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정용진 시인

2017.03.02 22:23

정용진 조회 수:12

백내장 수술

                                  정용진 시인

 

젊어서는

푸르고, 밝고, 싱그럽게 보이던

세상 사물들이

 

나이 들어

눈이 흐려져

눈앞에 나타난 모습들이

안개 덮인 창밖을 바라보듯

성에 낀 유리창 앞에 서있듯

흐릿하게 보이는구나.

 

나 이제

가려진 눈의 백내장을

진보된 현대 의술로

말끔히 걷어내 버리고

변화되어

경건한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눈앞에 전개된 사물들을

더 푸르고

더 맑고

더 싱그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낱낱이

정확하고 분명하게

시적 언어로 기록 하리라.

 

청순한 젊음으로 되돌아와서

형안(炯眼)의 창으로

온 세상을 바라보리라.

 

그리고 또

이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우냐고

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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