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 감사절/정용진 시인

2017.11.22 04:08

정용진 조회 수:5

추수 감사절

2012년11월26일/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싱그럽고 푸르던 산과 들판이 가을바람을 접하면서부터는 붉게 단풍이 들고, 황금색으로 익은 과즙에 단물이 고이고, 부드럽던 껍질들이 단단히 굳어 그 속엔 다음 세대를 이을 생명으로 갈무리된다.

어린 생명이 꽃으로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만숙의 미는 그윽하고 안온하며 평화스럽게 열매로 마무리되어 하늘과 땅과 인간들이 다 같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천․지․인의 축제가 된다. 이때가 되면 장성한 자녀들에게 짝을 지워주는 혼례를 올리고, 옛 어른들의 산소를 찾아 시제를 드리며,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사실에 대하여 기쁨과 영광을 돌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넘치는 계절이 된다.

우리가 이 땅에 와서 추수 감사절을 맞아 터키를 구우며 호박 케잌을 나누어 먹고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한 해의 성장을 고마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요 당연지사이다.

추수 감사절의 연원은 1620년 반 영국 교회 파 그리스도교도(Pilgrim fathers)들이 정든 고향땅을 떠나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 동부 플리머스항 케이프 카드(Cape Cod)에 도착한 후 땀 흘려 지은 첫 수확을 하나님께 감사드린 기쁨으로부터 시작된다. 포도주를 실어 나르던 낡은 배에 아녀자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102명(여자24명 포함)의 청교도들이 순종함으로 누릴 행복과 안일함으로 얻는 평화를 버리고 정든 땅을 떠나 악천후와 싸우고 풍랑노도를 이겨내며 긴 항로 끝에 얻은 열매인 것이다. 이들에겐 옛것에 대한 저항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더 크고 자유로운 것에 대한 동경과 선망의식이 있어 이들이 개척자의 혼으로, 청교도의 정신으로, 아브라함의 후예로 선택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그들은 65일간의 긴 항해 끝에 102명이 프리머스항에 도착하였으나 가난과 병고와 기후의 차이 질병 등으로 44명이나 사망하고 남은 자들이 사투를 벌리며 정착에 성공 하였다.

추수 감사절은 이 한 해를 정성껏 산 우리의 삶을 감사해서 창조주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는 축제의 날이다. 청교도들은 손수 땀 흘려 지은 채소와 햇과일 그리고 터키를 구어 놓고 자기들이 이 땅에 정착할 때 자신들이 원주민이라고 갖은 방해를 일삼던 주위의 인디언들을 초청하여 함께 감사를 드렸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오고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다. 이 한 해를 되돌아보면 어느 누구에게나 하나같이 감사할 조건이 있게 마련이다. 온 가족이 건강하게 한 해를 지낸 사람, 귀한 자녀를 선물로 받은 사람, 새로운 사업을 얻었거나 번창시킨 사람, 그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할 것이다. 감사하는 자에게 감사할 조건이 더욱 많아지고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영원에 비하면 부싯불 빛과 같고 무한에 견주면 이른 아침 풀잎에 빛나는 이슬과 같은 인생이지만은 피카소의 말과 같이 ‘착하고 아름답게 살기에는 길다’는 나날의 삶이어야 할 것이다. 수고한 자가 얻는 열매, 창조주에게 드리는 감사, 이는 사랑을 받는 자와 사랑을 주는 자와의 아름다운 화답이다.

우리 한인들은 자의건 타의건 이 땅에 와 살고, 자녀들을 이 땅에 심으면서 청교도들의 뜨거운 개척정신과 숭고한 신앙심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신 앞에 바로 서는 경천애인의 후예요, 귀생지도(貴生之道)의 고귀한 실존들이다. 더구나 우리들에게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피골이 상접하도록 노동을 하면서 우리들의 정착 터전을 마련한 코리안 청교도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뜨거운 땅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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