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장미 한 송이

2019.11.21 02:13

서경 조회 수:7

장미 한 송이.jpg


송코치로부터 장미 한 송이를 받았다.
기실, 빅베어 마라톤을 완주한 분들에게 드린 선물이라 내가 받을 자격은 없었다.
어쩌다 보니, 식사 시간에 송코치 옆에 앉게 되었고 그가 받은 장미를 주기에 덜렁 받았다.
선물이란 모름지기 줄 때 받아야 한다.
특히, 장미 선물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전에, 꽃집 총각 쟈수아한테서 장미 한 송이를 받고 감동한 적이 있었다.
성당 근처 조그만 쇼핑몰 담벼락에 의지하고 있던 소박한 꽃가게였다.
마침 어머니 기일이라, 미사 후 제일 가까운 그 집으로 꽃을 사러 갔다.
늘 있던 꽃집 아저씨는 없고 나어린 총각이 나를 맞이했다.
나는 알바생이거니 생각하며 주인은 어디 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애는 아주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자기가 주인이라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는데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이 꽃가게를 넘겨주었다 한다.
내가 첫손님이라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꽃을 좀 아느냐 했더니, 여섯 살 때부터 아빠를 따라 다니면서 도왔기 때문에 어지간한 건 할 줄 안다고 했다.
신바람이 나서 꽃을 고르는 모습이 참 기특하게 보였다.
스페인 피가 섞인 멕시칸으로 생긴 것도 잘 생겼다.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쟈수아’라고 한다.
“뭐? 쟈수아?” 흠칫 놀라 되물었다.
쟈수아는 내가 제일 사랑하는 조카 이름이다.
왠지, 내 조카같은 친근미가 들어 일순간에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서툴긴 하나, 꽃을 요리조리 열심히 꽂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여간 흐뭇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너, 알고 있니?”라고 물으며 쟈수아는 모세를 이은 이스라엘 민족의 리더로 좋은 이름이라 말해 주었다.
“너도 분명히 좋은 리더가 될 거야!”하며 부추켜 주었다.
상냥하고 인상 좋은 쟈수아는 분명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되리라 믿는다.
꽃만 사려 했는데, 꽃집을 인수한 기쁨을 응원해 주고파 꽃병까지 사고 싶었다.
높은 선반 위에 얹힌 꽃병을 가리키며 이 꽃병이 좋은가 저 꽃병이 좋은가 내 의견을 물었다.
쟈수아가 오랫동안 아버지 곁에서 도왔다고는 하나, 꽃다발을 꾸미거나 꽃병 고르는 경험은 많지 않았을 것만 같았다.  약간 장난기가 동하기도 하고 쟈수아의 미적 안목도 테스트할겸,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쟈수아는 다채로운 꽃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색상의 꽃병을 권했다.
제 눈에는 그게 예뻐 보였던 모양이다.
꽃이 화려할 때는 꽃병까지 화려할 필요가 없다며 일러주고 단색의 심플한 꽃병을 선택했다.
꽃이 주인공이지, 그 꽃을 받쳐주는 꽃병이 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꽃병이 꽃보다 더 화려하고 예쁘면 그건 월권 행위다.
실상, 결혼식에 갈 때 신부 친구들은 신부보다 우정 예쁘게
차려입지 않는다.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를 돋보여주기 위한 배려심에서다.
계산을 하려는데, 쟈수아는 오늘 큰 걸 배웠다며 붉은 장미 한송이를 선물했다.
송코치가 준 장미와 꼭 닮은 꽃이었다.
긴 줄기에 수줍은 아씨마냥 봉곳이 피어오른 장미 한 송이.
생각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담긴 센스 있는 선물이었다.
“아, 이렇게 손님을 기분좋게 해 주니 비지니스도 꼭 성공할 거야!”
마치 내 조카의 꽃가게인 양 덕담이 절로 나온다.
장미 한 송이를 곁들여 받은 내 마음은 바람 든 수소 풍선마냥 하늘 높이 나른다.
“엣다! 기분이다!” 호쾌하게 팁으로 $20 짜리 한 장을 더 얹어 주었다.
쟈수아도 나도 참 기분 좋은 거래였다.
장사란 상품을 팔기 전에 마음을 파는 것임을 알겠다.
“꽃을 살 일이 있으면 꼭 여기 와서 살게!”
다짐하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쟈수아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늘 송코치로부터 받은 장미 한 송이가 다시 한 번 쟈수아를 떠올리게 하며 흐뭇한 일요일 아침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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