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캐지

2022.03.30 16:34

조형숙 조회 수:43

 패키지란 소포나 우편물을 보호하거나 운송하기 위한 포장용기나 포장재, 포장된 상태를 말한다. 포장의 고전적 개념은 단지 짐을 한데 모아 담는 것, 한데 합쳐 보자기에 싸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의 포장은 그 기능이 확대되어 제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한 묶음으로 판매되는 상품세트를 말한다. 예를 들어 호텔 패키지나 여행 패키지, 골프패키지 등이 있다.  영화의  상업성을 높이기 위해 두사람 이상의 영화인 혹은 저작권 같은 것을 합한 팀을 구성하여 영화 제작소나 투자자에게 패키지로 만들어 보낸다 .각종 가전 제품을 패키지형태로 묶어 저렴한 가격의 혼수용품으로 내 놓기도 한다.  

 
 코비드가 좋은 모양이 아닌 패키지로 사람을 괴롭힌다.  코비드가 가져온 패키지로 인하여 대학에서는 등록하는 학생이 줄어 들었다. 지출은 계속 되다보니 학교운영이 어려워졌다. 결국 학교의 경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A대학은 11밀리온의 경비를 줄여야 했다. 음대에는 1밀리온을 줄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같은 상황이 음대에만 있는 것은 아닐테고 각 대학이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학교는 무엇을 줄여야 할지, 누구를 그만두게 해야 할지 고심했다. 보내야 하는 자나 떠나야 하는 자가 피차에 괴로울 것이다. 보내는 자는 잠시 마음의 상처를 받겠지만 떠나는 자는 마음의 상처는 물론이고 경제적 타격으로 더 많은 현실적 고통이 있을 것이다. 급기야 금요일 오전까지 이메일을 받는 사람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공문을 받았다.
 
박사 공부를 마친 인재들이 줄을 서서 취업을 기다리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어려운 과정속에서 선택 받아 오랜 시간 강단에 섰던 교수들이다. 교수로 부임한지 3년이 된 최교수는 걱정이 많았다. 제일늦게 부임한  내가 첫번 타겟이 되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메일이 오면 어떻게 하나 염려되고 오금이 저려온다. 함께 재직하던 선배 교수가 "나 짤렸어"라는 전화가 왔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나이가 어중간한 교수는 생활비 뿐 아니라 보험료의 문제도 크다고 울상을 짓는다. 최교수는 나는 어떻게 될까 하고  염려가 시작된다. 가슴에 통증이 온다. 몇날이고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엎드려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에 엎드려 기도한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을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때 인간은 하나님을 의지 할 수 밖에 없다.  전심으로 매달린다.
이메일을 마감한다는 금요일 오후 3시가 넘었다. 초조하게 기다렸으나  메일이 오지 않았다. "휴 나는 아니구나." 안도의 긴 숨이 흘러 나왔다. 
 
코비드의 패키지는 Zoom으로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멀리 있는 사람과도 쉽게 연결 되었다. 세계 곳곳 어디에서든 같은 시간에 함께 공부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생활의  신문화를 가져다 주었다. 코비드가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좋기도 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동조한 사실이 있어 미안했다. 설사 느낌이 그러하더라도 입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되는 말이었다.  
 
인생은 패키지다. 기쁨과 슬픔, 질병과 치유,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 고난, 상실, 갈등, 열망, 믿는 자들은 천국까지도 패키지로 받게 된다. 다양하게 곁들여진 고난의 패키지를 이기고 버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했다.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패키지로 함께 온 고난을 겸손으로 받아 창조주의 다른 뜻이 그 안에 있음을 깨달아 본다.
 
미주 문협 2022년 여름호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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