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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여우볕 행운 / 수필

2021.07.11 17:22

민유자 조회 수:15

여우볕 행운

 

 장마철의 여우볕같이 반짝이는 우연이 잠시 내게 날아들었다. 할리우드의 큰 별을 일상처럼 스스럼없는 자리에서 아무 부담 없이 만났다. 신년 초에 이 어인 행운?

 

 대니얼 대 Daniel Dae Kim, 아버지가 지어준 태생의 이름은 김 대현. 두 살이 채 안 되어 미국 뉴욕으로 와서 거기서 성장했다. 의사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화계에 뛰어들어 이십여 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잘 알려지기로는 CBS 드라마 ‘LOST’에서 권진수 역으로 김윤진과 함께 출연하면서 확고한 유명세를 다졌다.

 

 2005년에는 ‘피플’ 지로부터 앞가슴에 임금 왕王 자를 그리는 탄탄한 몸매로 살아 있는 가장 시한 남성으로 뽑히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사상을 갖는 영화계에서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아직 노골적으로 심한 것이 현실이다. 대니얼은 ABC에서 리메이크되었던(2004~2010) ‘Howaii Five O’에서 공식적으로 출연이 확정된 첫 번째 배우였다. 그럼에도 후편에서 임금 상 결렬로 168편의 에피소드에서 빠짐없이 호흡을 같이했던 여배우 그레이스 박과 함께 하차하게 된다.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다른 백인 주연급 배우들과 10%~15%의 적은 임금에 인상을 요청했으나 CBS는 거절해서 함께 하차한다.

 

 적은 임금을 수용하고 그대로 ‘Howaii Five O’에 참여하는 것이 당시에는 실질적으로 많이 유리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여태껏 그래왔다는 사실로 그대로 묵인하고 인정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아시아인들에게 주어지는 차별에 대해서 더 강고한 길을 깔아준다는 생각을 했을 게다. 이에 저항하는 뜻을 분명히 나타내고 목전의 큰 손해를 감수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 후, 대니얼 킴은 목소리를 좀 더 강하게 높일 수 있는 제작자로 변신하여 리메이크하는 ‘굿 닥터’의 제작자로 참여했다. 거친 광야의 불모지를 선두에서 개척하는 일은 따라가는 사람에 비해 열 배는 더 힘든 일이다. 그가 아놓는 길이 영화계에 관심을 둔 아시아계 청년들에게 큰 힘이 되고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그는 말한다.

 

 딸과 연계된 인연으로 일상사의 작은 일을 처리하는 그를 우리 집 앞에서 만났다. 마침 아들네는 하와이에 살 때 ‘Howaii Five O’를 시작하면서 열렸던 ‘오픈파티’에서 그를 만난 일이 있었다. 그가 아들, 며느리와 당시의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에 나는 내 전화를 딸에게 건네주고 둘러선 일행을 가로질러 얼른 그의 옆에 섰다. 그는 고맙게도 내 무례를 웃으며 받아주고 기꺼이 포즈를 취해 주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화면에서 보았던 것과 많이 달랐다. 영화 속에서는 극중 인물에 맞게 분장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얼굴은 관대하고 부드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좋은 인상이나 눈빛은 범상치 않는 날카로움이 반짝이는 개성이 돋보였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지라 광대뼈가 약간 도드라지는 동양인의 특성도 그를 더욱 강인하게 보이게 했다.

 

 블루진에 은 밤색 낡은 티지 가죽점퍼를 입은 날씬한 몸매는 날 수 있을 것같이 가볍게 보였다. 매끄럽게 잘 다듬은 한 점의 참나무 목각 인형을 보는 듯했다. 나이 오십을 넘었는데 10 년은 더 젊어 보였다.

 

 하와이에 살고 있는 그를 우리 집 앞에서 만나다니! 로또가 당 첨된 것보다 더 뜻밖의 일이다. 때때로 인생엔 그래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나중에 딸은, 엄마가 그렇게 체면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처음 봤다고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도 난 평소 자랑스럽게 생각해 오던 한국계 인기 영화배우 대니얼 대 킴과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게 된 행운으로 소녀적 풍선 같은 뿌듯한 즐거움이 솟았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거기에다 선두에서 새 길을 닦는 일은 더욱 치열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바라기는 대니얼 대 킴Daniel Dae Kim, 그의 힘들었던 선택의 발자국들이 이어져 커다란 업적으로 쌓여서 그에게는 오히려 영달의 기회가 되고 후학들에게는 귀감이 되기 바란다.

 

 https://youtu.be/JGvj4EePWu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