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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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2021.03.26 04:43

(上) 여의도 殺人事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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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여의도  殺人事件 관련 자료 사진(유튜브 캡처)

 

심마니 조진철은 이른 새벽에 깼다. 

꿈 때문이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냉수를 들이키며 지난 밤 꿈을 떠 올렸다.

결코 예사롭지 않은 길몽(吉夢)이었다.

 

심마니는 산행에 앞서 다양한 약초를 섞어 만든 주먹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그러고는 서둘러 약초 채취 장비를 챙긴 뒤 집을 나섰다.

그가 등에 짊어진 백팩에는 식수를 비롯한 간단한 음식과 비상용 치료약과 함께 드론이 들어있었다.

 

집을 나선 심마니는 소나타 승용차를 운전해 통일교 청평 수련원이 위치한 인근 야산으로 향했다.

1시간 가량 차를 운전해 도착한 곳은 산세가 원만한 평지였다.

심마니는 그곳에 차를 주차한 뒤 트렁크에서 약초를 캘 장비를 꺼냈다.

그리고 백패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긴 뒤 산을 타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의 산 주변은 옅은 안개로 덮여있었다.

하지만 시야를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청바지 차림에 등산화를 신은 그는 산을 오르며 신에게 기도했다.

주님. 오늘도 저와 함께 동행해 주옵소서

이렇게 갈구(渴求)한 심마니는 힘차게 앞으로 나갔다.

 

유튜버 심마니

7월의 야산(野山)은 기()로 충만했다.

온 갖 방초들과 나무들이 생장(生長)을 굳건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마니는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숭배했다.

기독교 열심당원인 그는 신이 빚은 자연의 오묘함을 체득(體得)하며 고개를 숙였다.

산은 신이 그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심마니는 일정한 보폭으로 대략 10여분을 걸어 전나무가 울창한 숲 지대에 들어섰다.

지난주에 발견한 더덕 군락(群落)이 그 속에 있었다.

50여 미터 가까이 다가가자 더덕 특유의 상큼한 향이 후각(嗅覺)을 극도로 자극했다.

군락에 도착한 심마니는 즉시 등에 짊어진 백팩에서 칼과 조립식 호미를 꺼냈다.

심마니는 돌무더기를 쌓아 표적을 만든 곳에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더덕을 캐기 시작했다.

더덕은 한 두 뿌리가 아니었다.

사방 곳곳에 퍼져 있었다.

크기도 컸다.

때깔 역시 최상품이었다.

이 정도면 산삼에 버금갈 것이다

 

오늘은 더덕만으로도 커다란 수입이다.

캐낸 더덕은 전량 모두 신세계 호텔 주방으로 팔린다.

심마니는 간밤의 길몽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경건하게 신에게 감사했다.

그는 행여 더덕이 다칠까 조심조심 흙을 파냈다.

그렇게 집중을 다해 호미 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매우 미세한 인기척이 전해왔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이었다.

비록 희미 하기는 했으나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심마니는 처음에는 무시했다.

하지만 호기심은 끝내 그의 손놀림을 멈추게 했다.

심마니는 호미를 내려놓고 백팩을 열었다.

그리고 드론을 꺼냈다.

심마니가 드론을 지녔다 하니, 고개를 갸우뚱 거릴 것이다.

하지만 알고 나면 이내 수긍이 간다.

심마니는 유튜브 심봤다를 운영하는 유튜버였다.

흔치 않은 컨텐츠로 구독자 15만 명을 거느린 그는 산행을 하며 찍은 동영상을 매주 토요일 유튜브에 소개했다.

타이틀 심봤다는 그가 실제로 130년 산 산삼을 캐 횡재를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드론을 꺼내 든 심마니는 기기를 꼼꼼히 살피며 컨디션을 확인한 뒤 이내 전나무 숲 위로 날려 보냈다.

심마니는 디지털 모니터가 장착된 조종기를 능숙한 솜씨로 다뤘다.

그는 당초 인기척이 들려왔던 방향으로 드론을 띄었다

그렇게 수십 초에 걸쳐 주변을 살피자 놀랍게도 모니터 화면에 여러 사내들이 삽으로 구덩이를 파내고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심마니의 두 눈이 쌍라이트처럼 켜졌다.  

화들짝 놀란 그는 사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드론을 조심스레 비행(飛行)했다.

그리고 드론에 장착된 망원렌즈로 이들의 일 거수 일 투족을 담았다.

 

삽을 들고 구덩이를 파고 있는 사내는 모두 6명이었다.

또한 사내들 곁에는 또 다른 남성 3명이 서 있었다.

모두 정장 차림이었다.

입에 담배를 문 정장들은 삽질을 하는 사내들을 향해 무언가를 지시하는 듯 했다.

정장들 뒤에는 검정색 포드 카고벤이 서 있었다.

 

한편 정체불명의 괴한들은 일에 몰두하느라 드론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한동안 정신없이 땅을 파 내려간 사내들이 비로소 허리를 펴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들 가운데 몇몇이 정장들을 향해 삽으로 구덩이를 가리키며 무어라 지껄였다.

순간, 정장들은 곧바로 카고 벤으로 다가가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미 백으로 불리는 검정색 비닐 바디 백(Body Bag) 2개를 끄집어 냈다.

바디 백을 흙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 친 정장들이 사내들을 턱으로 불렀다.

사내들이 모여들자 바디 백의 지퍼를 열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사내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바디 백의 지퍼를 내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자였다.

한구()의 시체는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긴 생머리였다.

또 다른 시체는 목을 덮는 단발이었다.

 

사내들은 시체를 보자마자 토악질을 했다

추측컨데 시체가 부패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손으로 코를 움켜 쥔 사내들이 2구의 시체를 각기 나눠 들고 흙구덩이에 던졌다.

사내들은 이어서 황급히 퍼낸 흙을 구덩이에 메우기 시작했다.

시체를 은닉하는 작업은 10여 분만에 끝났다.

시체를 묻은 괴한들은 삽과 곡괭이 등 장비를 카고 벤에 싣고 차에 올랐다.

사내들이 모두 차에 오르자 카고 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현장을 벗어났다.

카고 벤이 멀찌감치 사라지자 3명의 정장들도 토요타 캠리 승용차에 올랐다.

이들 가운데 조수석에 앉은 정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연결했다.

전화 통화는 대략 10여초 간 이뤄졌다.

통화를 끝낸 정장이 말했다.

영감님께서 오늘 저녁 룸싸롱 열락(悅樂)에서 한턱 쏜다고 하신다. 어여 가자.”

 

한편 심마니는 괴한들이 모습을 감추자 드론을 안착 시킨 후  부랴부랴 백팩을 챙겼다.

마음이 다급한 심마니는 횡재고 뭐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

한시바삐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이 능사였다.

행여 누군가가 지신을 뒤 좆을까 전전긍긍했다.

뒷덜미도 저려왔다.

심마니는 쓰나미처럼 엄습 해오는 불안감을 애써 떨쳐내며 승용차를 향해 내달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사건현장을 목격한 심마니는 곧바로 관할 경찰서로 갔다.

그는 드론을 통해 목격한 현장상황을 신고하고 증거물로 동영상을 제출했다.

드론이 촬영한 동영상을 살핀 경찰은 즉시 수사팀을 사건 현장으로 급파했다.

경찰은 만약을 대비해 일용직 인부도 딸려 보냈다.

현장에 도착한 수사팀은 대략 1간에 걸쳐 현장 감식을 펼쳤다.

사건현장에서 초동 수사의 필수적 행위였다.

헌데, 사건 현장에는 단서가 될만한 이렇다 할 증거물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쉽게 확보하는 담배꽁초는 물론 족족 마저도 없었다.

흙구덩이 주변은 마치 봄맞이 대청소를 한 듯 말끔하게 손질돼 있었다.

현장 상태로 보아 범인들은 프로들인 것 같았다.

수사의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거의 완벽하게 감췄기 때문이다.

현장 감식에 실패한 경찰은 한 발 물러나 인부들에게 흙구덩이를 팔 것을 주문했다

인부들은 경찰의 요구에 따라 조심스레 흙구덩이를 파내려 갔다.

그렇게 30여분에 걸쳐 흙을 거둬내자 구덩이에 묻힌 2구의 여성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습을 드러낸 시체는 엄청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부패가 시작된 것이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은 한 여성의 시체는 정강이 뼈가 피부를 뚫고 밖으로 돌출돼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은 시체들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고 인지(認知)하고 2구의 시체를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이송했다.

 

한편 국과수로 옮긴 사체는 지하에 위치한 부검실 냉동실에 안치됐다. 사체 부검은(剖檢醫)베테랑 검시관(檢屍官)인 닥터 지철환이 맡았다.  

문제의 사체가 국과수로 옮겨온 지 사흘째 되던 날 부검 지시가 떨어졌다.

사인 판명을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부검 오더를 받은 지철환 검시관은 냉동실에서 사체를 차례로 꺼내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부검대에 눕히고 주검을 살폈다.

헌데, 두 주검이 어디에선가 본 듯했다.

팔짱을 낀 채 사체를 이리저리 살핀 검시관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2주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본 실종 인물들과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검시관은 허리에 찬 삼성 갤럭시 노트 스마트 폰을 꺼내 유튜브를 검색했다.

그러고는 2주전 뉴스를 다시 확인했다.

유튜브 뉴스 화면에 비친 자료 사진 속 실종 인물들이 부검대에 올려진 사체들과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유튜브에서 시선을 뗀 검시관의 머리 속에 특정 인물이 떠 올랐다.

다름아닌 여의도 경찰서 강력계 소속 진달래 형사였다.

그녀라면 이들 시신을 즉각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검시관은 스마트 폰에 얼굴을 비춰 잠금 화면을 해제하고 진형사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발신 버튼을 눌렀다.

3초만에 상대가 말했다.

여의도 경찰서 강력계 진달래형삽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검시관이 반색하며 말했다.

오랫만이오. 진형사.”

상대가 말했다.

어머, 닥터 지 선생님. 느닷없이 웬일 이세요? 잘 지내고 계시죠?”

물론이오. 진형사 덕분에 늘 행복한 일상이오. (You)는 어떠신가?”

상대가 말했다.

엄청 바빠요. 날이 갈 수록 도둑놈들이 늘어나서 그렇죠. 헌데, 닥터께서 저한테 전화를 넣으신 이유는 사적인 것은 아니죠?”

역시 예리하오. 그렇소 아주 중요한 소스를 알리려 전화한거요.”

말씀하세요.”

 

검시관은 상대에게 자초지종을 늘어놓았다.

상대는 즉각 반응했다.

선생님. 지금 당장 달려갈 거예요. 꼼짝 말고 계세요.”

 

1시간 후

진달래 형사와 검시관이 마주한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었다.

닥터는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진형사를 노골적인 시선으로 훔치며 반색했다.  

진형사는 검시관의 그같은 행동을 애써 무시한 채 문제의 사체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검시관은 진형사와 좀 더 사적인 시간을 같고 싶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은 공무수행 중인 때였다.

 

검시관은 진형사와 함께 냉동실로 가 두 사체들을 꺼내 부검대에 눕혔다.

2구의 여성 사체는 방부제 투입으로 부패가 멈춘 상태였다.

하지만 목 부위와 등, 팔목, 허벅지 등엔 보라색으로 변한 멍든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두 주검을 꼼꼼히 살핀 진형사가 말했다.

“박사님.DNA와 지문 감식은 완료 했나요?”

검시관이 답했다.

(턱으로 주검을 가리키며) 물론이오.지문 감식 결과 이들의 신원이 밝혀졌소. 머리가 긴 피해자의 이름은 방미리. 나이는 28세고, 서울 출신이오. 그리고 미혼입니다.”

진 형사가 말했다.

“단발머리는요?”

검시관이 답했다.

“이름은 소유진.나이 26,전북 전주 출신의 미혼여성이오.”

 

검시관이 두 주검의 인적 상황을 밝히자 진 형사가 청바지 뒷 주머니에서 사진 두 장을 꺼냈다.

4X4크기의 컬러사진이었다.

사진에 필사된 긴 머리는 활짝 웃는 표정이었다.

젖가슴이 뤈히 드러난 티셔츠 차림의 그녀는 매우 즐거워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 한 모습의 단발머리 역시 웃고 있었다.

구획이 또렷한 이목구비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반증(反證)했다.

진 형사가 손에 쥔 사진을 곁눈질한 검시관이 말했다.

생명이 붙어 있을 때는 저리도 아름다운 형상이었는데, 열기가 빠져나간 주검은 한 갖 고기 덩이에 불과하오.”

검시관의 말을 귀담은 진형사가 양쪽 볼에 보조개를 피우며 입가에 주름을 잡았다.

진형사의 고혹(蠱惑)한 아름다움을 훔친 검시관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헌데, 이들이 진 형사가 찾는 인물들과 동일하오?”

진 형사가 말했다.

그래요. 이들은 여의도에 위치한 룸싸롱 열락에서 일했어요. 저의 관할이죠.”

그렇다면 내가 진 형상에게 제대로 귀띔을 한거요?”

진 형사가 답했다.

물론이예요.”

 

시체로 변한 두 피해자의 인적 상황을 확인한 진 형사는 다시 사체를 바라보며 물었다.  

부검 결과에 따른 사인(死因)은 무엇이죠?”

검시관이 답했다.

사인은 두 사람 모두 심한 구타와 경부압박(목졸림)에 의한 질식사였소.”

진형사가 말했다.

얼굴을 비롯한 손과 발 다리에 울혈과 점출혈이 두드러져 보이는군요.”

그렇소.이들이 목졸림을 당하자 심장박동이 급격히 증가했소. 이 과정에서 혈액이 모세혈관으로 몰리며 몸 곳곳에 자줏빛 반점이 생긴거요. 상흔(傷痕)으로 추측컨 데 범인은 노련한 킬러요

“…..?”

말인즉슨 두 피해자의 목졸림 흔적이 같았기 때문이오

또 다른 특이점은요?”

검시관이 사체의 등을 보이며 답했다.

두 피해자의 등과 어깨에 드러난 멍자국은 쇠장식이 달린 가죽 혁대로 심하게 구타를 당한 흔적이오. 특히 군데군데 살점이 뜯겨 나간 이유는 혁대의 버클(쇠장식)때문 이었소. 흉터를 자세히 살펴보니 버클은 말발굽 형 장식으로 판독이 됐소.”

내상(內傷)도 확보하셨나요?”

물론이오.단발머리 피해자의 경우 갈비뼈가 3개가 부러지고 1개는 금이 갔소. 부러진 각도를 측정해 보니 야구 방망이 또는 어떤 물리력에 의해 타격을 받아 부러진 거요.”

 

진형사는 검시관의 부검 결과를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형사 수첩에 기록했다.

동시에 삼성 갤럭시 노트 스마트 폰의 녹음 기능도 활용해 검시관의 설명을 녹음해 나갔다.

 

진형사의 일 거수 일 투족을 훔쳐본 검시관이 이번에는 긴 생머리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가씨는 왼쪽 발 넙다리뼈(Femer)중간에 위치한 넓은근이 부러져 피부 밖으로 돌출됐소.”

넙다리 뼈라구요?”

진형사가 검시관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그렇소.인체에서 가장 길고 튼튼한 뼈요. 그럼에도 이것이 부러져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온 것은 엄청난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오. 부러진 뼈의 조직을 살펴보니 쇠몽둥이로 가격한 것으로 추론됐소.”

진형사가 말했다.

조폭들이 흔히 쓰는 수법 이예요. 놈들의 집단 난투극에서도 이와 흡사한 상태가 종종 드러나죠.”

검시관이 말했다.

도대체 이 아가씨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듯 처절하게 얻어 맞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소. 그동안 수많은 주검들을 부검했지만 이토록 끔찍스런 타살은 이례적이오. 뿐만 아니라 이들의 목숨이 붙어 있자 아주 제거하기 위해 끝내는 목을 졸라 교살(絞殺)했소.”

진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시관은 애처로운 눈길로 긴 생머리 사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 형사의 시선도 검시관을 따랐다.

진 형사가 이내 입술을 움직였다..

박사님 혹시 강간은 당하지 않았나요?”  

강간이란 단어에 입 꼬리가 올라간 검시관이 답했다.

“DNA 감식 결과 타인의 정액이 검출된 것은 없었소. 다만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소.”

“……?”

단발머리 사체에서 검지손가락 손톱크기만한 초소형 디지털 메모리카드가 발견 됐소.”

뭐라구요, 디지털 메모리 카드?”

진 형사가 토끼 눈으로 물었다.

검시관이 답했다.

그렇소. 사진 또는 영상 작업에 쓰이는 메모리 말요. 그것이 콘돔의 앞 부분만을 잘라 만든 콘돔 속에 들어 있었소.”

콘돔은 어디에서 발견했나요?”

여자의 비너스 안 깊숙한 곳에.”

진 형사는 놀랍다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러고는 검시관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디지털 메모리 카드는 지금 어디 있죠?”

검시관이 말했다.

영상 판독실에 있소. 지금 함께 가시겠소?”

물론이예요

진 형사의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알 수 없는 흥분이 그녀의 걸음걸이를 더욱 빠르게 했다.

금곡 산장

잣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찬 금곡 산장에 대낮부터 남녀가 벌거벗은 채애정행각에 몰입하고 있었다.

사내는 도토리 머리 두상(頭上)을 한 50대 후반의 중년 이었으며 2명의 여성 20대 후반으로 추정됐다.

두 여성 가운데 한 여성은 머리가 어깨 아래로 흐르는 긴 생머리였고, 또 다른 여성은 어깨에 닿는 단발이었다.

이목구비도 빼어났다.

무비 스타를 능가하는 미모였다.

뿐만 아니었다.

조각처럼 아름다운 몸매도 일품이었다.

이들은 서로 엉킨거실 천장에 부착된 대형 거울을 곁눈질 하며 몸을 탐하고 있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처럼 배가 튀어나 온 사내는 연거푸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사내를 애무하고 있는 두 여자는 흡사 고목에 달라 붙은 매미를 연상케 했다.

두 여자의 애무가 갈 수록 수위가 높아지자 다급해진 사내가 어찌할 줄 모르고 쩔쩔매고 있었다.

사내는 급기야 단발머리 위로 올라탄 뒤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엄청나게 튀어나온 배가 장애가 된 것이다.

허둥대는 것은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내를 받아들이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남자는 자신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잔뜩 성을 냈음에도 고작 번데기보다 약간 크기만한 것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창을 그렇게 허덕대던 사내가 거울에 비친 단발에게 말했다.

유진아 안되겠다. 오빠가 너를 홍콩으로 보내 줄려고 했는데, 오늘은 왠지 뜻대로 안되는구나. 그러니 우리 뒤로 할까?”

유진이라 불린 단발은 사내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무리한 요구였기 때문 였다.

단발머리가 머쓱해 하는 눈치를 보이자 사내는 솥뚜껑 만한 손으로 단발을 나꿔채 침대 끝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기마(騎馬)자세를 취하게 했.

 

사내는 엊그제 스마트 폰에서 냄비들이라는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고 눈 여겨 둔 장면을 직접 해보기로 한 것이다.

단발이 못이기는 척하며 양손으로 침대 끝을 붙들고 엉덩이를 치켜 들 사내가 거칠게 여자를 부둥켜 안았다.

헌데, 이 자세도 영 아니었다.

역시 만삭의 임산부처럼 튀어 나온 배가 말썽을 부렸.

더욱이 잔뜩 발기한 생식기도 여자의 근처에서 맴돌 뿐이었다.

사내가 씩씩거리며 돌진을 시도해도 뜻대로 되지를 않자 버럭 소리를질렀다.

빌어먹을! 모처럼 영계백숙을 맛보나 했는데, 영 체면이 안서는구만….”

영계백숙 단발머리는 물론, 곁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긴 생머리도 웃음을 참지 못해 키득였다.  

 

그렇게 한창 요란을 떨었던 사내는 결국 변태행위를 포기했다.

사내가 이번에는 긴 생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리야 아무래도 네가 입으로 해줘야겠다.”

미리라고 불린 긴 생머리가 처음에는 주춤했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내가 누구인가?

3선의 중진 국회의원이고 자신의 스폰서이기도 한 거물이었다.

그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을 터였다.

여자는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가수로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긴 생머리가 이같이 다짐한 이유는 배불뚝이 국회의원이 그녀를 가수로 키워주겠다며 실제로 연예기획사와 연결을 해주었기 때문 였다.

연예기획사는 조폭 출신 두목이 운영하는 유명무실한 곳이었다.

 

기대에 부푼 긴 생머리가 사내를 입 안으로 받았다.

여자 앞에 버티고 선채로 긴 생머리에 머리칼을 움켜 쥔 사내가 수십 초도 채 안돼 진저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제풀에 지쳐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순간, 곁에서 배불뚝이의 우스꽝스런 몸놀림을 지켜보던 단발머리가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원님은 변강쇠야!”

그녀의 아첨을 귀담은 배불뚝이가 입을 쩍 벌리며 말했다.

이봐, 소유진. 그 말이 진심이냐?”

여자가 말했다.

그럼요. 의원님은 생긴 것처럼 무쇠라구요.”

입이 귀 끝에 걸린 사내는 브리프 케이스 가방을 열어 5만원권 다발을 꺼냈다.

그리고 즉석에서 지퍠를 각기 20장씩 나눠 두 여자에게 나눠주었다.

손에 현찰을 움켜 쥔 두 여자가 다시 배불뚝이에게 달라붙어 뺨과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한편 여자들과 질펀하게 놀아난 국회의원 갈치근이 먼저 방을 빠져나가자 단발머리가 탁자 위에 놓인 루이비똥 핸드 백을 집어 들었다.

여자는 그러고는 가방 장식에 부착한 엄지손톱 크기만한 디지털 동영상 녹화기를 떼어냈다.

동영상 녹화기는 현재 미국의 CIA와 러시아의 KGB 등 첩보 조직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몰래 카메라였다.

단발머리는 누가 엿보기라도 하듯 사방을 두리 번 거리다 황급히 기기를 콘돔으로 싼 다음 주요부위안에 밀어 넣었다.

불안한 표정의 두 여자는 곧바로 방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주섬주섬 집어 몸에 걸치기 시작했다.

이들이 옷을 입는 순간 밖에서 요란한 노크소리와 함께 서두르라는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목격자

두 주검의 신원을 파악한 진달래 형사는 최초의 목격자인 심마니를 만나기 위해 그의 거주지로 갔다.

관할 경찰서로부터 서울에서 여자 형사가 찾아 올것이라는 사전 귀띔을  받은 심마니는 호기심을 잔뜩 부추기며 자택에서 대기했다.

 

서울을 떠난지 약 2시간여 만에 심마니 자택에 도착한 진형사는 마중 나온 그와 간단하게 수인사를 나눴다.

진형사를 마주한 심마니는 안절부절 이었다.

상대가 형사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진 형사의 외모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성적 충동마저 유발했기 때문 였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무비스타들은 저리가라였다.

그 누구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난 미색(美色)이었다.

몸은 어떤가?

속된 말로 쭉쭉빵빵이었다.

색바랜 리바이스 청바지에 돌출된 터질 듯한 하체는 건강미와 아름다움을 더했다.

검정색 티셔츠에 당돌하게 도드라진 젖가슴 또한 시선을 자극했다.

어느 한구석도 흠잡을 때가 없었다.

 

심마니가 자신을 뚫어지게 살피며 연거푸 입맛을 다시자 진형사가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댁은 두 여자의 주검을 최초로 목격한 증인이예요.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주셔야 해요.”

여전히 게슴츠레 한 시선으로 진 형사의 몸을 더듬고 있는 심마니가 울대를 부산히 움직이며 말했다.

“제 진술은 이미 경찰서에서 다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증거물인 드론 영상도 모두 제출했고요.”

진형사가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이예요. 이름이 조진철씨라 했죠?”

“네. 제 이름이 조진철입니다.”

진형사가 심마니를 쏘아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제가 질문하는 내용에 대해 정확히 답변 하세요.아시겠죠?”

…….?”

“그 날 몇시에 사건 현장에 도착했죠?”

심마니가 답했다.

오전 8시께 였어요.”

어떻게 8시라는 사실을 알았나요?”

평지에 소나타를 주차한 뒤 시간이 화면에 나타난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았어요, 습관이죠.”

계속하세요.’

형사 수첩에 심마니의 진술을 받아 적고 있는 진 형사가 추임새를 넣었다.

승용차에서 약초를 캐는데 필요한 장비와 드론을 꺼내 백팩과 그물주머니에 옮겨 담았죠. 그러고는 몇일 전에 발견한 더덕 군락으로 향했어요.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형사님도 아시겠죠?”

진 형사가 말했다.

이곳 관할서에서 댁이 진술한 내용을 읽었어요. 그런데 내가 더 알아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조종기로 드론을 띄었을 때 혹시 현장 가까이에 접근 하진 않았나요? 그리고 문제의 괴한들을 좀 더 확실하게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심마니가 말했다.

접근은 커녕 오히려 발각되지는 않을까 벌벌 떨면서 드론을 조종했어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놈들이 드론을 보지 못해 제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겁니다.”

댁이 위험을 무릅쓰고 엄청난 일을 하신 것에 대해 경찰의 한사람으로써 감사를 표합니다.자칫 미궁(迷宮)에 빠질 살인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공헌을 하신 거예요.”

진 형사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격려를 하자 심마니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진 형사가 덧붙였다.

혹시 좀 더 기억이 나거나 아니면 진가민가하는 그런 장면이 있었다면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진 형사의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어조(語調)에 매력이 끌린 심마니가 주먹 쥔 손으로 턱을 괴고 무언가를 골몰하는 눈치였다.

수십 초를 그렇게 부동자세를 취한 심마니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문을 텃다.

형사님. 그러고 보니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방 사투리를 썼어요. 경상도 사투리 같기도 했고요, 전라도 사투리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결코 서울 말투는 아니었어요. 분명해요.”

진 형사가 말했다.

방금 댁이 말한 사투리 운운은 이곳 관할서에서 진술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군요.”

“…… .”

물론 댁의 잘못이 아니예요. 목격자들의 증언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튼 바쁜 와중에 이렇듯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진 형사가 손을 내밀어 우호의 악수를 청했다.

상대의 손길을 받은 심마니가 갑자기 손을 바지 허벅지에 대고 문질렀다.

손이 지저분 해서요.”

심마니가 투박한 손을 내밀며 말했다.

댁이 유튜브 심봤다를 진행 하신다구요?”

.형사님도 시간이 나시면 제 채널에 오셔서 구독해 주세요. 그럼 매우 영광입니다.”

진 형사가 얼굴 가득 부드러운 웃음기를 드리우며 말했다.

물론이예요.”(계속)

 

이산해 / 추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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