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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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어머니의 빨랫줄

2021.03.25 03:57

Noeul 조회 수:5

어머니의 빨랫줄 - 이만구(李滿九)

햇볕이 금싸라기처럼 쏟아지는 가을날 오후 우리 집 뜨락에 
대추나무 사이 보이지 않는 줄이 쳐있다 

늙으신 어머니가 애쓰시며 
포대기와 담요를 빨아 널으시고 
바람은 먼 데서 달려와 지렛대조차 
삐그덕 거리며 마른 것들을 펄럭인다 

반공일 오후의 집 앞마당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던 자식의 집게에 걸린 하얀 넌링구와 잠옷들 
어머니의 꿈인 아들의 검은 제복 
다이아몬드 이름표 달린 학생복도 손수 빨아 말리시는 어머니 
쫌쫌한 햇살과 보송보송한 옷자락이 바람 속에 흔들어대며 아우성친다 

우물 옆 장독대 위에서 
마른 나물을 봉지봉지 담아 넣으시고 
구부러진 허리를 하고 
고구마순과 썬 무 조각들 채반에 말리고 계신다

토방의 양지바른 곳에는 하얀 끈이 매달린 젖은 운동화가 햇빛에 걸쳐있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한 세상 살면서 아무리 초라하고 
가난할지라도
자신을 귀히 여기며 꿈과 희망을 하늘 같이 간직하고
희생하던 사람들 잠시 생각해 본다 

이국땅 뜨락 저 대추나무 사이 
걸릴 내 몫으로 돌아온 빨랫줄에는 옛 시절 어머니가 그리하셨듯이
주말이면 나는 무얼 널고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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