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세 줄 문장 - 요리는 응용(05062022)+ 
 
요리랄 것도 없는 쑥국, 다시팩을 넣고 끓였다.
조개 멸치 된장 1, 청국장 가루 2, 들깨 가루 1 스푼.
간마늘과 소금 한 꼬짐 넣었더니 맛이 괜찮았다. 
 
19.쑥국.jpg

 

밭에서 상추를 따면서 곁에 있는 쑥도 한움큼 캐 왔다. 봄이 가고 쑥이 억세지기 전에 한번 더 끓여 먹고 싶었다. 일전에 한번 끓였더니, 쑥향도 좋고 국물도 시원하여 먹을 만했다. 나는 원래 국보라, 어떤 국도 좋아한다. 대신, 찌개는 국물이 너무 찐하고 짜서 그런지 도무지 숟가락이 가지 않는다. 요리는 응용이고 창의력이다. 요리 연구가들은 어디 가서 음식을 먹으면, 눈여겨 보고, 맛을 음미하고, 특별히 맛이 있으면 그 비법까지 물어 와, 집에서 꼭 다시 해 본다고 한다. 모든 게 관심을 가지면 연구하게 되고 나날이 발전하게 된다. 난 대단한 요리를 배울 욕심까진 없다. 그저 일상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건, 내 손으로 해 먹길 좋아 한다. 요리는 내게 힐링이다. 단순 노동을 통해 내 마음을 정화 시키고, 나의 수고로 만든 결과물을 먹는 게 뿌듯하다. 메뉴를 정하고, 맞는 재료를 찾고, 그걸 다듬어 요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내겐 글쓰기 작업과 같다. 주제를 정하고, 소재를 모으고, 구성을 하고, 조미료를 치듯 한 두 줄 문장에 약간의 은유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러니, 요리와 글쓰기의 과정은 거의 동일하다. 글쓰기도 낯설게 하기니, 새로움의 발견이니 하여 창의력과 개성을 강조한다. 요리도 마찬 가지. 그래서 작가는 각기 개성 있는 글을 쓰게 되고 독자도 취향이 다른 사람을 가지게 된다. 요리사도 각각의 특성이 있어 인기 팬과 매니아 팬을 가진다. 독자들의 입맛은 하도 다양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쓴맛, 단맛, 신맛, 슴슴한 맛, 찐한 맛… 한 냄비에서 모든 맛을 낼 수는 없다. 음식 이름과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담는 그릇도 달라진다. 글도 마찬 가지다. 형태에 따라, 시가 있고 수필이 있고 소설이 있다. 장르가 그릇이다. 표현이 맛내기다. 요리와 글쓰기를 비교하자면 끝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교문학 박사도 아니요 문화 비평가도 아니니 여기서 끝내자. 오늘 아침 쑥국을 끓이면서 다시 생각했다. 요리는 응용이고 창작이라고. 그리고 당연히 문학의 시발처럼 요리도 초보 시절엔 모방이 필요하다고.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람은 쑥국에 바지락을 넣기도 하고 무우를 넣기도 한다. 시원한 국물을 내기 위한 자기만의 노하우다. 다음엔 나도 그렇게 해 볼 예정이다. 몇 사람 요리 연구가 유튜브를 봐도 들깨 가루 넣는 사람은 있어도 청국장 가루 넣는 사람은 없었다. 강황 가루를 다양하게 쓰듯이, 난 국에 청국장 가루 넣기를 좋아한다. 몸에 좋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황창연 신부의 생태 마을에서 나오는 청국장 가루는 퀴퀴한 냄새 없이 담백하다. 그래서 어디에 넣어도 부담이 없다. 여기서 나는 또 두루두루 섞이는 사람과 개성이 강해 섞이지 못하는 인성을 생각해 보는 거다. 쑥향이 강해서 마늘을 안 넣는 요리사도 있다. 이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개성이 강한 게 꼭 나쁘기만 한 걸까? 그런 건 아닐 게다. 수용의 문제가 아닐까. 쑥처럼 강한 향 때문에 오히려 사랑 받는 경우도 있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모든 게 취향과 선택의 문제다. 이 정도 얘기했으면, 나더러 쑥국에 청국장 가루 넣었다고 흉 볼 사람은 없겠지. 쑥국 끓일 줄 모른다고 욕할 사람도 없겠지. 생각을 잡아 두려 식탁에 앉은 채로  뚝딱 글 하나 올린다. 슴슴한 쑥국 한 그릇도 뚝딱하고, 출근 길을 나선다. 꽃은 때를 알아, 떠날 꽃은 지고 새 꽃은 피어나 자태를 뽐낸다.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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