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나비야 날아봐

2021.10.01 01:51

조형숙 조회 수:77

박휘원 시인은 매년 호랑나비를 키워 날려 보낸다. 금년에도 40마리를 날려 보냈다. 뒷마당에 있는 *밀크위드에 알을 낳는다 했다. 이파리에 낳은 알을 그대로 두면 파리가 쪼아 알을 낳고, 알이 커서 구더기가 되어 나비의 알을 파먹는다. 애벌레는 껍데기 속에서 죽어 간다. 시인은 그 모습이 안타까워 볼 수가 없다. 알이 있는 이파리에 망을 씌워 보호하고 매일 세심하게 살펴 날개짓을 할 때까지 지켜 주었다. 작은 생명이 애벌레가 되고 나비가 되어 날기까지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온화하게 전해져 온다.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운 일을 지혜롭게 할 수 있을까? 삶의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에게 풍요로움을 배우게 한다.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세심함으로 놀라운 일을 하는 그는 참 귀한 여인이다. 창조주가 내어 주신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시인의 겸손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애벌레를 위해 이파리의 냄새를 맡는 호랑나비의 세심한 사랑과 여러날 애벌레를 살펴 지켜주는 시인의 세심한 사랑이 닮아 있다.

생명                      박휘원

 

웬일일까?

뒷마당에 나서니 텅 비어있다

건너편 동네 풍경도 텅 비었고

구름이 뜬 하늘도 비어있다

두근거리는 박동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제까지는

 

마침표보다 작은 하얀 알

애벌레 되고

애벌레는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고치가 되고

그 고치를 열고 나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날아갔다.

어제

 

  호랑나비는 주로 동양권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나비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곤충이다. 호랑나비의 옛 명칭은 호접이라 하고 집 주변이나 공원, 들이나 밭 등 다양한 곳에 서식한다. 월동한 번데기에서 우화한 봄형, 여름형이 있으며 1년에 3-4회 발생한다.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크고 5월부터 10월까지 햇볕이 강한 날에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른 나비는 꽃에 앉아 꿀을 빨지만 애벌레는 대부분 운향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지역과 날씨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지며 완전 변태하는 곤충이다. 성충은 날개를 편 길이가 80-120mm나 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

짝짓기를 마친 호랑나비 암컷이 알을 낳기 위해 찾는 식물은 귤나무, 탱자나무, 산초나무 같은 향이 진한 운향과 식물들이다. 암컷은 알을 낳을 이파리를 세밀하게 살피고 앞다리종아리의 마디에 있는 억센 털로 연약한 잎 표면을 찔러 운향과 독특한 향의 냄새를 후각으로 맡는다. 냄새를 통해 애벌레가 먹을만한 식물이라고 판단되면 그 이파리에 알 한 개를 낳는다. 마침표보다 작은 촉촉하고 하얀 알은 접착제로 붙이기라도 한 듯 이파리에 착 달라붙어서 알의 표면을 서서히 단단하게 만든다. 알에서 갓 깨어난 애벌레는 곧 바로 식물의 잎을 먹지 않는다. 사람의 아이가 밥을 먹기 전에 이유식을 먹듯이 애벌레도 바로 자신의 알 껍데기를 이유식으로 먹는다애벌레의 시기가 끝나고 번데기로 바뀌어야 할 시간이 되면 애벌레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다니다가 한 곳에 자리를 잡고 마치 속옷을 벗듯이 얇은 껍질을 아래로 밀어 내면서 서서히 탈바꿈을 한다. 그리고 날씨의 조건만 맞는다면 2주가 조금 못되어 예쁜 호랑나비가 태어난다. 호랑나비는 애벌레와 번데기의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멋진 나비가 되어 또 다른 사랑을 위해 비행을 시작한다. 날개에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와 색깔, 우아한 날개짓으로 아름다운 사랑이 또 다른 미래의 시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귤나무를 구할 수 있다면 여름날 햇볕 좋은 곳에 내놓아 보자. 혹시 운이 좋으면 호랑나비가 찾아와 알을 낳아주지 않으려나?

*밀크 위드 (Milkweed, 밀원 식물 : 나비나 벌 등의 먹이가 되는 꿀을 만들어 내는 식물, 유액을 분비하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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