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비하는 삶

2018.12.26 22:32

정용진 조회 수:21

[열린 광장] 내일을 준비하는 삶

[LA중앙일보] 발행 2017/01/19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01/18 19:34

정용진 / 시인

창밖에는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곧추선 나무들은 겨울비를 맞으며 먼지 낀 육신을 씻고 과목들은 겨울추위를 견디며 또 하나의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일찍이 주자는 '봄에 심지 아니하면 가을에 가서 걷어 들일 것이 없어 후회하고, 젊어서 배우지 아니하면 늙어서 후회한다'고 일렀다. 봄이 꽃과 향기로 조용히 미래를 약속하는 계절인데 비하여 여름은 성숙과 풍만을 자랑하는 계절이고 반면에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며 겨울은 갈무리의 계절이다.

우주의 질서는 밤과 낯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계절의 변화 속에서 인간은 적응과 충돌을 겪으면서 약육강식의 삶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는 항상 준비하는 자가 주인이 된다.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성실의 지게를 지고 근검노작의 피리를 불며 땀 흘려 노력하는 수고가 있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고 거저 얻으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한다.

중국의 한 선비가 낙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다 산마루터기에서 쉬고 있는데 맹수에게 쫓기던 토끼 한 마리가 나무 그루터기를 들이받고 죽는 모습을 보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선비는 과거에 낙방하고 고향으로 가는 길에 이 고개를 다시 넘으면서 낙방하고 고향에 돌아가면 기대하던 마을 사람들이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차라리 이곳에 초막을 짓고 살면 토끼 고기는 거저 얻어먹으려는 생각에 주저앉았다가 남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고사를 수주대토(守株待兎)라고 이른다.

"샛별 지자 종달이 떴다 호미 메고 사립 나니/ 긴 수풀 찬 이슬에 베 잠방이 다 젖겠다/ 아희야 시절이 좋을 세면 옷이 젖다 관계하랴" 이명한의 시조다. 이른 아침 새소리는 새봄을 알리는 나팔 소리다. 선인들이 농부를 일러 농자천하지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고 이른 깊은 의미를 알 듯하다.

우리 모두는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한다. 자신을 향하여 채찍질 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요, 성공을 예비 할 줄 아는 자세가 참삶의 모습이다. 우리 모두 새해를 맞이하여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신년시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며'를 드린다.



새해를 앞둔 연말에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산천초목이 목욕을 하고

마른 하천이 물길을 트는

세심정혼(洗心精魂)의 계절이다.

거친 한 해를 사느라

전신에 땀이 배이고

얼굴에는 늘어난 주름살.



이제 너와 나는

묵은 한 해를 울려 보내고

흰 눈같이 밝고 맑은 새날에

정유년 새벽닭이

꼭 깨요, 꼭 깨요

여명을 알린다.



창밖에는

낡은 때를 벗기고

싱그러운 눈망울에

생기를 불어넣는

하늘과 땅의 열기.



송구영신(送舊迎新)

근하신년(謹賀新年)의

이 청아한 계절에

사랑의 안부를

그대에게 전하노니

땅을 쓸면

황금이 솟아나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기를 원하노라.

(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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