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일찍 넘어가고 아침은 늦게 시작되는 계절에도 우리는 잘 지냈다. 해가 조금 더 오래 떠있고 저녁이 늦어지는 계절이 되었을 때 그 사이를 비집고 이름이 낯설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은 주일에 교회를 오지 못하게 했다. 친구와의 만남도 갈라 놓았다. 못된 바이러스가, 보이지도 않는 괴물이, 도깨비도 아닌 것이 기생충도 아닌 것이 인간에게 다가와 두렵게 만들고 정서를 파먹어 들어간다. 노인 들을 갇힌 느낌으로 답답하게 살게 만들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슬픔에 젖게 한다.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한다.
 
 
   교회를 가지 못하고 책상 앞에 앉아 목사님의 얼굴을 보아야했다. 조용히 말씀을 전하시지만 그 얼굴에 성도들을 보지 못하시는 슬픔이 보인다. 인내로 참으시는 강인함이 보인다. 찬송을 열심히 인도하여 부르시는 목사님의 얼굴도 보인다. 
 
   마음이 아픈 시간에 오늘은 비마저 내리고 있다. 밖이 그립다. 나가고 싶었다. 교회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차 안에 있으면 괴물이 나를 잡으러 오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갔다. 둘러쳐진 철조망 사이로 교회를 본다. 조용히 비를 맞고 서있는 교회를 멀리서 바라보니 마음이 쓸쓸하고 그리움이 솟는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엘레이 동물원을 돌아 골프장의 외곽으로 천천히 차를 움직여 간다. 비를 맞으며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다니는 차는 없으나 주차한 차들이 더러더러 보인다. 간간이 아이를 무등태우고 빗 사이를 걷는 가족들이 지나간다. 모자 달린 웃 옷과 목이 긴 운동화를 신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차림이다. 집에 있기 답답하여 공원으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3월에 이렇게 비가 여러날 오는 것은 아마도 괴물이 데려간 사람들을 슬퍼 하는 것일까?  주일마다 주보 광고에는 가신 분들의 이름과 나이, 장례일정이 나온다. 그러나 가 볼 수가 없다. 10명 이상의 모임은 할 수 없다하니 기꺼이 참석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게 만든다. 보고픈 사람들과의 마지막도 함께 할 수 없이 너무 외롭게 하늘로 가는 그들이 애잔하다. 짠하다. 속이 상한다. 그래서 하늘이 함께 운다.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그 하늘의 위로도 받을 수 없는 가족과 친지는 서러워 울고 또 운다. 하늘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을 알아도, 만나서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알아도 지금 마음이 슬픈 것을 참을 수 없기에 울고 또 운다. 하늘도 울고 가족도 운다. 지금은 세계의 많은 사람이 돌연히 떠난 가족을 잃고 울고 있다.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나도 함께 울었다. 더 쏟아져라 더 쏟아져라 원했다. 못된 것을 다 쓸어가거라 바라는 마음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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