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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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카밀라 호드리게스

파커 빌딩으로 연행된 블랙 로즈는 매우 침착 했고 또한 당당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취조실 의자에 다리를 포개고 앉아 담배를 꼬나 물고 있었다.

스티브 형사와 소피아 형사는 벽에 기댄 블랙 로즈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머리 속에 스캔 했다.

취조실 벽과 천장이 맞닿은 코너에 부착된 고화질 디지털 CCTV 취조실의 모든 것을 담아 냈다.

입을 다문 블랙 로즈가 두번째 담배 꽁초를 유리 재떨이에 비벼 즈음이었다.

매부리 코에 송충이 눈썹을 유대계 중년 사내가 헐레벌떡하며 취조실로 들어섰다.

송충이 눈썹이 옆구리에 가죽 가방을 데스크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다링늦어서 미안해하이웨이에서 기름탱크 유조차가 전복돼 1시간 가까이 거북이 운전을 했다니까.”

블랙 로즈에게 변명을 늘어놓은 송충이 눈썹은 다름아닌 여자의 선임 변호사였다.

송충이 눈썹은 그러고는 팔짱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형사와 소피아 형사에게 이해를 구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블랙 로즈 취조에 입회한 변호사가 자리에 앉자 형사도 데스크 좌우 상좌(上座) 자리했다.

블랙 로즈 곁에 앉은 변호사가 자신의 의뢰인을 곁눈질 하며 말했다.

우선 형사님들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무죄 추정 원칙에 입각해 의뢰인께선 묵비권과 자기방어권을 행사할 있음을 환기시켜 드립니다 심문 과정에서 인격을 모독하거나 물리적 행동을 가할 경우 심문을 기피하고 자리를 있음을 강조합니다.”

변호사가 여기까지 말하자 형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심문에 착수했다.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블랙 로즈는 별칭(別稱)인가요.”

블랙 로즈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

소피아 형사가 계속했다.

본명은?”

블랙 로즈가 선임 변호사를 흘끔거리며 말했다.

카밀라 헤르난데스.”

나이는?”

“32

원적(原籍)?”

이때였다.

변호사가 끼어들었다.

디텍티브께서 방금 거론하신 원적 질문은 신원공개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굳이 원적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사료됩니다.”

침묵하고 있던 스티브 형사가 말했다.

카운슬러(Counselor:).법도 때에 따라서는 효능과 가치를 잃을 있소.”

“…….?”

무슨 뜻이냐지금 내가 맡은 사건은 살인사건이요그리고 사건에 여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정황이 있소하여혐의자는 인권법 운운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야 의무도 있는 법이요알아 듣겠소 …..”

형사가 경찰세계에서나 통할 법한 추상적(抽象的)궤변을 늘어놓자 변호사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사가 송충이 눈썹을 째리며 소피아 형사에게 말했다.

파트너가 직접 답변하라구그리고 여자의 나머지 세세한 부분까지 말야.”

소피아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컴퓨터 자료실에서 출력한 블랙 로즈에 대한 범죄 관련 활동 내역을 역순(逆順)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별명블랙 로즈(Black Rose)

본명:카밀라 호드리게스

원적:브라질

나이:32

백그라운드나이 3 브라질 원주민 출신 아버지와 포루투갈 백인계 출신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천사의 도시 LA 정착한 성장

이후 하이스쿨(고등학교)재학 불량서클 블랙사베스(Black Sabbath:검은 안식일) 가담한 크고 작은 사건에 개입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암흑의 세계에 뛰어든 동기는 이랬다.

하이스쿨 시절부터 빼어난 미모와 늘씬한 몸매를 지닌 자신을 향해 군침을 흘리며 접근을 시도한 체육 선생을 사시미 칼로 사타구니를 난자반신불수(半身不隨) 만든 경찰에 체포돼 징역형을 살았다.

죄명은 살인미수였다.

당시 재판에서 살인 동기의 정황을 살핀 소배심원단은 피의자가 저지른 잔혹함은 결코 정당화 없으나 자신을 보호키 위해 저지른 행동 이었음을 참작해 실형 15년을 판사에게 요청했다.  

소배심원단의 최종 판단을 심사한 판사는 그녀에게 15 징역형을 선고하고 카운티 형무소에 수감했다.

이후 형무소에서 모범수로 복역한 여자는 수감 5년만에 특별 사면을 받고 출소한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세상의 주목을 것은 LA 코리아 타운 웨스턴가()에서 벌어진 히스패닉계와 코리안 갱단과의 집단 총격전 몄다.

코리아타운상가개발 이권(利權)문제로 얼굴을 붉히며 으르렁 거린 코리안  연안부두(:두목 챨스 (한국명:황익조) 히스패닉 ()갱스터 그룹 레드 스콜피온(Red Scorpion) 대낮에 혈투를 벌인 것이다

당시 행동대에서 총잡이로 활약한 여자는 베레타 92 자동 권총을  손에 움켜쥐고 인간 표적인 코리안들을 향해 허벅지와 어깨 근육만을 총알로 먹이며 활약을 펼쳤다.살상무기를 쓰되 절대로 인명은 해치지 않는다는 그녀의 신념 때문 였다.

여자는 자신의 탄환을 맞고 상대가 고통스레 널브러지는 순간베레타를 사타구니로 가져가 총신을 비비며 격정적인 신음을 쏟아내 이를 지켜보는 동료들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여자는 평소 말이 없고 수줍음을 많이 현모양처 타입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일단 현장(싸움터) 나서면 악녀로 돌변, 길길이 날뛰며 총을 휘둘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여자가 형무소에서 풀려난 잠적한 곳은 테네시 국립공원에 위치한 스모키마운틴 이었다.이곳에서 코리안 출신 심마니 기장도에게 독심술(讀心術) 사격술변장술 그리고 택견을 비롯한 찌르고 치고 베는 18반무예(十八般武藝) 전수(專修)받았다.

싸움꾼 여전사(女戰士)에게 무술과 호신술(護身術) 가르친 기장도 역시 가공할만한 인물이었다.그는 젊은 시절 북한침투공작요원(HID:북파 공작원)으로 활약했다.지구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무술을 통달한 그는 사격술과 폭발물 제조 전문가였다.

기장도는 북파 공작원 현역시절 무려 다섯번에 걸쳐 북한을 들락 거리며 요인(要人)암살과 주요시설 폭파 다양한 임무를 해냈다.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남북화해 협력 무드가 조성되자 이상 일이 없어진 기장도는 미국으로 이민했다그러고는 컨츄리 뮤직의 본고장인 테네시 내시빌에 정착인근 스모키 마운틴에서 심마니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기장도에게 호신술을 사사(師事) 동기는 평소 친분을 유지하며 지낸 코리안 갱스터 청양고추(별명) 소개로 이뤄진 것이다.

한편 심마니에게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은 여자는 떠나기 지극정성을 다해 심마니를 품은  LA 잠입했다.그리고 갱스터로 천사의 도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아이러니한 것은 여자의 이같은 광포(狂暴)함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포위망을 교묘히 피해 다녔다는 점이다.여자가 경찰의 수배를 따돌릴 있었던 이유는 완벽한 변장술과 LAPD 내부의 조력자(助力者) 귀띔해 주는 사전 정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는 이처럼 다양한 수법으로 공권력을 비웃으며 유령처럼 싸움터에 나타나 베레타를 휘둘렀다.그러고는 흔적도 없이 그림자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난공불락(難功不落)과도 같았던 그림자를 뚫고 여자의 실체를 낚은 스티브 형사와 소피아 형사는 여자의 백그라운드를 경청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아름다운 검은색 눈을 치켜 간간히 스티브 형사를 훔쳐보고 있는 여자의 일상이 이토록 잔인하고 변태적일줄은..

팔짱을 끼고 있던 스티브 형사가 팔을 품에서 풀며 말했다.

카밀라지금부터 내가 질문하는 말에 토씨나 거부의사를 표현하면 곤란해확실한 증거를 보여줄테니 우선 모니터를 보라구.”

형사는 그러고는 데스크에 놓인 데스크 컴퓨터 단자에 USB 플래쉬 드라이브를 연결하고 화면 재생 아이콘을 눌렀다.화면에는 데스 벨리 전당포 폭풍의 기사 내부와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자가 카운터에 접근해 코브라 문신과 흥정하는 장면이 클로즈업 됐다

무성영화처럼 무음으로 전개되고 있는 사람의 움직임은 마치 꼭두각시처럼 느껴졌다.서로 얼굴을 맞대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주고 받은 사람 가운데 코브라 문신이 이내 등을 보이고 진열장 안으로 들어섰다.그러고는 벽걸이 유리 진열장안에서 벽에 걸린 3정의 권총을 집어 여자에게 가져왔다.

다음 장면 역시 남녀가 고개를 숙인 진열장 위에 놓인 3정의 권총을 살폈다.

한창을 권총에 대해 설명한 코브라 문신이 여자가 가리킨 권총 자루를 집어 들고 노리쇠를 당긴 검지 손가락을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쳤다.(Bang)”

코브라 문신이 글록 19 여자에게 건네며 말했다.당신처럼 아름다운 명기(名器).하지만 아주 사납고 거칠지지금까지 생산된 총기 중에서 가장 완벽한 무기야원한다면 이 아가씨를 가져가라구.”

순간화면에 클로즈업 여자의 얼굴도 흡족한 표정이었다

여자는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코브라에게 물었다.하우마치(얼마야)?”

이어진 장면은 앞서 밝힌 대로 였다.

거래는 일사천리로 이뤄줬고 글록 19 손에 넣은 여자는 전당포 폭풍의 기사 빠져 나가며 코브라문신에게 키스를 날렸다.코브라문신도 화답했다.손으로 바짓가랑이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들어 보였다.여기까지였다.

모니터 화면의 전원을 소피아 형사가 블랙 로즈를 곁눈질 했다.여자의 심경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 였다.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둔 블랙 로즈가 변호사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짭새들이 완벽한 증거를 들이대니 할말이 없네그래 맞아 글록은 내가 구입한거야그리고….”

순간소피아 형사가 여자의 말을 자르고 끼어 들었다. 총으로 코리안 석비 시인을 쏘았나?”

블랙 로즈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블랙 로즈라구나도 사건 뉴스를 봤어헌데총잡이가 아주 형편없는 날탱이더구만중구난방으로 3방을 먹였 더군그런데도 내가 짓으로 생각해?”

소피아 형사가 말했다.

물론 확증은 아냐하지만 네가 총을 구입했고 너는 악명 높은 총잡이이기 때문에 너를 의심할 밖에 없어.”

사람의 언사(言辭) 말싸움으로 흐르자 스티브 형사가 손바닥으로 테스크를 가볍게 내리치며 말했다.이봐카밀라.지금 한가하게 말장난을 때가 아냐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예스 or 말해언더스탠?”

형사의 정색한 어투에 블랙 로즈와 변호사의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형사가 덧붙였다.카밀라설령 네가 시인을 죽이지 않았다 해도 오늘 이곳 파커빌딩에서 빠져나갈 없어왜냐자네는 현재 살인 살인미수 협박 범죄단채조직, / 마약 유통 묶인 무려 25가지에 해당하는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어따라서 나와 소피아 형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카밀라를 구속 시킬 있지 그런가소피아 형사.”

그러자 블랙 로즈의 벌률조력 변호사가 자라처럼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

평소 존경하는 형사님오늘따라 이러십니까구속이라니요 클라이언트(Client)께서 방금 하신 말씀을 듣고 매우 놀라셨습니다.보시다시피 위뢰인은 연약한 여자이십니다더군다나 천하의 미색(美色)이신 이분이 무엇이 부족해 사람을 죽인답니까형사님의 지나친 소설이십니다.”

소설은 지금 변호사가 쓰고 있어요미색 이라서 죄가 없다구요현재 LAPD 확보한 여자의 죄상(罪狀) 명백해요.”

소피아 형사가 단정적으로 말하자 발끈한 변호사가 형사의 말을 잘랐다.”

소피아 형사님명확한 증거를 갖추고 계십니까카밀라씨가 누구를 죽였다는 구체적인 증거 말입니다.”

“…….”

소피아 형사가 침묵하자 기고만장한 변호사가 목과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목청을 돋구었다.보십시오.공권력이 말로는 의뢰인이 누구를 죽였네무엇을 했네 씨부리며 가짜뉴스를 뿌리고 다니지 않습니까따라서 오늘 자리에서 형사님께 분명히 말씀드리지요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앞으로 10 내에 저는 의뢰인과 함께 파커 빌딩을 나설 겁니다.아시겠습니까?”

누구맘대로!”

(계속)

이산해 / 추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