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으니까 사랑하니까      ---아이오와에서 온 편지(170315)

 

아침마다 파랑새가 앞 정원 꽃나무에 찾아오는 걸 보면 이번 3월이 더욱 화창한 봄을 데리고 올 것만 같습니다. 다홍색 모자를 쓴 딱따구리도 합세를 하니 켜켜 일어나 죽을상을 하는 꽃나무 등걸에는 알록달록 벌써 봄이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앵무새 노래 소리가 들리니 산골짝의 새들이 모여드는 걸까요. 예쁜 새들이 이파리 빈 가지에 생기를 걸어줍니다. 우리 집의 재롱둥이 앵무새 키스는 삼주 떼어놓고 나들이 다녀왔다고 심통이 난 건지, 아니면 많이 슬펐는지 잘 추던 댄스에 기운이 빠져버렸습니다

 

볼 때마다 춤을 추며 애교를 부렸었는데 아주 남에게 주어버린 줄 알았나봅니다. 기분을 돌려주려고 무등을 태우면 가슴 한가운데 옷깃에 매달려 물끄러미 올려다봅니다. ‘이제 두고 가지 마세요.’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합니다. 해피도 가슴둘레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충분히 주고 간 찐 당근과 캔 푸드를 제대로 안 먹고 기다렸나 봅니다. 마음이 약한 그이는 이젠 딸네 집에도 혼자 가라고 합니다.

 

애 둘을 떼어 놓고 어디를 가겠어?’ 보스톤이고 엘에이고 다 혼자 가라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그것이 나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번에도 한국에서 앵무새의 부르는 소리를 환청으로 들었으니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가슴이 찡해옵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다림처럼 슬픈 일이 있을까요. 꼭 다시 만난다는 보장은 누구에게도 없지만 그래도 기한이 정해진 이별은 덜 아픈 일이겠지요.

 

눈이 오면 사슴은 더 자주 보입니다. 아니 골짜기를 덮는 하얀 눈이 사슴을 더 자주 보여주는 것이지요. 백지 위에 각선미가 뛰어난 미인들이 걸어갑니다. 봄눈 길에 산책을 나온 사슴 가족은 다섯 마리 자세히 보니 모두 여성입니다. 적어도 하나는 섞여있을 남성이 빠져있습니다. ‘웬 일이지?’ 어릴 적부터 괴도 루팡 등의 추리 소설을 많이 읽던 저는 궁리에 들어갑니다.

 

이 정도 날씨에 춥다고 빠졌을 리도 없고, 체력이 앞서는 수컷이 병이 났을 리도 없고, 싸웠을까요. 조롱조롱한 크기의 사슴 다섯 마리는 가족일 텐데 아빠 사슴이나 오빠 사슴이 없다는 게 사뭇 궁금합니다. ‘사슴들도 여성 상위 시대일까, 아니면 남성 총 파업일까?’ 이야기를 들으니 동물의 왕 사자들의 세계에서는 여성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암사자가 먹이를 잡아서 수사자에게 바친다고 누군가 말해주어서 비겁한 사자라고 내심 오해를 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 해설 하는 것을 들으니 그게 아니라 암사자가 주도를 한다는 것이지요. 일터와 가정이 따로 없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차라리 그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 갑니다.

 

양반의 집에서는 사랑채와 안채가 구분이 되어 있어 안살림은 주인마님이 주관을 했던 것입니다. 주관을 해보았자 열쇠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지만 1년 양식이 보관되어 있는 광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광보다는 은행이 모든 것을 쥐고 있습니다. 은행과 증권회사와 보험회사 3인방이 인류의 장래를 위한 광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우리의 소중한 제2의 생명이라고 할 재물을 어느 곳에 맡기는지 결정은 우리가 하지만 그 결정을 하기에 앞서 수많은 정보가 오고갑니다. 그 정보는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장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곧 올 것처럼 들리게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초조감으로 행동에 옮기게 합니다. 모든 도시의 다운타운을 지나가면서 보면 가장 큰 빌딩은 은행이나 증권회사, 그리고 보험회사인 것을 알게 되지요. 그것은 인간의 장래에 대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금융에 걸게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시의 유대인들이 장로들의 유전을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지키려고 한다는 것을 지적하셨습니다. 장로들이란 율법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어떤 가르침이 어렵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이행하기 싫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요. 분명히 하나님의 독생자 메시야로 오신 주님은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는 더욱 확실하게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가난한 자가 천국을 소유한다고 말씀하셨지요. 우리는 성경의 말씀보다 그것을 해석하는 것에 귀를 기울입니다. 부자와 나사로의 비유에서 아브라함은 부자에게 , 너는 땅에서 좋은 것을 누렸으므로 이 좋은 곳에 올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나사로는 땅에서 좋은 것을 누리지 못했으므로 좋은 곳에 온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요.

 

요즘 새로 나온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다른 색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육신을 입고 우리 가운데 오신 분 예수님의 말씀은 신구약을 포함하는 가장 결론적인 말씀인 것입니다. 우리는 그 말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말세에 사람들이 귀가 가려워서 자기 귀에 맞는 말을 들으려고 선생을 많이 둔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은 성경을 내 마음에 맞는 내용으로 해석하는 사람을 찾아 이곳저곳 다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세상의 빛이라 할 성도의 모습이 그런 것 아닐까요. 부를 축적하는 것이 축복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남성이 우위가 되든지 여성이 우위가 되든지 중요한 것은 함께 천국에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광의 열쇠 숫자 때문에 천국 가는 일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바보스러운 일 아닐까요.

 

많은 가정에서 나이의 고하에 불문하고 부부 갈등의 제일 큰 요소는 그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은 서로의 불신을 보여주는 것이며, 불신은 곧 사랑의 부재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참으로 당신의 동반자를 사랑하며 믿으며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으신가요. 주님은 가룟인 유다에게 자루를 맡기셨지요. 그리고 주님은 승리하셨습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믿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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