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송>

11월은 돌아오는 달
                                       정용진 시인

창가에 서서

가을 들길을 바라보면

낙엽을 밟고 돌아오는

그대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간 밤

찬비로 씻기운

나뭇잎들도

사랑으로 출렁이는

그대의 가슴처럼

뜨겁게 달아 오르고

속살이 들어나도록

푸르게 깊어가는

가을 강

그 물결 속에 

당신의 티 없는 마음이

비쳐옵니다.

소슬한 바람이

창에 와 닿으면

풍요를 찾아서 방황하다

텅 비인 모습으로 들어서는

무수한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산은 고요히 서있고

시내는 맑게 흐르고

늦가을 

바람을 타고와

담 모퉁이에서 졸고 있는

가을 햇살.

가을은

돌아오는 계절입니다.

봄의 꽃들이

성숙의 열매로 자라 돌아오고

여름의 땀이

풍성한 결실로 익어 돌아오고

거리를 방황하던

실속 없는 영혼들도

비인 마음으로 되돌아와

추수 감사절

기쁨의 식탁에 둘러앉는

만남의 계절

회귀의 달입니다. 

자신들의 때가

지났음도 모르고

빈 들을

내 영토처럼 지키다가

허기진 저들도

돌아와야 합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허영의 자락을 걸치고

거리를 기웃대다

자존심이 구겨진

그대들도 어서 돌아와

땀 배인 나무지개에

산과를 가득히 얹고

마을로 들어서는

저들에게

환호를 보내야 합니다.

11월은 모두가

감사해야 하는 달

하나같이 돌아와

만나야하는

축제의 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