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2020.03.20 14:54

김학천 조회 수:13

 중국에는 유명한 4대 미녀가 있다. 춘추시대 오 나라 왕에게 보내져 국정을 혼란케 해 오 나라를 무너뜨린 월 나라의 서시, 삼국지에서 여포로 하여금 양부 동탁을 죽게 한 초선, 당 현종의 애첩으로 국정을 어지럽혀 안록산의 난을 초래케 한 양귀비 그리고 한나라 왕소군이다.
  이들의 별명 또한 흥미롭다. 서시는 물속의 물고기조차 그녀 미모에 놀라 넋을 놓고 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침어(沈魚), 초선은 그녀의 미모에 눌려 달이 구름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고 해서 ‘폐월(閉月). 양귀비는 아름다운 꽃들마저도 그녀의 모습에 부끄러워했다는 뜻의 ‘수화(羞花), 그리고 왕소군은 날아가던 기러기가 그 미모에 놀라 땅으로 떨어졌다고 ‘낙안(落雁)’으로 불렸다니 그 미모들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 중 왕소군은 전승에 의하면 BC40년 경 한나라 원제 시절의 궁녀였다. 헌데 궁녀들의 용모를 그리는 화공이 자기에게 뇌물을 주는 궁녀들의 모습만 아름답게 그려서 황제에게 올렸다. 하지만 왕소군은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밉게 그려졌기 때문에 황제의 눈에 들 기회가 없었다.
  당시 한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군사적 충돌로 갈등을 빚어왔던 북방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따라 궁녀 하나를 시집 보내기로 했는데 왕소군이 지목됐다. 드디어 그녀가 흉노 왕에게 시집가는 날 왕소군의 용모를 처음 본 원제는 그 미모에 크게 놀라 보내기 싫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크게 노한 원제는 화공을 죽이고 그의 재산을 몰수했다.
  왕소군은 미모뿐 아니라 총명하고 기예도 출중한데다 멀리 내다 보는 안목도 있었다. 비록 고국에서 버림받고 흉노로 시집갔지만 왕자와 두 공주를 낳고 두 나라의 화목을 위해 애쓴 결과 60여 년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그곳에서 죽었다
   600 여 년 후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그녀의 불운한 삶을 두고 시를 지었는데 그 가운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이 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절기로는 분명 봄인데도 봄 같지 않을 때 자주 쓰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절이 왔는데도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여의치 못하다는 은유적으로 더 자주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지난 5일은 대지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었다. 눈 속에서도 꽃이 핀다는 설중매를 비롯해 홍매화도 깨어나는 등 야생화들도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을 알리고 있다. 해서3월을 두고 흔히 ‘춘삼월 호시절’이라고 한다.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란 얘기다. 하지만 자연은 그러한데 요즘 우리의 마음과 분위기는 그렇지가 못하다.
   어쩌면 봄에 잘 찾아온다는 우울증 때문일까? 봄 우울증은 감정에 관여하는 호르몬들이 3-4월에 분비량이 감소되면서 균형이 깨지게 되어 화창한 봄 날씨에도 감정이 쳐지고 슬퍼지게 되는거다. 다시말해 스프링 블루다.  
  하지만 이것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도 한 겨울에 머물러 있어서다. 스프링 블루에 코로나 블루까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이다. 그래도 봄은 희망의 계절인 만큼 내일은 오늘보다나을 이란 마음으로 조금만 참고 힘을 낸다면 봄의 화사함이 우리 마음에 깃들 것이라 믿는다. (3-17-20, 코리아타운 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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