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0 05:14
아침 둘레길 - 이만구(李滿九)
하루를 다짐하고 선잠 깬 사람들
앞 서거니 달리며 멀어져 가는 산책로
뿌옇게 이슬 내려 풀잎에 맺혀있다
꿈이 숭숭해서 연무가 낀 건지
지팡이 짚고 펭귄처럼 절뚝거리며
낯선 이국 동네 한 바퀴 걷고
돌아오시던 울 아버지 생각이 난다
혹시라도 고향에 못 가고 죽거들랑
양지바른 저 뜨락에 묻어달라던
큰 나무 그루터기 하나 있던 곳
아침 둘레길,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새로 심은 단풍나무와 고목 그루터기
서로 어우러진 이슬 젖은 정원,
안갯속에 피어오르는 하얀 그림자
흔들의자에 걸터앉은 울 아버지가
웃음꽃을 핀 하회탈의 표정으로
오늘 하루 잘 갔다 오라 손짓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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