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스케이트

2022.07.31 05:48

조형숙 조회 수:3

수연이 스무살 되던 해 6월, 그 날 태양은 참 뜨거웠다엄마와 이별하기 위해 달구어진 언덕 길을 힘을 다해 올라 갔다. 땀이 비오듯 흐르고 숨은 턱에 차 올랐다. 하얀 광목 치마가 자꾸 다리를 휘감았다. 뒤로 묶은 긴 머리는 목덜미를 무겁게 했다오른쪽 다리에는 허벅지까지 깁스를 하고 양쪽 겨드랑이는 크러치를 의지한 채 높은 언덕을 향해 올라갔다. 엄마가 거기  계셨다. 

수연이는 엄마의 가슴팍에 엎어졌다. 

"엄마아 엄마!" 

수연이는 모든것이 자신의 탓이라며  가슴을 쥐어뜯고 있었다. 

"엄마 어떡해!!"

 낯선 이곳에 엄마가 누워야 한다. 흘러내린 머리칼은 젖은 얼굴에 헝클어져 붙었다. 6월의 태양은 불덩이 였고 어디선가 뻐꾸기가 울고 있었다.

 

그 해 정월 초하루, 친구들이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불렀다. 

엄마는 “여자가 정초 부터 나다니는 것 아니다." 스케이트 타러 가겠다는 수연에게 엄마는 "다음 날 가라”고 말리셨다. 그래도 가고 싶었다. 수연의 마음은 이미 스케이트장에서 원무를 추고 있었다.

 "엄마 가면 안돼요? 친구들이랑 약속했어요. 보내주세요." 

"안된다잖니!" 

엄마는 완강했다. 여자는 왜 정초에 나다니면 안되는 것인지 수연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스케이트는 안방 다락 안에 있어 꺼낼 수가 없었다. 엄마 몰래 집을 나왔다. 친구가 롱스케이트를 빌려 주었. 피규어 스케이트에 익숙했던 수연에게는 롱스케이트가 몹시 불편했다. 그래도 피규어 스케이트를 신은듯 얼음위를 밀며 나갔다. 얼음 위에 서면 늘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고 백조처럼  춤을 추던 수연이었다.  얼음을 미끄러져 나가며 돌고 있었다.  그때 발이 무언가에 걸려 균형을 잃으며 그대로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다. 얼음이 녹아 있던 사이로 스케이트 날이 박힌 것이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오른쪽 다리 종아리 뼈가 부러졌다고 의사가 말했다. 

 

멀쩡하게 나간 딸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들어왔다. 

"수연아!"

 엄마는백지장 같은 낯빛으로 수연이의 이름만 불렀다. 수연이는 대뜸 엄마의 품에 안겼다. 

"엄마 미안해." 

엄마는수연의 등을 쓸어주며 

"얼마나 아팠니?  됐다 집에 왔으니 됐어" 나즈막이 말씀 하셨다. 등을 쓸어주는 엄마의 손이 많이 떨리고 있었다.

 

부러진 종아리에 깁스를 하고 지낸 지 석 달이 넘어도 수연이는 일어서지 못했다. 기차를 타고 큰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뼈는 날카롭게 사선으로 부러져 있었고 살이 그 사이로 들어가 자라고 있었다. 사선으로 부러진 뼈는 흡사 롱 스케이트의 날과 닮아 있었다. 깁스를 떼어내도 걷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케이트장에 지정해 놓은 백차가 실어다 준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도 하지 않고 그냥 깁스만 해 주었던 결과였다. 수연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뼈를 다시 고정시켜 백금나사를 박는 큰 수술이었다. 

 

병원에서 내려다 보이던 큰 길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꽃놀이로 붐비고 있었다. 눈처럼 날리는 꽃잎이 화사했다. 나비처럼 춤추며 날리던 벚꽃 잎을 보며 스케이트장의 원무를 떠올렸다. 얼른 나아서 다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춤추고 싶었다.

 

 수연이는 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 엄마!" 

엄마의 지병이 깊어져 있었다. 엄마 가슴에 나사를 박은 듯 수연이의 심장이 쓰리고 아팠다. 눈앞의 오월은 모두 싱싱한데 엄마는 자리에 누워 계셨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초록이 짙어 가던  6월 한달을 넘기지 못하고 엄마는 세상을 떠나셨다. 

 

  엄마는 아직 떼도 입히지 못한 곳에 누워 계셨다.

 "아! 엄마아 엄마!" 

아무리 섧게 불러도 몸부림을 쳐도 엄마는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엄마가 낯설었다. 수연이는 가슴을 치고 또 긁었다. 쥐어 뜯었다. 태양은 불덩이였다. 어디선가 자꾸 뻐꾸기가 울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스케이트가 돈다. 기차가 달린다. 벚꽃이 휘날린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면 다시 6월이 온다. 

 

*'6월이 왔다' 의 제목을 바꾸고 아주 짧은 소설로 바꾸어 써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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