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02:33
나뭇잎배 - 이만구(李滿九)
앙상한 가지 위 남겨진 겨울 잎새
일찍 봄 오려나 바람이 불어와
잔설 녹아 흐르는 개여울 위에
살포시 떨어지는 순간의 입맞춤
동그란 물둘레 튕기어 놓고
돌 틈 사이 부초처럼 한참을 맴돌다가
행여, 어디로 떠가는 것 일까
결국, 물은 흘러가 강물이 되고
나무는 선채로 초록 꿈꾸는데
하늘과 땅 사이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젖지 않는 마른 수의를 입고
맑은 물에 비친 천연의 고운 빛깔로
여울지는 청초한 모습 이어라!
너는 언젠가 가야 할 길손 인양
무상의 계절 건너 떠나가는 나뭇잎배
봄밤에 타오르는 별빛이 되어
정녕, 순하게 지는 망자의 넋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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