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합바지 오라버님

2021.12.04 13:16

서경 조회 수:10

 

 김영수 x-mas.jpg

 

     2021 해도 기울어 크리스마스가 온다. 코로나 창궐로 블루 그레이같은 날들이 계속되다 보니 축일이 각별하다. 하지만, 기쁨을 같이 누리지 못하고 떠난 정인이 있다. 작송 김영수 시조 시인. 1947 3월생 아기 돼지가 2021 4 74 할아버지 돼지가 되어 떠났다.
    그는 나를지시인님요~”하고 깍듯이 불렀지만, 나는 우정 놀리는 마음으로하이고, 합바지 오라버님!”하고 응답했다. 그럴 때면, “으하핫핫!”하며 호탕한 웃음을 날려 전화기를 정도였다. ‘합바지 오라버님 둘만이 아는 그의 별칭이다.
    2000 4, 박창득 신부님 몬시뇰 착좌식 참석차 뉴저지에 갔을 그는 운전수 역할을 자청했다. LA에서 만난 인연과 같은 천주교 신자라는 점에서 남다른 친밀감이 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프리웨이 길이 갈래로 갈라질 때마다 헷갈려 언제나 되돌아 가야만 했다. 길치가 아니면 시조 이야기에 신이 나서 길을 매번 놓쳤는지도 모른다. 보다 못한 내가아니, 여기 사시는 분이 합바지 가랭이도 하나 껴요?”하고 농을 했다. 그때도으하핫핫!”하고 귀청이 떠나가도록 호쾌하게 웃었다. 그때부터 그는합바지 오라버님 되었다.
      ‘골골 100이라고 그가 100년은 찍을 알았다. 호탕한 그의 웃음과 신기에 가까운 젓가락 장단을 생각하면 이리도 빨리 몰랐다.
      떠나기 하루 , 페이스 북에 시체를 부검해 주시오 말은 무언가. 요상한 말을 남겨 우리의 상상력과 셜록 홈즈같은 추리력을 부추긴단 말인가. 탐정소설을 쓰기에 충분한 단초를 제공하고 갔지만, 소문만 무성할 생각의 미로를 헤맬 뿐이다. 그가 떠난 반년이 지난 지금도 물음표로 시작한 첫문장을 지울 없다.
      우리는 지금 생각의 미로를 헤매고 있지만, 그는 시의 미로를 헤매며 분분초초를 사루었다. 어느 시인이 말했듯, “시의 세계는 미로다. 그러나 탈출해야 하는 미로가 아니라 헤매어야할 미로다라는 말을 참말로 충실히 이행했다.
      일기를 쓰듯 그는 매일매일 시조를 썼다. 호흡하듯이 시조를 썼다. 공기를 마시듯이 시조를 썼다. 마지막 생명의 촛불이 들어갈 때도 그는 시조를썼다. 심지어, 밥을 먹는 그를 타박하는 아내의 심경도 시조로 읊었다.
      <아내의 입춘>이란 시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대신하는 변증법이었다. 그가 떠나기 보름 , 페이스 북에 올린 마지막 작품이다.
 
      -
먹으란 말이야! 먹고 그래
     봄비같은 사람 속상해서 운다
     앙상한 겨울 가지에 움이 다시 돋으려나
 
      
절반의 희망과 절반의 절망 속에 생명을 내어 놓고 . 그가 무던히도 사랑한 봄날, ‘갈고지 동백꽃 구경하러 오라는 문우의 청도 마다할 정도로 쇠약해졌다. 결국, 갈고지 꽃구경 초청을 받은 , 4 14 새벽 1시에 펜을 놓고 떠났다. 시의 밤길을 버겁게 달려온 그는 여명을 향해 전력질주하듯 홀연히 버렸다. ‘꼼짝 못하고 누워 있습니다. 회복이 늦어지네요라는 그의 답글이 육성처럼 들려와 찌르르 전율을 일으킨다.
      168 센티 작은 키에 휘청거리던 몸매. 어디에 강단이 있어, 해군 백구 부대 군종참모로 월남전에 참전하고 국방부 소령 출신으로 군복무를 끝낼 있었는지. 새롭게 그의 이력이 놀라웠다. 군에서 얻은 병으로 병실에 누워 있던 그와 병원에서 일하던 순희씨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없이 보낸 연서가 결국 순희씨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아내가 순희씨는 수더분하여 좋은 시인 사람 길러내기에 맞춤형같은 사람이었다. 총각 시절에도 그의 유머 감각은 뛰어 났나 보다. 자기가 먹는 약이름을 붙여노나에게 시작하여 알라바마 구경도 못한 사람이 거리감을 빗대어알라바마에서 연서를 끝냈다고 한다. 이제 그의 대표작 <시골장> 유머 섞인 <각설이 타령> 끝으로 그에게 안녕을 고하려 한다.
 
     -
사람이 그리워서 시골장은 서더라
     연필로 편지 쓰듯 푸성귀를 담아 놓고
     노을과 어깨동무하며 함께 저물더라
                     
     -
서양술 병값이 시집 100권이라
     이런 떡칠 놈의 세상
      같은 안주한 오래
     취하면 세상이 미인인 비틀비틀 안아 보는  
 
     
밥주걱에 따귀 맞는 흥부의 심정이라니
     왈칵 서러운 밥풀이 고마워서
      알씩 떼어 먹는 맛이
     간간찝질하게 기막혀서 
 
     
한바탕 웃고 가자. 시인의 숙명은 묘한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하회탈 인생. 그를 잃은 무거운 마음을 털고 그가 했듯이 우리 모두 시의 미로를 헤매 보자. 그를 기쁘게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하늘 시골장에서 푸성귀 뒤적이고 있을 그를 기리며 옷깃을 여민다.  
(202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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