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0
전체:
56,663

이달의 작가

눈이사를 먼저

2022.01.18 12:28

라만섭 조회 수:43

 

인사를 먼저

녀석들의 인상은, 자기네 부모 세대 보다 훨씬 밝다. MZ세대로 불리는 손주들 이야기이다.  세대가 바뀌면 인상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서 나는 어딘지 모르게 경직된 모습을 본다. 내친 김이지만, 조그맣게 째진 눈부터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건만 그나마 조상에게서 물려 받은 유산인지라 그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은퇴 촌에 살다 보니, 마주 치는 사람이라고는 노인 뿐이다. 미국 백인이 대부분 이지만 우리 한국계도 15%정도 된다는데, 동네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는 한국 사람들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들에게서 상대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외면하는 특징이 있는 것을 본다. 눈을 내리 깔고 화난 듯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때면, 그것이 자신의 자화상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한동안 우울한 기분이 이어진다. 딴에는 인사라도 먼저 하려고 눈길을 주었지만 상대는 본체만체 외면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1960년대 서울의 미국 회계법인 지점장으로 있던 .페론 이라는 캐나다 친구가 있었다. 미혼인 그는 줄곧 자기 집에 명의 한국 남자 고용인을 두고 함께 살았는데, 그의 서재 벽에 붙어 있는 無表情이라는 표어가 눈에 띄어 그게 무슨 뜻인지 물어 일이 있다.  한국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한결 같이 무표정해서 도무지 속을 헤아릴 길이 없어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마음에서 그렇게 됐다.’ 대답이 돌아왔다. 웃기는 이야기 같지만 그의 고충을 어느 정도 이해할 같았다.

내가 사는 동네 안에는 여러 가지 클럽 활동이 있다. 지금은 팬데믹 사태로 모든 것이 중단됐지만, 1 전까지는 그랬다. 한인들의 동호인 모임도 꾸준했다. 모이는 목적은 주로 친교에 있으나, 대개의 한인들은 이미 알고 지내는 사람과만 아는 하는 매너에 젖어 있다. 모르는 사람과는 인사 나누기를 꺼리는 매우 인색한 면을 보인다.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에 무관심한 태도는, 자칫 예의 범절에 어긋나는 불친절로 오해 받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즈음 기승을 부리는 아시아 혐오 범죄에 없는 희생물이 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타인에게 혐오감을 있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습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자신이 아는 일은 혐오 범죄의 예방에도 도움이 것으로 믿는다. 문화적 다양성을 흡수 소화하는 포용심이 요구 된다.   

백보를 양보해서, 혐오(증오)행위에 객관적 공정성 유무를 확인하는 일은 피해자가 있는 최대한의 관용이 것이다. 만약 어떤 혐오가 공정성을 결여한 주관적 편견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그것은 차별 행위임이 자명하다. 하지만, 만일 혐오의 배경에서 객관적 공정성이 인정 된다면, 반증의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할 것이다. 피해자가 여러 사람의 혐오감을 불러 올만큼 어떤 원인 행위를 알게 모르게 반복 왔다면, 원인 제거를 위해 노력하는 피해자의 진지한 자세 역시 바람 하다고 생각한다.   

 

 

 

 

202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