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칼럼
2020.02.07 18:29

LA 코리아 타운 殺人事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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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李山海  "혼돈(混沌)"


모든 사건은 필연적이다.

과도한 욕망과 증오,배신 등이 빚어 결과다.

물론 사건 가운데는 우발적인 것들도 많다.

하지만 사건의 상당부분은 계획된 것의 산물이다.


지금부터 전개되는 LA 코리아 타운 살인 사건도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홈리스

 

킴은 날이 저물자 서둘러 저녁식사를 했다.

헌데, 말이 그럴듯한 저녁식사였다.

그가 먹은 음식은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홈리스 푸드였다.

킴은 다름아닌 홈리스였던 것이다.

 

홈리스 킴은 미주한국문인협회와 미주중앙일보가 위치한 LA 사우스 윌터 플레이스에서 노숙하고 있었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서 자생하는 대형 팜츄리 곁에 텐트가 그의 숙소였다.

 

때는 더위가 화씨 1백도를 웃도는 7 중순이었다.

 

홈리스 킴은 저녁에도 한국계 교회에서 나눠주는 무료 배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그가 배를 채운 음식은 샌드위치와 치킨 누들 수프였다.

킴은 건네 받은 음식의 양이 적은 탓에 아쉬움을 느꼈다.

때문에 일회용 용기에 담긴 치킨 누들 수프의 국물을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달달 비워냈다.

 

홈리스 킴은 길거리 푸드를 먹은 텐트 안에서 알몸에 팬티 하나만 걸친 누워 유튜브를 시청했다.

홈리스 처지임에도 그가 스마트 폰을 지니고 있는 것은 하등 새삼스러울 것이 못됐다.

킴은 날마다 코리아 타운내 번화가인 올림픽과 윌셔 블러바드를 오가며 한인들을 상대로 구걸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약정(約定) 필요 없는 프리페이 폰을 구입한 것이다.

 

홈리스 킴은 스마트 폰을 국제전화와 유튜브 시청에만 사용했다.

그는 LA 시간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6시가 되면 어김없이 강원도 춘천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유는. 춘천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8 노모와 결혼도 하지 않고 노모를 부양하는 여동생이 있기 때문 였다.

 

홈리스 킴은 이들에게 자신의 현재 처지를 숨긴 노모와 여동생의 안부만 물었다.

킴은 오늘도 예의 없이 대략 1시간 가량 노모와 여동생을 번갈아 상대하며 통화를 전화를 끊었다.

그러하 애절한 통화 뒤에는 쓰나미처럼 밀어 닥치는 공허감에 괴로워 했다.

때문에, 홈리스 킴은 우울해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버몬트 가에 위치한 리쿼스토어에서 구입한 미니츄어 하드리쿼 럼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점차 기분이 진정되자 유튜브에 시선을 떨구었다.

 

유튜브에선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림스키 코르사코프(Rimsky Korsakov)의 세헤라자데(Scheherazade)가 재생되고 있었다.

곡은 제 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왕녀(andantino quasi allegretto)'였다.

유려하기 그지 없는 현악 선율과 오버에와 플릇, 트럼펫 관악기의 앙상블 매혹적 곡에 취한 홈리스 킴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꿈결처럼 이어지는 리듬속으로 깊숙이 몰입했다.

그렇게 멜로디의 장단 고조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을 즈음이었다.

텐트 밖에서 찢어질 거친 고성이 고즈넉한 기분을 깨트렸다.

홈리스 킴은 본능적으로 텐트 입구를 걷어내고 밖을 살폈다.


팜츄리가 있는 길에서 남녀 쌍과 다른 사내가 서로 마주보며 험담을 주고 받고 있었다.

젊은이들이었다.

나이는 대략 30 초반으로 여겨졌다.

여자는 20대처럼 젊어 보였다.

여자는 검정색 아우디 Q7 서브(SUV)보닛에 기댄 사내 곁에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

얼굴도 초췌했다.

모르긴 해도 무엇인가 궁지에 몰린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들 남녀와 마주 사내는 특히 여자를 향해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육두문자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홈리스 킴은 텐트 밖으로 상체를 길게 내밀고 이들의 일거 투족을 빠짐 없이 스마트 폰에 녹화했다.

지금 입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한국말을 구사하는 코리안들이었다.

그렇다 해서 이들이 한국말에 능숙 것은 아니었다.

어눌했다.

그래서 일까?

한국어가 막힐 때면 영어로 말했다.

흐릿한 가로등 조명을 받고 있는 여자는 반듯한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

사내들 외모 역시 준수했다.


이들이 주고 받는 대화 내용을 추정컨대 3각관계인 싶었다.

아무튼 시간이 흐를수록 격해만 가는 이들의 험담이 최고조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예측을 불허한 엄청난 일이 전개됐다.

끊임없이 여자를 향해 저속한 막말을 퍼부었던 사내가 허리 뒤춤으로 손을 가져가 권총을 꺼내 것이다.

마치 조폭영화에서나 봄직한 그런 행동이었다.

남녀에게 총구를 겨눈 사내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아우디에 등을 기대고선 상대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에선 총알이 연거푸 발사됐다.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미동도 하지 않고 앞에서 펼쳐지 장면을 시선에 담고 있는 홈리스는 어안이 벙벙한 마냥 입만 벌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난생 처음 섬뜩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홈리스는 그러나 한편으론 침착하게 스마트 폰의 비디오 녹화 기능을 거듭 확인하며 영상 녹화를 계속했다.


한편 몸을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총격을 당한 남녀는 자리에서 주저앉으며 절명했다.

남녀가 아스팔트에 널브러지자 손에 총을 거머쥔 사내가 매우 침착한 몸놀림으로 주변을 흩어본 등을 보이며 유유히 현장을 벗어났다.


사내는 사건 현장에서 불과 10 미터 떨어진 갓길에 세워둔 흰색 BMW승용차 속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그리고 시동이 걸린  머리를 황급히 돌려 대로를 향해 쏜살같이 사라졌다.

 

홈리스 킴은 살인범이 차에 오르는 순간 스마트 폰으로 녹화하려 했으나 거리가 탓에 영상에 담지는 못했다.

 

스티브 형사

 

사건 발생 10 .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LAPD 형사들과 감식계 요원들 이었다.

살인사건현장 지휘 책임자는 다름아닌 살인계 소속 베테랑 형사인 앨버트 하몬드와 동료 파트너 여자 형사 앤더슨이었다.

이들과 함께 현장 책임을 맡은 형사가 있었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한국계(1.5)혈통 스티브 혁(한국명: 혁거세) 형사였다.


사복 경찰인 형사는 남미계 출신 여자 형사와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었다.

스티브 형사의 주된 활동 무대는 코리아 타운이었다.

LAPD 수뇌부가 한국계인 그를 정략적으로 코리아 타운에 배치한 것이다.

따라서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코리아 타운 이었으므로   책임자로 지목돼 현장에 투입됐다.


LAPD 사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남녀 사람 모두 목숨이 끊긴 상태였다.

차가운 기운만 멤도는 남녀의 시신은 홈리스의 텐트에서 불과 10 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널브러져 있었다.

이들 남녀가 기대고 있던 아우디 서브 Q7 보닛에는 검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편 사건현장을 접수한 경찰은 현장 주변을 신속하게 폴리스 라인 테잎을 두르고 외부인의 진입을 불허했다.

하지만 어느새 냄새를 맡았는지 사건 취재 담당 기자들이 벌떼처럼 현장으로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앨버트 하몬드 형사는 무질서하게 덤벼드는 기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목청을 돋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고는 순찰 경찰을 향해 말했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얼쩡거리면 무조건 체포해라. 공무집행방해죄로 말이다!”

이렇게 기자들을 향해 엄포를 놓은 앨버트 형사는 사진 기자들이 자신을 향해 플래쉬를 터뜨리며 셔터를 누르자 다시 한번 산경질을 부리며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잠시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물러가자 본격적으로 현장 감식이 실시됐다.

형사반장과 팀을 이룬 스티브 형사는 앨버트와 형사가 시신 감식에 주력하는 동안 살인 현장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잠시 . 주검과 5미터 떨어진 위치에서 4개의 총알 탄피를 발견했다.

9mm 패러밸런탄이었다.

콜트 또는 루거 자동권총에서 사용하는 탄환의 일종이다.

스티브 형사는 즉시 지근거리에 있는  앨버트 형사를 향해 말했다.

반장. 곳에 4개의 탄피가 있습니다. 9mm 패러밸런탄인 것으로 추정되네요.”

형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앨버트와 형사가 발빠르게 다가섰다.

형사는 형사가 볼펜 끝으로 가리키는 탄피에 시선을 꽂았다.

그러고는 앨버트 형사가 고개를 들어 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스티브 형사. 탄피를 모두 수거해 탄도 측정계로 보내게. 그리고 혹시 탄피에 묻어 있을지도 모를 가해자의 지문도 조사해 보게.”

형사 반장의 지시를 받은 스티브 형사는 우선 흩어져 있는 탄피들을 사진에 기록한 보관용 플래스틱 봉투에 하나씩 옮겨 담았다.

 

한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남녀의 주검은 감식계 소속 닥터들에 의해 일차 현장 감식을 치뤘다.

일차 감식 결과 남녀는 두흉부(頭胸部)에 각기 두 발의 총알을 맞고 절명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감식을 주도한 푸른 눈동자가 말했다.

앨버트 반장. 아름답게 생긴 미녀는 폐와 심장에 총알을 한발씩 받았소. 그리고 잘생긴 사내는 눈과 머리통에 각각 총알이 박혔고….아무튼 자세한 것은 검시를 해봐야 답이 나올거요.”

푸른 눈동자의 일차 감식 결과를 귀담은 앨버트 하몬드 형사와 린 앤더슨 형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끄덕여 의사 표시를 대신 했다.

이들 곁에 선 스티브 혁 형사가 함께 동행한 살인계 소속 신참 형사들에게 말했다.

현장 검증이 대충 마무리 됐으니 이 두 영혼을 즉시 부검실로 후송하도록.”

대략 3시간 여에 걸쳐 현장 검증을 마친 형사 반장과 동료 여형사 린 앤더슨 그리고 괴물 살인사건이 후 합류한 스티브 혁 형사는 목격자가 기다리고 있는 텐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마트 폰

 

초췌한 몰골에 수염이 덥수룩한 홈리스는 매우 초조한 기색이었다.

홈리스는 구질구질한 노란색 텐트 앞에서 형사들을 맞았다.

홈리스를 아래 위로 흩어 본 린 앤더슨 형사가 까칠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디 출신이지?”

홈리스가 말했다.

방금 형사 아줌마가 말한 거 무슨 뜻이야?’

순간, 앨버트 형사가 끼어들며 말했다..

차이니스냐, 아니면 코리안이냐 묻는걸세.”

홈리스가 말했다.

아이엠 코리안.”

앨버트 형사가 덧붙였다.

이름은 뭔가?”

홈리스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존 킴!”

존 킴이라….멋진 이름이구먼.”

이번에는 린 형사가 텐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텐트 당신 셀터야?”

셀터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해 진 홈리스가 대답을 피하자 앨버트 형사가 스티브 혁 형사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이 친구가 보아하니 영어가 짧은 것 같구먼. 해서 하는 말인데, 혁 형사가 통역을 해줘야 겠네.”

반장. 알겠습니다.”

형사반장은 그러고는 홈리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장소를 옮겨 인근 미주한국문인협회가 입주한 건물 곁으로 갔다.

이곳 주차장 한 켠에 자리한 형사들은 홈리스를 향해 다양한 질문을 퍼부었다.

앞서 말한 대로 홈리스의 영어가 어눌한 탓에 통역은 스티브 혁 형사가 처리했다.

홈리스는 자신을 상대하는 인물들이 탐욕스런 LAPD 소속 형사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더군다나 혁 형사가 밝힌 살인계 소속 형사들이라는 대목에선 웬지 을씨년스런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자신은 여지껏 아무런 죄를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시민이지만 살인계 소속 형사들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웬지 개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자신은 목격자였다.

따라서 지금 자신을 향해 속사포를 쏘아대고 있는 형사들의 질문에 목격한 사실 그대로를 가감없이 털어놓아야 한다.

속으로 이렇게 자문한 홈리스는 마치 전쟁터에서 적진을 향해 돌진할 태세를 갖춘 병사처럼 비장한 표정을 해 보이며 차근차근 목격담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홈리스는 앞서 벌어진 상황 그대로를 필름에 담긴 영상처럼 재현해 나갔다.

한국말을 코리안처럼 완벽하게 표출하는 스티브 혁 형사는 홈리스의 증언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영어로 통역했다.

혁 형사의 통역이 너무나 완벽한 탓에 동료인 린 형사가 오히려 노파심이 곁들인 말을 건넸다.

스티브 혁. 지금 당신이 통역하는 모든 말은 완벽한 거죠?”

순간 앨버트 형사와 혁 형사가 동시에 웃음보를 터트렸다.

그러고는 혁 형사가 린 형사를 곁눈질 하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믿어 주세요.”

반장 앨버트 형사가 홈리스에게 말했다.

존 킴이 지금까지 말 한 목격담은 이번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가 될거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다는 흰색 승용차의 번호판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물론 범인이 타고 도주한 승용차가 BMW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수확이긴 하나 이 넓은 천사의 도시에서 그 차를 찾아내기란 그리 녹녹하지 않겠지.”

여기까지 말 한 형사 반장은 홈리스에게 동의를 구하 듯 말꼬리를 내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홈리스를 곁눈질 한 린 형사 역시 억양에 잔뜩 힘을 가하며 다그치 듯 말했다.

이봐, 존 킴. 혹시 당신이 목격한 사실 말고 또 다른 뭐가 없나? 예를 들면 범인과 피해자들이 다투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거나, 아니면 녹음을 했다던가 하는 것 말야. 당신도 알겠지만 요새는 전화기로 남몰래 모든 것을 녹취하고 저장하는 세상이야. 혹시 당신도 전화기 사용해?”

하지만 홈리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신은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표시였다.

홈리스가 완강한 자세를 취하자 형사 반장도 전화기 소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이봐, 존 킴. 오늘 우리에게 증언한 목격담 정말 고마우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마다 협조를 해야 돼. 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닐세. 단지 협조 요청을 하는거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나?”

홈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홈리스가 입을 떼지 않자 린 형사가 다시 끼어들었다.

그러고는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오늘 발생한 살인 사건은 매우 심각한 건이라구. 더군다나 피해자들이 다름아닌 코리안이야. 당장 예견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건이 미궁(迷宮)속으로 빠질 수도 있어. 다시 말해서 이 살인사건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야. 때문에 당신의 협조야 말로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을 잡는 나침판이 될 수 있어. 해서 하는 말인데아직도 우리에게 털어놓지 않은 것이 있다면 서슴없이 말해줘요. 뿐만 아니라 혹시 또 다른 증거가 나오면 즉시 말해 주길 바래.”


스티브 혁 형사의 동시 통역을 귀담은 롬리스 존 킴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가 목격담 외에 추가적인 증언을 하지 않자 앨버트 하몬드 형사가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지폐였다.

손에 쥔 지폐는 1달러짜리 다섯 장과 5달러 지폐 한 장 뿐이었다.

아침에 경찰국 근처 도넛 가게에서 커피와 햄 앤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한 뒤 지불한 20달러짜리 거스름 돈이었던 것이다.  

형사 반장은 손에 쥔 지폐를 한 장 한 장 카운트를 한 뒤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앨버트 형사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린 형사를 향해 말했다.

이보시게, . 주머니에 있는 것 모두 꺼내 보라구.”

형사 반장은 동시에 스티브 혁 형사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다.

형사 반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두 형사가 주머니를 뒤졌다.

몇초 후 세 형사의 주머니에서 갹출한 돈을 합산한 결과 모두 60 달러 였다.

캐시는 지폐와 쿼터 다임과 패니 등 동전까지 달달 턴 것이었다.

형사 반장은 자신의 손에 집힌 지폐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모은 돈의 액수가 너무 빈약해서 였다.

형사 반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홈리스에게 돈을 건네며 말했다.

이봐, 존 킴. 돈이 턱없이 부족해 미안하네. 이 돈으로 식사나 하라구. 보시다시피 형사들도 주머니 사정이 그다지 풍족하지 못하이. 아무튼건강하시게. 앞으로도 우린 자주 만나야 할 걸세.”


홈리스 존 킴과 둘러 앉아 그의 목격담을 채록한 형사들은 훗날을 기약하며 홈리스와 헤어졌다.

결코 함께해서 좋을 턱이 없을 형사들이 끝내 자신 곁에서 사라지자 비로소 평정심을 되찾은 홈리스 존 킴은 청바지 안춤에 깊숙이 찔러 넣은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핀 후 문제의 장면들을 재생했다.

방금 전 여자 형사가 까칠한 표정으로 말한 결정적수사단서가 될 끔찍한 총격 장면이 화면에서 오버랩 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화면 속에는 식별이 불분명한 살인범의 흐릿한 윤곽도 드러났다.


홈리스가 보관하고 있는 문제의 이 화면만 있다면, LAPD는 결코 지루하고도 고된 그림자 수사를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헌데, 홈리스는 공권력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 않고 숨겼다.

아니,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따라서 홈리스의 우유부단은 쉽사리 해결할 수 있는 초동 수사를 난항에 빠트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계속)


이산해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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