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에 씨를 뿌리다

2019.09.20 06:48

조형숙 조회 수:27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피천득의 오월-
 
   석림풍경구는 쿤밍 (곤명)역에서 동남쪽으로 83Km 떨어진 해발 2,000m 높이에 있는 스린이족 자치현에 위치하고 있다. 바다가 솟구쳐 올라와서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으로 돌기둥이 나무 줄기처럼 하늘로 치솟아 올라 있는것이 숲을 이루었다고 해서 석림(돌로 된 숲)이라 부른다. 나무 보다 많은 돌기둥이 묘한 모양의 바위를 지붕처럼 이고 있다. 특히 망봉정은 바위 끝이 꽃잎처럼 모여 봉오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놀랍도록 아름답고 신기하다.
 
   쿤밍은 중국 윈난성(운남)에 위치하고 있는해발 1,890M의 윈난성의 성도이다.  인구는 46,013,982명으로 2010년에 계수 되었으니 지금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면적은 394,000kM 제곱이고 2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 소수민족의 천국이라 불리운다. 바이족, 와족, 한족, 묘족, 이족, 하니족, 몽골족, 후이족, 나시족, 다이족이 있다. 일년 내내 온화한 기온으로 항상 꽃이 피어있기에 춘성이라는 별명도 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서둘러 민족촌으로 갔다. 하나라도 더 보려면 일찍 서둘러 들어가야 한다. 26개의 소수족을 다 볼 수는 없으나 민족촌은 그들의 특징을 살려 구성하고 재현해 놓았기 때문에 나름 여러 소수민족을 만날 수 있다. 하니족은 3천층의 다랑논을 자랑한다. 나시족은 특별한 그림문자를 쓰고 있다. 동파문자라고 하는데 글씨가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다.예를 들면 사람인자는 동그라미 아래 큰 대자를 썼다. 고대 나시족의 동파문헌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 되었고 아직도 쓰고 있다. 각 민족 특유의 아름다운 전통의상을 화려한 모자와 함께 입고 있다. 우리 멤버들도 입고 싶은 민족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나는 이족의 붉은 계열과 흰색이 어우러진 의상을 입었다.   여자 사진사들이 무척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 주고나서 컴퓨터로 한장씩 보여 주며 구매를 동요했다. 특징 있는 사진으로 몇 장  골라 샀다.   
  
   우리를 인도해준 가이드는 이족의 여인이었다. 이족은 여자가 돈을 벌고 남자가 아이를 돌본다. 이족의 전통 옷을 입은 가이드는 예쁘고 흰 피부에 눈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석림을 구경하고 다니는 시간 동안 복음을 전했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 드디어 마음을 열고 복음을 받아 들였을 때 우리 11명의 마음은 감동으로 풍요로워지고 놀랍고 신기하게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 여인에게는 이미 크리스천인 고모 할머니가 계셨고, 할머니의 장례식도 기독교식으로 행했다고 한다. 성경을 이미 절반 이상 읽었고 우리가 전하는 말을 다 이해하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참으로 보기 힘드는 일이었다. 우리가 얻은 귀하고 큰 보물이었다. 그녀에게서 오월의 향기로운 모란을 보았다. 잘 익은 앵두와 싱싱한 딸기를 보았다. 금방 찬 물로 세수한 청신한 얼굴과 흰 손가락에 끼고 있는 비취 가락지를 보았다. 찻집에서 잠시 쉬고 있는 동안 그 여인과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귀한 보물을 미리 준비해 두신 하늘에 감사했다. 중국 선교는 드러내 놓고 복음을 전할 수가 없다.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찬양하며 선교를 향한 마음을 서로 나누며 사랑을 전했다. 모두 활기차고 열정적인 걸음으로 다녔다. 희노애락이 연해지는 나이가 오기 전에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아직도 중국의 이 곳 저 곳을 다니고 있다. 크고 황량한 벌판과 높은 산, 많은 야채를 기름지게 볶아 놓은 풍성한 음식을 생각한다. 천길 벼랑의 아찔함과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지금도 나를 시원하게 한다.  싱싱하게 꼬리치던 잉어의 터질 것 같은 몸매도 잊을 수 없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는 중국의 명산들에 반해 버렸다. 그 위용과 반듯함에 빠져 버렸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 서면 저절로 작아지며 겸손해 진다. 셀 수 없이 많은 바위들과 돌 틈 사이사이에 피어 있는 꽃과 풀들이 태고의 정서를 가져다 주어 포근한 기운에 빠지게 된다. 울창한 숲과 진초록의 나무, 나무, 나무들 사이에 우리가 뿌린 씨앗이 내년 5월이면 아름다운 꽃이 되어 피어 날 것이고, 싱그런 딸기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선교는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넓은 광장에서, 황량한 벌판에서 소중한 보물을 찾는 것이다. 티없는 5월의 맑은 하늘 아래 우리는 씨를 뿌리고 보물을 찾았다. 그리고 태어날 새 싹들을 기대한다.
 
  이글은 미주문학 2021년 여름호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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