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해의 문학서재






오늘:
532
어제:
1,031
전체:
941,178

이달의 작가
조회 수 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CA4D08F3-B2F1-48FF-A5E9-F81F563721A5_1_105_c.jpeg

사진: UNKNOWN

 

모텔. 스트리트 인(Motel. Street inn)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사흘째 쏟아지고 있다.

마치, 지구별을 쓸어버릴 듯한 기세다.

 

옆 방에선 아직도 애정유희가 한창이다

부실한 방음 탓인가.

여인숙 방을 투과해 전해오는 색음(色音)이 현악기인 아쟁의 산조(散調)가락처럼 고저(高低)의 음으로 부유(浮游)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사랑이란 저토록 열락(悅樂)의 진리를 득해야 만 비로소 여물지는 것인가 보다.

아무런 불평없이 세찬 폭우를 받아 들이는 진공 속 공간은 화선지에 스미는 먹물처럼 그렇게 조금씩 어둠속으로 침참하고 있다.

 

갱스터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더럽고 지저분한 모텔의 분위기처럼 낮은 조도(照度)속에 웅크린 실내에는 온갖 궁상맞은 냄새가 진동했다.

조악한 낙서로 얼룩진 벽 한 켠엔 낯익은 누드화가 걸려 있었다

비운의 화가 모딜리아니의 대표작 누워 있는 나부(裸婦)’모사(模寫) 그림이었다.

커머셜 페인트로 흉내 낸 카피는 원작보다 더욱 노골적이고 관능적인 자태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마치 묵언수행(默言修行)하는 구도자처럼 휑하니 놓여 있구형 아날로그 텔레비전이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늘에선 여전히 세찬 폭우를 쏟아내고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삐걱대며 비명을 지르는 낡은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리고 무력감을 떨쳐내기 위해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렀다.

화면에는 추리 무비의 아이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수작인 세븐(Seven)화면에 펼쳐졌.

무비스타 모건 프리먼과 브렛 피트의 불꽃 튀는 연기 전개되고 있었.

나의 시선은 영상을 좆았으나 머리 속 한 켠에는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혼란스런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세면대로 .

차가운 물로 얼굴을 적시며 거울을 들여다 보았.

순간, 거울속에 반영(反影) 낯 선 모습 때문에 화들짝 놀.

흉물스런 여자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 였다.

모습은 피폐했고 을씨년스러웠다.

세상의 모든 절망을 한 몸에 짊어진 그런 몰골이었다.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며 내 자신을 저주하며 책망했다.

그리고 소리 내어 흐느끼며 잊고 있던 자아(自我)흔들어 깨웠다.

 

카지노 뒷전

로레타 진.

이 글을 기록한 이름이다.

한학자던 친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은 진보석(眞寶石).

본향(本鄕)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동.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또 한 국민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종로구 일대에 산재한 교욱기관에서 마쳤다.

역마살이 낀 탓인가.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한 뒤 그곳에 눌러 앉았다.

나이는 42.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직 변호사이자 시인,

현재 LA 코리아 타운 내 한식전문식당에서 웨이트레스로 근무..

한때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카지노 뒷전이었다.

 

카지노 딋전.생소한 말일 것이다.

다름아닌 카지노 도박장에서 통용되는 은어(隱語).

대한민국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선 뒷전을 일컬어 앵벌이라 했다.

카지노 뒷전이란, 미국 네바다 주()내 라스베가스 카지노 단지를 비롯한 미동부지역에 위치한 애틸랜틱 시티 카지노 등 전미주 지역내에 산재한 카지노에서 도박꾼을 상대로 구걸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카지노 뒷전 경력3년 째인 나의 주무대는 미 동부 뉴저지 주에 위치한 애틸랜틱 시티 카지노 군락(群落)이었다.

이곳에는 초특급호텔에 포함된 카지노 모두 15개에 달했다.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카지노(타지마할 등)도 이곳에 있다.

 

나는 매일 밤 7시가 되면 깔끔하게 몸단장을하고 성지를 향해 떠나는 순례자처럼 카지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당시 애틸랜틱 시티 변두리에 위치한 허름한 단독주택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그 날도 나는 예의없이 가장 선호하는(벌이가 좋은 장소라는 뜻) 초특급 카지노로 향했.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늘 그러하 듯 카지노 도박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잠잠하던 심장이 요란스레 박 동치며 흥분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것이.

슬롯머신이 쏟아내는 야릇한 기계음과 저절로 몸을 흔들게 만드는 강렬한 비트의 음악, 그리고 도박꾼들이 환호작약하(歡呼雀躍)하며 질러 대는 괴성 등이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

비록 구걸 행각에 나선 비루한 처지이기는 하나 본능은 달리 억제할 수가 없는 탓일게.

나는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는 포크 록 그룹 버즈(The Birds)의 아름다운 연가 곡 턴!!!(Turn! Turn! Turn! : 복음서 구약 시편에 서술된 시어)을 청음(聽音)하며 바카라와 블랙 잭 겜블 테이블이 즐비하게 늘어선 객장으로 들어섰다.

주중인 수요일 밤 평일임에도 카드 게임 객장 안은 도박꾼들로 넘쳐났다.

나는 하이리밋(고액 베팅)겜블 테이블이 즐비하게 들어찬 구역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선행(적선)을 베 풀만 한 대상을 꼼꼼하게 물색했다.

한참을 그렇게 탐색하다 순간적인 승리에 도취해 박장대소하며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코리안 출신 도박꾼들이 자리한 테이블로 다가갔다.

이 가운데 혼자서 블랙 잭 겜블 테이블을 차지하고 베팅을 하고 있는 동양계 사내 곁으로 접근했다.

핸섬한 사내였다.

나이는 대략 40대로 추정됐다.

이목구비가 반듯한 것으로 보아 심성이 고약한 도박꾼은 아닐 것이라는 예단이 앞섰다.

사내는 블랙 잭 겜블에 몰입 있었다.

미니멈(Minimum Bet:최소액)50달러부터 맥시멈(Maximum Bet:최고액)5천달러까지 베팅을 할 수 있는 테이블였다.

나는 한동안 사내의 등 뒤에서 겜블을 곁눈질 했다.

그러고는 딜러가 셔플(카드를 섞는 일)을 하는 틈을 타 사내를 향해 나막히 속삭였다.

“유아 코리안?

순간, 사내가 고개를 젖히고 나를 올려 다 보았다.

“예스!

사내가 순순히 반응했다.

이는 좋은 징조였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틈도 주지 않고 말했다.

“코리안이예요.

사내는 나의 느닷없는 출현에 당황하는 눈치였.

하지만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자신의 스팟(도박꾼들이 차지한 자리)앞에 놓인 겜블 칩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사내는 카지노에서 현금처럼 다루는 다양한 액수의 겜블 칩을 만리장성처럼 빼곡히 쌓아 놓고 베팅 중이었다.

나는 사내의 겜블 칩에 눈독을 들이며 작업을 펴기 시작했다.

“오늘 선생님의 끗발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을 거예요.딜러가 건네는 카드의 십중팔구는 모두 완승이니까요.하지만 그럴수록 심사숙고하면서 겜블을 해야 한다구요.

마음에도 없는 상투적인 었다.

헌데, 웬일인. 사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수긍한다는 눈치였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재빠르게 사내의 승낙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의 옆자리에 덥석 앉았다.

순간, 나의 일 거수 일 투족을 주시하고 있던 카지노 플로어 매니저(딜러와 겜블 테이블의 운영을 관리 감시하는 직책) 가 나를 향해 입술을 움직이려 다 이내 고개를 돌.

플로워 매니저가 내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 이유는 나의 정체가 ‘뒷전’이란 사실을 꿰뚫고 있기 때문 였다.

그럼에도 웬일인지 오늘은 내게 아무런 제제도 가하지 않고 모른 체 하며 등을 보인 것이다.

카지노측은 객장내 도박꾼들이 안락한 겜블을 즐길 수 있도록 온 갖 정성을 다 쏟는다.

물론 카지노측의 이같은 상술은 도박꾼들의 호주머니를 최대한 쥐어짜내기 위함.

따라서 카지노측은 도박꾼들을 귀찮게 하거나 게임을 방해하는 뒷전 들에게는 가혹하리만 큼 제제를 가.

도박꾼들의 게임을 방해하거나 또는 구걸을 할 경우 카지노를 경비하는 씨큐어리티를 동원해 강제로 내쫓긴다.

뿐만 아니다. 최악의 경우 카지노 출입을 봉쇄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같은 사례는 흔한 일이.

이유는 15군데 카지노 사업장공유요주의 뒷전리스트에 나의 뒷전 기록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나의 신상 리스트는 카지노마다 운영하는 보안실(카지노 홀 전체를 CCTV로 감시하는 장소)벽 한 켠에 8X8 크기의 실물 사진과 함께 걸려 있다.

때문에 플로워 매니저 마음 먹기에 따라 나의 하루 일(日辰) 좋고 나쁨으로 갈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방금 플로워 매니저가 보인 행동은 내게 있어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내가 사내 곁에 엉덩이를 내려 놓자마자 그가 물었.

나는 얼굴에 요사스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녁 식사를 거르다 보니 속이 너무 허전 해요.만약 가능하다면, 선생님한테 저녁 식사 대접을 받고 싶습니다.

나의 말을 귀담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내는 묵묵히 10여분 가량 베팅을 즐긴 뒤에야 비로소 블랙 잭 겜블을 멈췄다.

그러고는 딜러에게 모든 칩을 계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딜러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계산한 칩의 액수는 모두 25천 달러였다.

계산을 끝낸 딜러가 플로워 매니저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번 더 셈을 더했다.

칩의 액수는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는 25천달러였다.

딜러가 사내에게 말했다.

!어느 칩으로 드릴까요?”

사내가 말했다.

오렌지 칩(5백 달러 상당)과 실버 칩(1천 달러 상당)을 섞어서.”

딜러로부터 칩을 건네 받은 사내는 곧바로 나를 카지노 호텔 5층에 위치한 이태리 식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사내가 내게 말했다.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주문하십시오.”   

나는 속으로 말했다.’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사 천사를 보내주셨구나!’

사내가 진정을 확인한 나는 머뭇거림 없이 값비싼 와인을 반주로 한 해물 스파게티 등 다양한 음식들을 주문 했다.

중년의 흑인 사내 웨이터가 음식 주문을 마치고 등을 보이며 사라지자 사내가 크리스탈 유리잔을 만지 작 거리며 말했다.

“얼굴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보기 드문 미인이시군요.

사내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꾸 대신 나의 성적 매력인 움푹 패인 보조개로 화답했다.

사내의 처럼 내가 빼어난 미인이라는 것은 카지노 세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었다.

따라서 내가 금전적으로 궁핍한 경우 유일한 자산(?)인 미인계를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부지기 수였.

나의 이같은 행위가 파렴치인가 하는 설왕설래는 단지 배부른 자들의 언어유희 일 뿐이다.

도박이라는 지옥구덩이에 빠져 보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단언컨 데, 클레오파트라도 도박의 늪에 진다면 자신의 몸이라도 팔아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이 바로 도박 중독의 무시무시한 폐해.

아무튼 사내가 나를 향해 ‘지난 시절 한국 영화계를 풍미했던 여배우 문희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식상했다. 끊임없이 반복해서 듣는 평이였기 때문 였다.

사내의 시선은 비단 나의 얼굴 뿐만 아니라 전신을 훑고 있었다.

그 순간 웨이터가 음식을 나르는 수레를 끌고 와 주문한 음식과 와인을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오래 만에 마주한 산해진미였다.

나는 사내 앞에 놓인 크리스탈 유리잔에 다소곳한 자세로 와인을 따라주었다.

사내도 똑같이 행동했다.

우리는 술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건배’  

술잔을 내려놓은 나는 고급스런 접시에 담아 내 온 음식들을 게 눈 감추 듯 먹어 치우기 시작 했다.

사내는 나의 이같은 몸짓을 내심 줄기는 눈치였다.

정식인 해물 스파게티는 물론, 후식으로 내 온 아이스크림과 과일 한 접시 마저 말끔히 비워냈다.

오랫 만에 만끽한 과식이었다.

포만감에 젖어 포크를 내려놓고 와인을 들이키고 있을 때였다.

사내가 말했다.

“실례지만 어떤 일에 종사하니까?

자신을 40대라고 밝힌 사내는 비록 카지노 도박을 즐겼지만 세련된 매너 갖춘 호남이었다.

“보다시피 카지노에서 도박꾼들을 상대로 빌어먹고 사는 뒷전 이예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했다.

나의 단도직입적 답변에 사내는 눈을 크게 뜨며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

“뒷전이라뇨, 무슨 뜻입니까?

내가 했다.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서는 뒷전을 일컬어 ‘앵벌이’라 하더군요. 말그대로 구걸인이란 뜻이예요.

사내가 정색한 투로 말했다.

“좀 더 디테일하게 말씀해 주시죠?

“예를 들어 말씀드릴께요. 조금 전에 제가 초면인 선생님에게 접근 했듯이, 도박꾼 스팟 앞에 칩이 많이 쌓여 있는 대상을 타킷 삼아 접근한 뒤 은근히 말을 건네고는 상대가 호의적으로 나올 경우 작업을 걸어요. ‘정신없이 겜블을 하다 돈을 다 잃고 승용차에 기름을 채울 돈이 없다. 며 도와달라고 읍소를 하거나 또는 곁에서 아양을 떨며 응원을 하는 등 온갖 수작을 펴죠. 이렇듯 전혀 마음에도 없는 아양을 떨어 얻어 구전(救錢)이 재수가 좋은 날의 경우에는 수 백 달러에 달하기도 해요.

사내 고개를 끄덕였다.

리고 내 앞에 놓인 잔에 와인을 가득 따랐,

나는 포도 향이 물씬 배어난 와인을 단숨에 비우고 덧붙였.

“물론 아양을 떨며 응원을 한다 해서 코리안 도박꾼들 모두가 흡족해 하지는 않아요. 어쩌다가 재수가 없는 날은 도박꾼 곁에 다가서기 무섭게 육두문자가 섞인 험악한 꼴을 당하는 경우도 있어요. 도박꾼이 이미 저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거나 상당 액수의 도박 밑천을 겜블에 빠뜨려 상심해 있을 경우와 또는 카지노에 코리안 출신 뒷전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눈치채고 이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 예요. 어쩌다 성깔이 고약한 코리안 도박꾼에게 걸려들면 온갖 욕설은 물론, 얼굴에다 침을 뱉는 못된 놈들도 있죠. 심지어는 욕정을 채우고 나서 약조한 대가는 커녕 오히려 ‘윤락행위를 카지노 측에 알리겠다’고 겁박하며 뻔뻔스럽게 사라지는 코리안 남성들도 있어요. 차이니스 또는 백인들은 이처럼 야비한 짓은 절대 하지 않죠. 백 프로 약속을 을 지켜요. 헌데, 유독 코리안들만 인면수심의 야수 짓을 해요.

 

진지한 표정으로 나의 말을 귀담고 있는 사내의 양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마지막 행간 때문이었다.

나는 계속했다.

“드문 경우이긴 하나, 여러 날 카지노를 전전하며 뒷전을 해도 단 한푼 수입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헌데, 이럴 때 일수록 특히 돈은 더욱 필요하더군요. 룸메이트 랜트비도 밀리고, 유일한 통신 수단인 스마트 폰 전화요금도 채납돼 심적 고통을 겪죠.

사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처럼 어려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십니까?

“어쩔 수 없죠. 앞서 잠깐 언급 했듯이 사면초가에 몰리면 저의 유일한 수단을 활용해요.

“그게 뭡니까?

“여자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면 무엇이겠어요?

나의 선문답같은 장황 설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사내가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다.

“재수가 좋은 날은 후한 인심의 코리안으로부터 수 백 달러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는 흥정한 가격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친 폭력과 협박을 감내하는 어처구니를 맛보기도 하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어떤 용도에 쓰입니까?

사내가 폐부 깊숙이 들이 마신 담배 연기를 허공에 뿌리며 말했다.

“배운 도둑질을 어찌 하겠어요. 그것을 판 돈으로 도박을 하죠. 선생님도 느끼시겠지만, 도박꾼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순간이 언제일까요?다름아닌 겜블 테이블에 앉아서 도박을 즐기고 있을 때죠.그 시간 만큼은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 냥 착각의 늪으로 빠져들어요.이같은 환상은 마약에 취한 중독자들의 황홀한 느낌과 별반 다름 없다구요.딜러에 카드를 연거푸 꺾고 이길 때에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고…… .

나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내가 침묵하자 사내가 다시 술잔을 채웠다.

나는 와인이 가득 찬 술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덧붙였다.

“선생님! 하지만 그같은 환희도 잠시 예요. 결국 손에 쥔 판돈을 카지노에 모두 털리고 겜블 테이블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것이 허망할 뿐이죠. 주체 할 수 없는 절망과 자책감이 쓰나미처럼 파고들어 가슴을 마구 할퀴며 괴롭혀요. 이럴 때면 자살충동을 느껴요, 뿐 만 아니라, 강도짓이라도 해서 도박 밑천을 마련하고 픈 비틀린 허영을 상상합니다. 이것이 로 도박으로 패가망신한 노름쟁이들의 황폐한 영혼의 단면 이예요.

숨도 고르지 않은 채 장황 설을 늘어 놓은 나는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내프킨으로 찍어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찔끔거리자 사내가 휴지를 건네며 말했다.

“카지노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동안 도박장을 드나들며 귀동냥을 통해 대충 들어 온 터였습니다 만, 막상 그 실제 주인공과(사내는 이 대목에서 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마주한 자리에서 얘기를 경청하다 보니 마냥 몰골이 송연 해지는 기분입니다.

 

이렇게 말한 사내는 기왕지사 내친김에 그동안 카지노에서 채득하고 실제로 행한 일들을 상세하게 들려줄 것을 나에게 주문했다.

사내는 덧붙여 귀하의 귀중한 경험담에 따른 충분한 보답을 하겠다는 언급도 잊지 않았다.

사내의 ‘보답’운운에 귀가 솔깃해 진 나는 전쟁터에 나선 전사처럼 자세를 고추 세웠다.

그리고 지난 3년 간 애틀랜틱 시티 카지노 도박장에서 몸소 체험한 일들을 오버랩 .

내가 말했다.

“선생님! 도박은 인간의 영혼을 황폐화 시키는 무시무시한 악마의 유혹 이예요.

사내가 했다.

진보석씨의 표현이 마치 철학적 사유를 뜻하는 것처럼 심오함이 묻어 있습니다.

로레타 진이 사내에게 구술(口述) 카지노 체험담을 옮겨 재구성하면 이랬다.

전미주 지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카지노 군락인 뉴저지 주(행정구역)내 아틀랜틱 시티에는 현재 15개의 대형 카지노가 운집해 있다.

이와 함께 뉴저지 주와 인접한 팬실베니아 주내 필라델피아와 정치 1번가인 워싱턴 DC를 둘러싼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 그리고 보스턴 인근인 로드 아일랜드 주 등 미 동부지역내 주요 도시에도 크고 작은 규모의 카지노들이 성업 중이다.

이들 카지노들의 주요 고객은 1순위가 차이니스(중국인)이며, 뒤를 이어 코리안(한국인), 세번째 순으로는 백인과 흑인, 그리고 남미 계 혈통인 히스패닉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나열한 순서처럼 특히 동양의 카지노 출입이 압도적으로 나타난 것은 DNA속에 남달리 도박 근성이 특출 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주된 이유다.

물론 이같은 진단은 필자(진보석)의 일방적 가설이 아닌, 카지노 관련 ‘주도박관리위원회’와 ‘도박장애치료기관’등 겜블에 관여하는 각종 단체가 조사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한 것이다.

예로, 한국계 2세인 전직 카지노 호스트 마이클 림이 귀띔한 정보에 따르면 카지노의 일상 매출액 가운데 코리안과 차이니스의 겜블머니(도박자금)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반 수준을 웃도는 형편이라 했다.

카지노 측은 이들 동양계 도박꾼들을 일컬어 “카지노를 살찌게 하는 황금 거위”라 일컫는.

때문인가?

미주지역에 산재한 카지노에서 코리안과 차이니스 도박꾼들에게 펴는 서비스 구애는 참으로 눈물 겹다 할 정도.

집요한데다 또 한 체계적이.

카지노 측은 현찰이 두둑한 코리안 도박꾼들을 카지노로 끌어들이기 위해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007 수법이 따로 없다.

초자 도박꾼을 유인하기 위해 헬기를 띄우는가 하면, 리무진을 사업장으로 보낸다.

뿐만 아니다.

미인계를 동원해 도박의 늪으로 빠뜨린.

카지노 생태계 이후 도박으로 모든 것을 탕진하고 패가망신한 코리안들의 카지노 행로를 추적하다 보면 그 길목에는 언제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카지노 측의 일사불란한 유인 책이 도사리고 있다.

카지노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한 사례는 부지기 수다.

어학 연수생 또는 유학생으로 건너와 학업은 뒤로한 채 카지노 도박에 빠져 일생을 망친 경우다.특히 여성의 경우 도박자금을 마련키 위해 성매매도 불사한 사례도 빈번했다.

부부가 카지노 도박에 빠져 모든 재산을 탕진한 뒤 도박자금을 마련키 위해 자신의 아내를 성매매에 내몬 비정한 남편들도 있었다.

▶︎카지노에서 전 재산을 날리고 무일푼이 되자 자신의 장기(臟器)를 팔아 도박자금으로 유용한 사건도 실화 가운데 하나다.

▶︎동성애자 도박꾼들도 자금이 떨어지면 거간꾼들을 통해 성매매를 한다.이들 동성애자 가운데 40대 한인 A(남성)는 거간꾼들이 연결해 준 흑인 중년 사내와 동성애를 즐긴 뒤 총으로 살해를 당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천사의 도시 LA코리아 타운에선 도박자금을 마련키 위해 가족을 살해한 사건도 선명하게 기억되고 있다.

이밖에도 카지노 도박에 얽힌 우울한 스토리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끊임이 없을 정도다.   

(계속)

이산해 / 추리 소설가

 

 

 

?

List of Articles
번호 듣기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 소설 / 칼럼 분노는 괴롭지만 복수는 달콤하다 file file 이산해 2021.11.23 124
» 소설 / 칼럼 (1)카지노 도박(로레타 진의 '겜블 이야기') file file 이산해 2021.11.06 52
87 소설 / 칼럼 (2)카지노 도박(로레타 진의 '겜블 이야기') file file 이산해 2021.11.06 52
86 소설 / 칼럼 (1) 여 시인(詩人) 석비(釋妃) 殺人事件 file file 이산해 2021.10.20 103
85 소설 / 칼럼 (2)여 시인(詩人) 석비(釋妃) 殺人事件 이산해 2021.10.20 103
84 소설 / 칼럼 (3) 여 시인(詩人) 석비(釋妃) 殺人事件 이산해 2021.10.20 103
83 소설 / 칼럼 (4) 여 시인(詩人) 석비(釋妃) 殺人事件 이산해 2021.10.20 103
82 소설 / 칼럼 (5) 여 시인(詩人) 석비(釋妃) 殺人事件 이산해 2021.10.20 103
81 소설 / 칼럼 개소리 file file 이산해 2021.08.27 125
80 소설 / 칼럼 붕가붕가 1 file file 이산해 2021.07.30 171
79 소설 / 칼럼 바이러스 666 file file 이산해 2021.07.21 205
78 소설 / 칼럼 코드 원 file file 이산해 2021.06.23 226
77 소설 / 칼럼 미주한국문인협회 소속 문필가들 file file 이산해 2021.04.18 285
76 소설 / 칼럼 (上) 여의도 殺人事件 file file 이산해 2021.03.26 255
75 소설 / 칼럼 4.29 LA 폭동 사건 30주년 오버랩(2) file file 이산해 2021.02.12 274
74 소설 / 칼럼 4.29 LA 폭동 사건 30주년 오버랩(1) file file 이산해 2021.02.06 275
73 소설 / 칼럼 2021년 신축년(辛丑年) 이산해 2020.12.25 60
72 소설 / 칼럼 예월난( 芮月欄) file file 이산해 2020.12.19 272
71 소설 / 칼럼 국민의 짐 file file 이산해 2020.11.22 138
70 소설 / 칼럼 미화(美華)여대 동창들 file file 이산해 2020.11.05 26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