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1 21:15
고추잠자리 - 이만구(李滿九)
소슬바람 타고서 날아든
고추잠자리 한 마리
잠시 허공 맴돌다
사뿐히 베란다 화분 꽃 위에 앉는다
아직 무더운 구월 날씨에
어제 걷던 길 앞에서
반기어 선회하던 가을 손님
메마른 풀잎 위에 앉던 너 아니냐!
그리 무슨 생각에 용머리 닮은
선비 망태 두 날개 펼치고
이 먼 곳까지 날 찾아온 친구여!
넌 태생이 꽤나 높은 신분이었나 보다
높고 푸르른 이국 하늘 아래
시린 눈 굴리면서
기웃거리는 너의 시선...
어릴 적, 그 추억 어린 고추잠자리였지
옛 고향 집 마당 멍석 위에 앉아
땀 흘려 고추 말리시던
잊혀가는 울 어머니의 모습도
그때의 평화롭던 날, 너는 기억하려나
저녁 어스름 내려 늘 그리했듯이
탕자 나무 울타리에 앉아
잠이 들던 빨간 고추잠자리
오늘은 화분 속 그리움 꽃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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