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귀한 만남

2019.11.13 17:36

서경 조회 수:15


 귀한 만남.jpg



오늘 귀한 만남을 가졌다.
사십 년간의 이민사를 함께 써 온 분들이다.
성당 성가대에서 만난 두 분은 내게 성당 교우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니 같고, 어머니같이 포근하고 푸근한 분들이다.
내 발로 걸어 들어간 성그레고리 성당.
망망대해에 아는 이 하나 없이 홀로 뜬 섬같이 지내던 나를 성가대로 끌어 들이고 보듬어 주셨다.
강 이사벨라와 유 세실리아 자매님은 내 신앙과 인생의 길라잡이였다.
인간 삶에 공간 상황이 얼마나 우리의 행불행을 좌우하는지를 그때 나는 배웠다.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
정이 흐르는 따스한 공간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선두에 서야할 요소다.
이민 교회가 차고 넘치는 까닭도 어쩌면 신께 의탁하고 싶은 마음 반에, 인간이 그리워 찾고 싶은 마음 반이 어우러져 만든 결과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바라보는 십자가의 형상도 수직으로는 신과의 관계요, 수평으로는 이웃간의 관계를 상징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둘 중 어느 한 쪽이 없다면 그건 십자가가 아닐 게다.
가든 스윗 호텔에서 만난 우리는 푸짐한 음식을 앞에 하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웃음소리 높았다.
낮 열 두 시에 만나 저녁 아홉 시까지, 장소를 옮겨 가며 나눈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3박4일을 해도 끝나지 않을 우리의 추억담은 한 권의 소설이 아니라, 백 권 짜리 대하소설 전집이다.
지나간 시절의 영광과 상처, 웃음과 눈물짓던 나날이 흑백 영상처럼 스쳐간다.
그날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함께 웃고 울던 대원들의 얼굴도 모두 되돌아 와 선다.
게 중엔, 우리가 혼배미사를 올려준 젊은 짝들이 있고 우리가 울면서 장례미사를 드려준 벗들도 있다.
피스모 비치에서의 여름 MT, 빅 베어 겨울 MT.
금모래를 발로 비며 잡은 조개의 까칠한 감촉이 아직도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아득히 동화 마을처럼 내려다 뵈던 설원의 빅 베어 꼬불길이 아찔하다.
멀리 가물가물거리는 케빈의 불빛을 보며 칼바람을 함께 맞았던 그 정상의 상쾌함과 뿌듯함까지 모두가 아름다운 한송이 꽃들이다.
추억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화, 미러클 꽃이다.
그때 우리는 젊었고 아이들은 고물고물한 꼬마였다.
이제 우리는 늙었고 아이들은 그때의 우리 나이가 되어 제 둥지를 틀었다.
서로의 어제를 죄다 기억하고 있는 우리 세 사람.
혈육보다 더 가까이, 더 애틋하게 정분을 쌓아 온 우리였다.
오랜 그리움 끝에 만나 회포를 푸니, 이것이야말로 사람 사는 일인 듯하다.
정 주고 정 받고 가는 일.
더 이상 무얼 바라랴.
마치, 오늘이 마지막 만남인듯 헤어지기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초저녁인데... 이제부터 놀 시간인데...”
나는 몇 번이고 주문처럼 되뇌었다.
아쉬운 마음을 모아 다시 같은 성당에서 뭉치기로 했다.
몇 되지 않는 성가대 부활을 위해 밑거름이 되어주고, 구역회를 통한 신심과 우정을 다져 나가자고 굳게 다짐했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의 결의처럼 굳고 숙연했다.
성그레고리성당, 우리 영혼의 안식처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이층 성가대에서 우리가 봉헌했던 그 많은 성가가 아직도 어제런듯 귓가에 여울진다.
여우가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리듯, 마지막 남은 날들을 다시 모여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두 분은 한 시간 삼십 분 거리에 떨어져 사는 나를 걱정하셨다.
“만약, 첫사랑이 만나자 하면 샌프란시스콘들 못 가겠습니까! 그만한 열정은 아직 남아 있어요!”
나의 호쾌한 대답이었다.
멀면 어떠랴.
보고 싶은 마음의 벗이 있다면 정말 어딘들 못 가랴.
인간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오늘 나는 그것을 다시 한번 뼈속 깊이 느꼈다.
함께 미사 드리고, 함께 성가 부르고, 함께 차 마시는 소소한 일들이 왜 이리도 못견디게 그리울까.
추억의 통로를 함께 걸어나온 분.
“생각나?”하고 물으면 금방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나와 웃게 하고 눈물짓게 하는 분.
어디서 사십 년 연륜의 추억을 사랴!
고향같은 분들!
내가 정말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분.
나의 열렬한 응원자요 협력자인 두 분을 난 영원히 잊지 않을 테다.
난 이 두 분을 내 마음 뜨락에 심어두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언제 어디서나 꺼내어 볼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어 언제까지나 내 곁에 머물러 주시길 빌며 성호를 그었다.
“눈물겹게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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