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
전체:
1,255,515

이달의 작가

소설 / 칼럼 바이러스 666

2021.07.20 18:23

이산해 조회 수:257

3EACBC52-CFEF-4115-92BB-3AB6C3893672.jpeg

사진:코란드 프란시 作 "지옥의 사전"초상화

 

시인은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자신의 시어(詩語)가 담긴 바이러스였다.

시인은 바이러스에 칠죄종(七罪宗:Seven Deadly Sins)을 표식(表式)했다.

주된 내용은 탐욕과 시기 분노 식탐 색욕 교만 나태였다

바이러스의 코드 네임은 ‘666’.

바이러스가 지구별에 퍼지자 인간들은 순식간에 감염됐다.

어떤 이는 바이러스의 고통으로 신음했고또 어떤 이는 희열(喜悅)을 앓았다.

뿐만 아니었다.

바이러스의 몽환적 유혹으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다반사(茶飯事)였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은 시인을 신()처럼 받들었다.

시인은 그러한 현상에 우쭐했다.

 

한편 지구별 전체를 휩쓴 바이러스 666은 결국 사회문제가 됐다.

시인의 시를 읽고 너무나 많은 이들이 실성하거나 죽어 나갔기 때문 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권력이 나섰다.

치명적 중독성을 지닌 시인의 시집을 판매중단키로 했다.

느닷없는 공권력의 개입은 인간들을 분노로 이끌었다.

절대적 사랑과 행복희열과 달콤한 고통을 안겨주는 시집을 판매금지 하다니말도 안되는 인권침해라는 것이었다

인간들은 덧붙여 공권력의 월권이며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다.

 

바이러스 666은 공권력이 옥죌수록 오히려 감염률이 치솟았다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자 평단(評壇)의 귀재 평론가 예리한이 발벗고 나섰다

그는 바이러스 666을 바알제블이 시인의 손을 빌어 쓴 악마의 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인간들이 바이러스 666으로부터 면역이 되려면 그에 걸맞는 대책이 필요함을 환기시켰다.

다름아닌바이러스 666을 무력화 할 백신의 시를 써 내야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평론가가 주문하자 LA 코리아 타운에서 활약하는 로레타 진 등 수많은 문장가(文章家)들이 바이러스 666에 대적할 만한 시문(詩文)을 내놨다.

특히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로레타 진의 시는 예수의 산상수훈(山上垂訓)‘팔복(八福:Beatitudes)’처럼 인간의 심금(心琴)을 극도로 자극하는 걸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오로지 바이러스 666을 예찬할 뿐이었다.

이같은 전대미문의 현상을 두고 특히 문장가들은 고심에 빠졌다

 

단 한번도 경험치 못한 세기말적 시 바이러스 666.

 

()는 여전히 인간의 마음을 휘저으며 고통스런 희열과 환각적인 죽음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작 바이러스 666을 지구별에 살포한 시인()의 이름은 XXX(영문 이름은 XXXXX X:실명을 밝힐 경우 신변의 위험이 따름).

현재 미주한인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산해 추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