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시인의 연시 모음

2018.08.19 12:43

정용진 조회 수:495

정용진(鄭用眞) 詩人戀詩 모음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꾼이다. 시란 생동하는 시어(詩語)로 탄생되는 문학의 장르이기 때문에 시인은 항상 1)시대의 흐름에 따라 뒷전으로 밀려나 휴면하는 언어들을 되찾고 2)새로운 시어를 발굴하여 창작에 활용하야야 하며 3) 기왕에 타인이 발굴 및 창조하여 사용한 언어는 다시 사용하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음으로 항상 주의하여야한다.

 

자화상

 

너는가장 고요한 시각에네 영혼의 소리에귀 기울이라그리고네 삶의 지침을 바로 세우라.세상은 병들고썩기 쉬운곳언제나아름다운 너 자신은고독한 시간에만생성되느니너는가장 엄숙한 순간에자화상을 그리라그리하면네 인생은늘 풍만해 지리라. -정용진, <자화상> 전문.

 

[()]

바람 부는 

나는

너를 향해

( 띄운다

 

 연연戀戀)

마음을 띄운다

 

 없이 연연(涓涓)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쭉 이어져 길게 뻗음. -정용진, <> 전문.

* The Best Poems & Poet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5)

 

[사 랑]

그대는 누구 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 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 이길래,

 밤도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Editor's Award.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3)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됨.

[LOVE]

 

I wonder who you are,

you who fill up the depth of my mind

while I keep sitting alone in silence.

 

You knock on my heart

even when I lock it tight.

 

You might be doing the same

when I roam about

looking all around for you.

 

Instead of a cold rock

standing upright beyond time,

may you rather become

a clear river

passing in front of me

with a splashing sound.

 

Like the breeze moving along an alley

as the starlight shining in the wind,

you charge my

whole empty soul tonight.

Wondrous you are.

정용진의 <사랑> 원문. 영역 DR. Won Ko

*By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ry

 

사랑은 만인의 원이요. 시인은 만인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메신저다. 그러므로 시는 삭막한 세상을 부드럽게 변화시켜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시인은 자신의 분신인 작품을 통하여 삶의 생각들과 사랑을 고백 다짐 약속하기도 한다.

[아 내]

 

아내는

꿈으로 깊어 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 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서러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 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 서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빛

 

그대 가슴은. -정용진, <아내> 전문.

 

 

아내.2

너는 내 짝

나는 네 짝

 

네가 없으면 나는 외짝

내가 없으면 너도 외짝.

죽을 때 까지

너는 내 짝

나도 네 짝

 

너와 나는 단짝

죽어서도 영원한 단 짝.

 

 

내 그대를그리워하는 마음은장미꽃 향이로라.간 밤마른 땅을 적시며함초롬히 내린이슬비길녘에는줄지어 서서나팔을 불며사랑을 노래하는연분홍 산나리 꽃.개울 건너떡갈나무 숲꾀꼬리 벗하여동산에 오르면하늘엔눈부신 황금 햇살면화 구름이송이송이화장한 신부처럼눈부시다.내 그대를사랑하는 마음은라반다의 향이로라.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내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

-정용진, <징검다리>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가로등]

 

어두움이

싸락눈처럼

거리에 덮여오면

연인의 눈빛 같은

가로등들 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조용한 발소리

그 속삭임이

달빛 같이 고요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샘솟는 그리움

늘어선 가로등을 따라

연인들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따스한

이 저녁. -정용진, <가로등> 전문.

 

 

[가을연가]

 

나는

이 가을

타오르는 단풍처럼

붉게 죽겠다.

 

사랑스러운

너의 뜨거운

눈물을 위하여. -정용진, <가을연가> 전문.

 

[산머루]

 

꽃사슴도

입 맞추는

숲길 사이로

조각하늘이 열리면

 

그리움 못 견뎌

고목 등걸을 휘감던

산머루가 익는다.

 

바람이

세월로 흐르고

세월이

바람으로 흐르는

외진 산록.

 

길 찾는

너의 옷 빛도

주홍으로 물들고

머루 향에 취한

이 저녁

산 노을이 붉다. -정용진, <산머루> 전문.

*박환철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그루의 파초가 되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하늘에

인생을  젓게 하옵소서.

 

그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 주옵소서-정용진, <가을아침에> 전문.

 

[가을사랑]

앞뜰에는

붉은

석류 두알

뒤뜰에는

노을빛으로 타는

홍시.

 

이 모두

사랑스러운

너의 젖가슴이련만

터질까봐, 차마

만질 수가 없구나.

 

!

이는 내가

이 가을에

너에게 보내는

순수

나의 첫사랑. -정용진, <가을사랑> 전문.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 달로

못 속에 잠겨 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정용진, <산울림> 전문.

*권길상. 박환철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강의 노래]

 

너와 나는머언 후일강물로 만나자.굽이굽이인생 굽이를사랑처럼 맴돌다가폭포를 만나면함께 뛰어내리고여울을 지날 때엔소리 높여 울어 가자.달빛이 쏟아지는은모랫벌에서 피워내는바람의 축제갈대들의환호를 받으면서기인여정이 끝나는 포구에해조음이그리운 사람들의 발소리로몰려오며는너와 나는머언 후일()노을로 뜨자. -정용진 <강의 노래> 전문.

 

 

[산 행(山行)]

 

낙엽이 지는 소린가 싶어

계곡을 찾아드니

외진 숲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다.

 

빈손으로

찾아간 나에게

그는

향기를 전해 주고

웃음은 덤으로 준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어

찾았으나 빈손뿐

 

겸연쩍게 돌아서는데

지나던 바람이

향을 싣고 따라와

옷깃에 뿌려 준다.

 

그대가 오는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꽃이 지고 있었다.

*지성심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나목]

 

그리워 애탄가슴

님 찾아 떠돌다가

길 잃어 잎 떨구고

너 홀로 선 자리에

차가운 서릿바람

돌아와 서성이네

구르는 낙엽소리

가을이 깊었는가.

 

낯익은 동산 떠나

그대를 찾았노라

부르는 그 음성이

티 없이 메아리져

아련한 추억들이

들길에 번지는데

그대의 발자국에

가을이 쌓여있네. -정용진, <나목> 전문.

*권길상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정용진, <봄 달> 전문.

 

 

 

 

[나의 연인 융프라우(Jungfrau)]

님 그리워하는 마음

나날이 깊어

백옥장삼을 걸치고

억만년을 기다렸네.

 

기다리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길었다.

내 너를 찾아

구름으로 외지를 떠돌고

물결로 강산을 굽어 도는 동안

너는

고향마을 알프스 산록에서

주야 사시장철

춘풍추우(春風秋雨) 혹서동설(酷暑冬雪)

온 몸으로 안았구나.

 

기다림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서있는 세월이 너무 오랬다.

숱한 세월의 맥박 속에

바람이

구름이

별빛이

눈비가

네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마음을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고

옷소매를 잡아당겨도

곧은 절개로 버티고 서서

처녀의 머리위에

백발이 서렸구나.

 

날마다 너를 찾아온다, 온다하면서

칠순을 넘어 너를 찾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3,454미터

알프스 융프라우 산정에 오르니

기다리다 지친 노여움으로

짙은 안개 커튼을 드리우고

얼굴을 숨기는구나.

 

타는 연정(戀情)

불길 같은 사랑을 억누르고

발길 돌려 떠나오는 내 마음 애닯어

따라오며 차창에 부딪치는 눈물방울

차가운 빗소리!

너의 발소리로 믿으련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너를 일찍 찾지 못하여

네 가슴에

만년설이 덮였구나,

내 너를 사랑하여

네 가슴위에 소복이 쌓인

흰 눈 위에

다섯 손가락을 펴서

나의 손도장을 찍어

카메라에 담아

울며 떠나가노라.

 

잘 있어, 또 올께

! ! 나의 사랑

나의 연인

융프라우. -정용진, <나의 연인 융프라우> 전문.

*융프라우는 알프스의 영봉으로 처녀라는 뜻임.

 

Jungfrau, My Dear

by Yong Chin Chong

In her a great depth of longing,

wearing her lily-white monk’s robe,

she has been waiting for countless years.

Too long you waited!

Too long you stood!

And searching for you

I became a cloud wandering,

a wave flowing around the mountain.

You, my dear,

skirted the base of the Alps, your home,

unfailingly day and night

during the four seasons.

You embraced the

Spring wind,

Fall rain,

scorching Summer and

freezing Winter.

While preserving your chastity,

you survived for so many years.

Winds,

clouds,

starlight,

snow and rain

passed by to tempt you.

O, the Virgin’s hair has gone white!

At last, I come to you.

To see you, I climb 3,454-meters.

But you, Jungfrau my love,

drop a foggy veil of exhausted anger

from the long wait for this man

seven decades old.

Holding the fire of love,

I turn back.

The cold sound of rain hits the car window,

and I believe it is your footsteps!

I am sorry,

so truly sorry.

Your long wait for me

left perpetual snow in your heart.

I love you,

so I stretch out my fingers

to seal you.

And I leave you in tears.

Farewell, I will come again.

Oh my Dear!

Oh my Love!

Jungfrau.

*Jungfrau means 'A Virgin'. The highest peak of this sacred mountain

of the Alps is 4,158-meters high, which is the highest in Europe.

 

[견우와 직녀]

 

직녀야

오늘이 칠월 육석이다.

내가 너에게 거의 다 왔다.

내일이면 만나겠구나.

 

수줍어

구름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지 말고

네가 정성껏 짠 명주 필

진홍 저고리, 옥색 치마로

곱게 단장하고 달려오려무나.

아무리 기쁘더라도

눈물일랑 옷고름에 감추고

초생 달 미소로 맞아다오.

 

나는 너를 내 등에 업고

신나서 춤을 추며

별과 별 사이를

어두움과 빛 사이를

하늘과 땅 사이를

마구 건너뛰리라.

 

네 할아버지 옥황상제가

우리 둘의 만남을 훼방하여

목동인 나는 동쪽에

손녀인 너는 서쪽에 갈라놓아

해마다 칠석날만 만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의 사랑 직녀야!

어서 사뿐 사뿐

오작교를 건너오너라.

우리의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

 

오늘 밤은

은하수로 하늘에 장식을 하고

나는 노래를 부르고,

너는 춤을 추고

합환주(合歡酒)를 서로 나누며

달이 서산에 기울도록

단꿈을 꾸자꾸나.

 

내일은 칠월 팔석

너와 내가 흘린 눈물이

연우(烟雨)가 되어 내리리니

이도령과 춘향이가 만나듯

너와나의 만남을 위하여

오작교(烏鵲橋)를 놓다가 머리가 벗겨진

까마귀와 까치들을 불러서

위로의 잔치를 벌이고,

춤과 노래로

축제의 향연을 베풀자. -정용진, <견우와 직녀> 전문.

 

[농부의 일기]

 

나는

마음의 밭을 가는

가난한 농부.

 

이른 봄

잠든 땅을

쟁기로 갈아

 

꿈의 씨앗을

흙 가슴 깊숙이

묻어 두면

 

어느새

석양빛으로 영글어

들녘에 가득하다.

 

나는

인생의 밭을 가는

허름한 농부.

 

진종일

삶의 밭에서

불의를 가려내듯

잡초를 추리다가

땀 솟은

얼굴을 들어

저문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영원의 기쁨.

-정용진, <농부의 일기> 전문. 권길상 작곡 가곡.

 

 

시인이란 죽은 문자에 생기()을 불러 넣어 산 언어로 소생시키는 언어의 마술사다. 과거에 아름답게 사용되어 사랑을 받던 언어들이 세월의 흐름으로 밀려나 사장(死藏)되고 잊혀져있는 언어들을 재 발굴하여 빛을 보게 하고, 생동하는 새 언어를 빚어 대화에 활력소를 제공하려 노력하다 보면 때로는 꿈속에서도 시상이 떠오르는 수가 종종 있다. 이는 오매불망(寤寐不忘) 가운데 얻는 소중한 시상(詩想)이라 더욱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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