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5 03:22
대추나무의 비명 - 이만구(李滿九)
새로 돋아난 줄기 마디 여린 초록 가시였다. 휘어질 듯 위로 뻗치던 대추나무. 해묵은 가지에 창끝 가시. 놀란 새들도 살피며 날아갔다
큰 대추알 매달고 노랗게 물든 단풍잎. 바람 불어 고스란히 지던 날, 사슴뿔이 되어버린 가지들. 뒹구는 낙엽 휩쓸려 날리었다
앙상한 나무 위에 추적추적 내리던 겨울비. 찬바람 한기 속 흔들림 없이 동면 채비한다. 단단한 그 가시나무 죄의 면류관 뼈대만 남기었다
서리 하얗게 쌓이던 밤, 어둠 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소리. 가시 많은 나뭇가지에 벼린 초승달 걸려있다. 길 떠나는 철새들의 울음소리였을까
이듬해 이른 봄, 강풍은 결국 그 대추나무를 덮치고 말았다. 간신히 허리 힘주어 반쯤만 기울고, 젖은 땅 밑 한쪽 뿌리 부러지는 소리 들렸다
그 후 부활절 때쯤인가, 죽은 줄만 았았던 메마른 가지에서 새순이 움트기 시작했다. 다시 뻗쳐오르는 생명의 약동. 지저귀는 새들 모여 와 총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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