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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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소주 한잔

2022.05.03 02:32

Noeul 조회 수:16

소주 한잔 - 이만구(李滿九)

평소 그리 술이 과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식사 후 포도주 한두 잔 즐기던 내가
몇 해 전부터 전혀 술 먹지 않으려 했다

여름날, 아내가 시끌벅적한 생맥주집 지나다
걸진 햄버거 안주로 한잔하자 할 때
영상 통화만 하다가 회식이라도 나갈 때
외국 친구가 술 한잔하자 할 때도

남 보다 좀 더 오래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무슨 근력으로 천년만년 살겠다고
그냥 시켜만 놓고 마시는 시늉만 했었다

지금 내게는 소주란 독약 같은 것이지만
문뜩, 유달산 아래 삼학도 부두에 가서
'목포의 눈물' 애창하던 울 어머니 생각하며
못 먹는 소주 한잔하고 울어나 볼까

동양의 나폴리 그 푸른 물결 통영에 가서
'김약국의 딸들'처럼 자라온 누이 생각하며
나보다 더 먼저 먼 타국에서 오래 살아온
둘째 누이랑 진한 소주 한잔하고 싶다

고향에나 가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다 내려놓고 석 삼 년 바보 천치나 되어
커피도 못 마시는 내가 소주 한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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