는 긴 행렬이 체육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와 거기에 탄 사람, 또 휠체어를 밀어 도와 주는 사람들로 줄은 더 길다. 휠체어에 탄 사람들은 주로 몸이 많이 불편하거나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 뒤로 Care Giver가 따라 붙는다. 11시가 되어 문이 열리면 순서대로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다. 환자의 리스트를 들고 사열하듯 양쪽으로 나란히 선 훈련자들은 자기 환자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오늘 받아야 할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 시간은  휠체어에  앉은 사람,  도와 주는 사람, 훈련을 시켜주는  세사람이 한 그룹이 되어 어떤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을 듣고나누게 된다. 50분 후에 다시 그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고 휴게실로 나왔다.  안내 데스크의 책임자는 얼마나 밝고 친절한지 오는 사람마다 손을 흔들어 환영한다.  하이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보고 싶었다" 반가움을 소리쳤다. 시설이 잘 되어 있고 도와주는 사람들은 싱싱하고 열정적이었다. 빌딩 안과  밖에는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다. 이 곳은 노스리지 칼 스테이트 대학 안에 있는 시설이었고 훈련자는 대학의 체육과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전공은 엑서사이즈 사이언스였고 졸업 후에 인턴이 되어 불편한 사람들을 Care하는 일에 종사한다고 한다. 졸업반이 되면 실습을 통하여  경험을 쌓고 있다.  

 
   Pace Care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요즈음은 밝음의 뒷전에서 불편하거나 기운 없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어찌보면 나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감사하게도 건강한 모습으로 그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급여를 받는다. 참 감사한 일이다. 직장에 내기 위한 신체검사에서 나를 진찰하던 닥터는 "와우 놀랍네" 외치고 신체 나이가 많이 젊다고 말해 주었고 그 후로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내가 돕는 Client는  자그마하고 귀여운 일본인이다.  남편은 LA공항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딸은 칫과의사로 사위는 비지니스로 매일 일을 나간다.  아무 부러울 것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중 그녀는 중풍을 맞았고 왼쪽 팔 다리가 불편하여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는 불편한 팔다리가 잘 움직일 수 있도록 체조를 시켜주고 Health Care Center나 물리치료를 받는 곳에 함께 간다.  늘 외출하고 싶은 그녀를 마켓이나 쇼핑 할 곳으로 차를 태워 함께 다니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는 식당으로 가서 함께 식사를 하곤 한다. 치료를 받고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자유로이  생각을 하거나 글를 쓴다.나보다 불편한 삶이나 힘든 사람을 도운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고 가슴 뿌듯한지 모른다. 어려서부터  늘 하고 싶어하는 일이 공동체의 봉사나 남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외출하여 즐거워 하는 미찌코의 모습을 보며 나는 힘차게 휠체어를 밀고 쇼핑 센터의 골목 골목을 빠짐없이 돌아준다.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내려서 보여주고 설명을 한다. 그녀가 필요한 물건을 찾아준다. 물건 보는 나의 눈을 믿는 것인지 골라주는 물건을 구입한다.  다음 주에  다른 큰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얼마나 꾸미고 싶은 것이 많을까, 집안 이곳 저곳을 장식하고 예쁜 그림을 벽에 걸고 새 그릇으로 찬장을 채우고 싶겠지 생각해본다.
 
    좋은 사람을 만나 별로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는 것을 매일 아침 감사드린다. 아직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도울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 기쁘고 새롭다. 시간을 내서 더 와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맡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하리라는 믿음을 주고 열심을 낸다. 내가 삶의 두려움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하나님이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시기 때문이다. 이제 Care가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미찌코와 하나 되는 시간을 향해 휴게실에서 일어나 체육관으로 들어간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 질서가 무너지고 상실한 시간을 오히려 감사한다 조형숙 2021.05.13 44
54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조형숙 2021.03.23 33
53 오영례 시인의 일곱 째 시집 사랑의 약속을 읽고 [2] 조형숙 2021.02.18 83
52 낯선 괴물이 자꾸 사람들을 데려간다 조형숙 2020.07.15 66
51 내 동생 [1] 조형숙 2019.10.29 83
50 대추 한알 [2] 조형숙 2019.10.11 102
49 내려 놓는 일 조형숙 2019.10.05 69
48 쿤밍에 씨를 뿌리다 조형숙 2019.09.20 27
47 소리굽쇠 조형숙 2019.09.16 107
» 엑서사이즈 사이언스 조형숙 2019.09.16 27
45 바르게 말하기 조형숙 2019.09.16 23
44 삶을 튜닝하다 조형숙 2019.05.12 66
43 작은 칭찬이 기쁨을 준다. 조형숙 2019.05.12 34
42 엔트로피와 신트로피 조형숙 2019.05.12 81
41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조형숙 2019.02.26 84
40 Itzhak Perlman의 연주 조형숙 2019.01.22 39
39 그래서 새가슴이라 하나? 조형숙 2019.01.17 30
38 100세 시대의 취업 조형숙 2018.12.24 13
37 김훈의 바다와 박지훈의 바다 조형숙 2018.12.11 41
36 소망 나무 조형숙 2018.12.0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