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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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잊어버리는 계절

2021.12.28 14:28

양상훈 조회 수: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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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는 계절

양상훈

 

  신의 은총 중에 최고의 선물은 잊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컴퓨터처럼 모든 것을 한없이 기억한다면 아마도 지옥이 아닐까싶다. 골치 아픈 세상에 그래도 살 수 있다는 것은 잊어버리는 은총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말은 잊어버리는 계절이다. 달력을 365일로 만들어 한 해씩 정리하고 과거의 세계로 넘겨 보내게 한 것은 참으로 필요한 제도이다. 묵은 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듯이 지난해를 벗어버리고 새해를 맞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계획대로 안 되었던 일도 기대에 어긋난 일도 묵은해와 함께 잊어버리자. 놓쳐버린 돈도 잡지 못한 기회도 안타까워 말고 깨끗이 잊어버리자. 새해란 새로운 기회를 말하는 것이다. 뼈에 사무친 미움도 타오르던 화도 말끔히 잊어버리자. 마음속 빈 구멍에 사랑을 채우면 잊는 기능은 활성화 되지 않을까. 괴롭던 일, 답답한 사연도 잊어버리자. 아픔도 좌절도 잊어버리자.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실천 못한 결심도 시행되지 않은 플랜도 오늘로서 잊어버리자.

  성서는 새 출발을 말한다. 어두운 과거를 덮고 새 출발할 수 있다.아무리 큰 죄인도 새 출발이 가능하다. 남몰래 흘리던 눈물도 혼자서 내뿜던 한숨도 긴 설명이 필요한 억울한 일도 이제는 다 잊어버리자. 기억한들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되새긴들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어이없이 뱉어버린 거짓말도 느닷없이 남을 중상하게 된 실언도 이젠 다 잊어버리자. 새해엔 더 착하게 살고 더 도움을 주며 살아 지난 실패를 보충하면 될 것이다.

  길은 막혔고 앞은 어두웠던 악몽, 어디로 가야할지 3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방황도 모두 잊어버리자. 길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이 열어주신다. 믿음과 소망을 갖고 새해의 문을 열자.

뒤를 보는 것은 어리석다.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었다. 언제나 새 결심이 묵은 후회보다 낫다. 앞을 보고 달리자. 뒤를 보고 달리는 경주자는 없다. 혁신 개혁 혁명 등 은 모두 과거를 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지금 춥지만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온다. 지금은 어둡지만 반드시 밝은 새벽이 온다.

죽은 가지를 보면서도 그 속에 초록색 잎을 내다보는 사람, 검은 비구름을 보면서도 그 속에 찬란한 태양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는 과거와 현재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에 살기 때문이다.

  성서는 무덤 속에서 부활을, 십자가 속에서 영생을 말한다. 홍해 속에서 하이웨이를 보고 사막에서 생수를 보는 것이 성서의 소망이다.

이젠 새날을 바라보며 앞 일만 생각하자. 하고 싶었으나 해보지 못한 것을 이제부터라도 해보자. 친절한 말 한 마디, 따뜻한 미소와 사랑, 주지 못한 정이 있었다면 오늘부터 주자. 두려워서 모험다운 모험을 못하고 말았다면 이제부터 용기를 가지고 살자. 곧은 목을 부드럽게 하고 어깨에 힘을 빼고 허리를 조금 더 낮추고 새해에 문을 열자.

  바울은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고 달려간다고 자기의 인생관을 밝혔다.(3:13) 우리의 목표는 앞에 있다. 뒤에 있는 것에 얽매어서는 발전이 없다. 예수도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않다고 말씀하셨다.(9:62)

 새해는 새 도화지요 흰 종이다. 여기에 무엇을 그릴지는 그대에게 달렸다.

과히 좋은 그림이 못되었건 묵은 도화지는 거두어 주시고 새 도화지를 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이번에는 한 번 걸작을 그려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