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림자
2017.05.14 07:50
산 그림자
정용진 시인
어두운 세상
하루를 밝혀주고
이제 잠을 청하려
서산에 걸려 있는
앳된 얼굴.
빛나는 광채
아름다운 태양이여!
‘서산에 걸린 해는 붉은 노을을 토해 놓고
절로 돌아가는 노슴(老僧)의 분주한 지팡이 소리.
(西山落照 怪碧山 老僧歸寺 丈不閑)
그리운 시선 김삿갓이여!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 십리를 간다. 더니
어두움의 세월이 지나가고
밝은 빛의 세상이여 어서 오라.
가난의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이마에 흐른 땀을 행주치마에 닦으시며
산마루에서 쉬시던 어머니
등에 지개를 십자가처럼 지고
평생 불평 없이 사신 아버지
당신들은 이 시대 고난의 제왕 이셨습니다.
이제는
그 가난, 그 설움, 멀리 물러가고
한여름 물가에서 자란
미루나무처럼
당신들의 후손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한여름 숲속에서 자란 산머루처럼
알알이 싱그럽게 영글어 단물이 고인
풍성한 가을이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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