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 2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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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문학상 심사평

고은(시인)
관념도 쓸모없도다. 사념도 쓸모없도다.
오로지 담박하고 소박하다.
그냥이다.
그냥 꽃이다.
그냥이므로 더 이상의 다른 까닭이 쓸모없다.

해 지는 서산이 허허롭구나!


김재홍(문학평론가ㆍ경희대 명예교수)
주지하다시피 정지용문학상은 오늘의 절대적 세속가치인 한 푼의 상금 없이 20여 년을 이 땅 훌륭한 시인들에게 주어짐으로써 가장 권위 있고 받고 싶은 문학상으로 성장해 온 대표적인 시문학상이다. 상금 없이 지용 흉상이 새겨진 순금메달과 계간 『시와시학』에 특집으로 집중 연구됨으로써 순수성과 권위를 인정받은 까닭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정지용 선생의 시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 시의 문학사적 위치에 기인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면에서는 김성우 선생을 비롯한 지용회의 주도적 역할, 그리고 계간 『시와시학』과 출판사 깊은 샘의 실제적인 역할, 그리고 옥천군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말미암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수상 시인으로 선정된 나태주 시인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수상자로 거론된 분이다. 그만큼 시적 영향과 시인으로서의 품격이 우리 시단의 정상에 놓여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때마다 이미 다른 문학상 수상자로 먼저 선정되는 바람에 순수성과 권위를 고집하는 정지용문학상 수상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이번 수상작인 「꽃ㆍ2」는 사랑의 주체성, 원본성(originality), 진정성(sincerely)의 원리를 잘 묘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았다.
첫째, 이 시는 사랑의 속성으로서 보고 싶은 것, 즉 그리움과 사랑스러운 것으로서 연모, 안쓰러운 것으로서 연민의 정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말하자면 사랑은 어떤 명목이나 주의주장 논리가 아니라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라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랑의 근본 원리와 가치가 주체성, 상대적 보완성, 그리고 영원지향성을 지닌다는 속성을 보여 준다.
셋째, 따라서 사랑은 진실성, 선 지향성, 아름다움 지향성을 지니는 것, 즉 주체적 완전성과 상대적 보편성, 영원지향성을 불변가치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결론적으로 사랑은 생명의 존재원리이고 생의 지속원리이며 불변의 가치라는 점을 ‘꽃’을 통해서 노래함으로써 사랑과 인간의 존재의미와 가치를 아름답게 석명(釋明)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 되겠다.
시인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유 자 효 (지용회장)
제26회 정지용문학상 후보에 오른 시인과 작품은 공광규의 ‘담장을 허물다’, 김관형의 ‘아침 햇살’, 김기택의 ‘갈라진다 갈라진다’, 김수복의 ‘외박’ 나태주의 ‘꽃·2’, 박태일의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였다. 모두가 현대 한국 시단을 대표할만한 작품들이었다. 오랜 토론 끝에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남은 작품은 공광규의 ‘담장을 허물다’와 나태주의 ‘꽃·2’였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은 나태주의 ‘꽃·2’를 제26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작으로 만장일치 합의하였다.
올해의 수상작은 우선 최근 몇 년 동안의 수상작들 가운데 가장 수월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의 진폭이 크다. 이런 성과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정지용문학상의 심사 기준 가운데 ‘낭송하기 좋은 시’에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올해 정지용문학상은 지용의 고향인 충청도 시인을 품에 안았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시인 정희성)
심사위원들은 나태주가 인간애에 바탕을 둔 따듯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이번 지용문학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그의 시 가운데 빛나는 한 편을 고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것은 그의 시가 장미처럼 현란한 꽃이라기보다는 풀꽃과 같이 잔잔하여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그의 시 ‘풀꽃’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고심 끝에 우리는 ‘꽃2’를 수상작으로 가려 내었다.
제목은 ‘꽃’이지만 이 시가 단순히 꽃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정적 주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네가 예뻐서도, 잘나서도,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고, “네가 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네가 아니고는 지닐 수 없는 빛과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뜻일 터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진 것 없이 안쓰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인의 따듯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시는 인간애에 바탕을 둔 그의 오랜 작업의 특성이 집약적으로 드러난 명편으로 보인다.

[출처] 꽃 • 2 / 나태주 (시로 여는 아침)|작성자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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