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3 13:31
바람은 내게로 - 이만구(李滿九)
나무는 줄곧 그 산 위에 서있었다
낮에는 맑은 햇살 모으고
어둠 내리는 밤이 오면
혼자서 별빛에 젖어 잠이 들었다고
바람은 실가지 흔들며 다가와
태양을 향한 푸르른 내일의 꿈과 희망
이제는 기억 속에 잠긴
멀어져 간 땅속의 이야기로
흔들리는 뿌리의 근원을 일깨웠다
어느 비바람 몰아치던 날이었던가
나뭇잎 쏠리어 휘어지는 등허리
빗물에 젖어 부러지는 아픔에
나무는 더 이상 바람을 안을 수 없었다
낙엽진 가지 사이, 빈 새둥지
품속에서 지저귀던 어린 새의 재잘거림도
나이테 긋던 오랜 세월 속에서
한갓, 스쳐간 먼 바람의 숨결이었다
이 눈 내리는 포근한 계절에
산울림 바람소리 연연하지 않으며
11월 나목은 긴 잠을 생각하고
앙상한 가지 위에 새 몇 마리 앉아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0 | 겨울 덤불숲 | Noeul | 2021.12.27 | 74 |
99 | 눈 오는 산길 | Noeul | 2021.12.17 | 20 |
98 | 11월에 쓴 편지 | Noeul | 2021.11.20 | 86 |
97 | 가을꽃을 주으며 | Noeul | 2021.11.09 | 20 |
» | 바람은 내게로 | Noeul | 2021.10.23 | 19 |
95 | 11월의 밤 | Noeul | 2021.10.16 | 28 |
94 | 문뜩 가을이 | Noeul | 2021.10.02 | 17 |
93 | 가을 여행 | Noeul | 2021.09.21 | 18 |
92 | 고향의 우물가 | Noeul | 2021.09.19 | 17 |
91 | 구월이 오면 | Noeul | 2021.09.17 | 16 |
90 | 고추잠자리 | Noeul | 2021.09.11 | 16 |
89 | 돌배나무의 꿈 | Noeul | 2021.09.03 | 14 |
88 | 최고의 도시락 [2] | Noeul | 2021.08.30 | 78 |
87 | 새들의 합창 | Noeul | 2021.08.22 | 16 |
86 | 가을 햇살 속 사랑 | Noeul | 2021.08.01 | 14 |
85 | 선인장 꽃 | Noeul | 2021.08.01 | 16 |
84 | 그때 생각이 | Noeul | 2021.07.20 | 13 |
83 | 고향의 그림자 | Noeul | 2021.07.18 | 15 |
82 | 한 편 만들기 | Noeul | 2021.07.18 | 901 |
81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1.05.23 |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