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4
전체:
56,655

이달의 작가

내기 노름

2020.06.15 14:07

라만섭 조회 수:172

내기 노름

 

로토 일등에 당첨될 확률은 수학적으로 벼락 맞을 확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행위에 뛰어든다. 사행심을 자극하여 돈을 버는 일에는, 개인이나 정부나 다름이 없나 보다. 사회주의 독재국가인 북한 조차도, 타락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인민 공채를 발행한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주식 투자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순수한 목적의 투자가 점차 투기로 변하기도 한다. 단기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기는 도박이나 다를 바 없다. 모든 투자에는 위험이 따른다. 단일 업종의 주식에 장기간 집중 투자하는 행위도 예외가 아니다. 오랜 동안 미국인의 뇌리에 교과서적인 모범 기업으로 각인돼 온 제네랄 일렉트릭(GE)의 주가가 최근 폭락을 거듭하여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대이변이 생겨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회사 재정의 악화로 퇴직 연금 지급조차 불투명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생은 도박이다라고 한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던지기 따위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여기 신의 존재 여부를 놓고 내기 노름을 제안한 한 과학자의 이름이 떠오른다.

 

17세기 프랑스가 낳은 저명한 수학자,물리학자,철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당대의 수학의 대가들과 어울려 토론을 벌이기도하고 계산기를 만들어 부호들에게 팔기도 했다. 20대에는 확률을 연구하는 작업에 몰두 하였다 한다. 고독과 가난으로 얼룩진 30살 되던 해에 신비스런 장면을 경험한 이래 가톨릭에 귀의하여 8년 동안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생활하던 중 극심한 전신 경련을 일으켜 3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그는 생전에 ‘Pascal's Wager'라고 불리는 내기를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독교에 귀의하기 전의 파스칼은 그자신이 룰렛(Roulette)을 발명하면서 까지 도박을 즐긴 기분파였다는 사실이 기록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신에 대한 내기를 제안한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것 같다. 우선 그는 네 가지의 걸기(Bet)를 전제하고 그에 따른 각각의 보상을 정해 놓았다. 신의 존재를 믿을 것이냐 안 믿을 것이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내기를 포기할 여지는 남겨놓지 않았다. 다시 말하자면 불가지론(Agnosticism)적 사고의 문은 차음부터 닫혀 있다. 흑백 어느 쪽에 거느냐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보상(결과)이 주어지는 것으로 돼있다.

 

1, 실제로 신이 존재하며 거기에 내기를 걸 경우: 무한한 이득(천국)을 얻는다. 2, 실제로 신이 존재함에도 그것을 부정하는데 내기를 걸 경우: 무한한 고통(지옥)을 겪는다. 3, 실제로 신은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한다고 내기를 걸 경우: 잃을 것이 없다. 4, 실제로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거기에 내기를 걸 경우: 얻을 것이 없다.

 

이와 같은 파스칼의 내기는 내용면에서 편파적이며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우연과 필연에 대하여 생각할 계기를 마련해 주는 솔직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유사 이래 인류에게 던져진 가장 큰 명제중의 하나는 생명의 기원이라고 하겠다. 그것이 필연의 산물이냐 우연의 산물이냐에 대하여, 느낌(직감)이 아닌,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명쾌한 해답을 나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도 140억년 된 우주의 역사 속에 파묻히고 마는 것인지 모르겠다.

 

애당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자연의 산물로서 예기치 않은 세포의 변화 과정을 거치며 장구한 세월 동안 진화해온 것이라면, 또 다른 형태의 예기치 않은 세포 변이가 언제든지 있게 마련인 것이 자연 생태계의 생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는지. 아니면 우주안의 모든 생명체는 처음부터 미리 예정된 어떤 목적에 의해서 주관되고 있다고 할 것인지.

 

다른 또 하나의 내기를 거는 것으로 이글을 마치게 된 것은 우연한 일이다.

 

20206

 

* 이글을 쓰게 된 원래의 목적은 내기노름 이야기를 하고자 함에 있다. 종교 와는 무관함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