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누린내풀
2019.10.08 23:39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꽃 이름이 ‘누린내풀’이라니.
모양새와 꽃이름이 이보다 더 어울리지 않는 꽃이 있을까.
마치 리즈 테일러에 춘자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곳이 ‘길상사’라면 ‘자야’라는 이름을 폄하해선 안 된다.
더더욱 ‘아야꼬’니 ‘하루꼬’니 하는 일본식 끝자 이름 ‘자야’를 따 오는 건 백석과 그의 애인 나타샤 ‘자야’에겐 모욕이다.
백석의 ‘자야’는 이백의 시 ‘자야오가’에서 따 왔다는 품격 높은 이름이 아닌가.
다시 후각은 무딘 채 버려 두고 진보라색 꽃으로 우리의 시각을 홀리는 ‘누린내풀’로 돌아 와 보자.
온실의 꽃도 아닌 야생화, 여러 해 살이 풀로 그다지 안타까운 그리움을 자아내지도 않을 것 같은 이 풀꽃 꽃말이 참 당당하다.
“내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자기 이름에 대해 이토록 자부심을 가진 꽃이 몇 있을까.
꽃 필 때면, 유독 그 티를 내며 노린내를 뿌려 근접을 막는 도도함이 이 여린 풀꽃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발로 못 보고 사진을 통해 눈으로 만난 누린내풀.
냄새에 대한 불쾌함보다 진보라색 고고한 꽃자태로 내 눈을 사로 잡는다.
첫인연이 좋은 인상으로 남아 다행이다.
그의 이름을 자주 불러 주진 못해도 그의 자태만은 오래도록 눈부처로 새겨두고 싶다.
(사진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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