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4 17:18
바윗돌의 얼굴 - 이만구(李滿九)
기다림의 계절, 가을은 아직 멀리 있는데
칠월의 저녁, 가던 길 벤치에 앉아
메마른 갈색 풀 산 능선 아래 모여 사는 큰 바윗돌
한참을 바라다본다
땀 닦는 나의 일그러진 얼굴 일까
매번 보아도 거무스름한 돌덩어리가 석양빛에 깔려
무언가 담고 있는
가을 흉내 가불 내어 미리 살피는 표정이다
저 균열된 틈, 얼굴의 상처들...
바윗돌은 스쳐간 세월의 바람 속에서
웃고 울다 긴 여름 무더위에
눈물마저 마른 두꺼운 민낯으로 누굴 기다리는가
나는 고개 들어 산꼭대기 위 나르는
고공 하늘 갈까마귀 배회를 본다
그에게 비친 오감도 눈으로는
비운의 흔적, 검은 얼굴 그 마음 읽을 수 있을까
무너질 듯 아찔한 큰 바윗돌 서로 마주 보며
오늘 화사한 금빛 옷 갈아있고
저 아래 골짜기 우거진 숲을 지나
다가올 텅 비움의 계절, 가을맞이 채비하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5 |
시와 피아노
![]() | Noeul | 2022.08.08 | 12 |
74 | 다시 핀 채송화 | Noeul | 2022.08.07 | 11 |
73 | 회향초 | Noeul | 2022.08.05 | 10 |
72 | 선생님 [1] | Noeul | 2022.07.30 | 18 |
» | 바윗돌의 얼굴 | Noeul | 2022.07.24 | 32 |
70 | 주말에 쓴 편지 [1] | Noeul | 2022.07.23 | 35 |
69 | 밤하늘 그 이름 별들 [1] | Noeul | 2022.07.17 | 36 |
68 | 달그림자 [1] | Noeul | 2022.07.10 | 43 |
67 | 초여름 아침햇살 [2] | Noeul | 2022.06.17 | 24 |
66 | 사계절의 여운 | Noeul | 2022.03.26 | 31 |
65 | 소풍 | Noeul | 2022.03.06 | 39 |
64 | 바람은 내게로 | Noeul | 2021.10.23 | 28 |
63 | 문뜩 가을이 | Noeul | 2021.10.02 | 26 |
62 | 최고의 도시락 [2] | Noeul | 2021.08.30 | 80 |
61 | 가을 햇살 속 사랑 | Noeul | 2021.08.01 | 23 |
60 | 그때 생각이 | Noeul | 2021.07.20 | 23 |
59 | 한 편 만들기 | Noeul | 2021.07.18 | 1000 |
58 | 고향에 눈은 내리고 | Noeul | 2021.05.23 | 27 |
57 | 풍요한 빈 그릇 | Noeul | 2021.05.19 | 27 |
56 | 기차여행 | Noeul | 2021.05.18 |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