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심장으로 


'돈 없어도 할 수 있는 7가지 보시'라는 이종호 젊은 기자의 편견없는 안목이 편안했다. 잡보장경(雜寶藏經)이란 설화집, 고대 불교경전을 통해 돈 안드는 7가지 보시란 제목의 글이었다.

 

나는 그중 안시(眼施)가 으뜸이란 그런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모든 인식은 눈을 통해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여러 보시의 시선들이 마음을 열고 생각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며 목소리를 내었다. 모두가 바람시인 배선생을 그리워하고 그를 위한 편집회의에 옛정을 모으기도 하고 품은 생각들을 쏟아내었다. 의도가 아름다웠다. 멀리 알라스카 페어뱅크 강수영박사의 참석은 더욱 의미 깊었고 활기넘치게 했다. 베로니카님을 나는 그 자리에 초청했다. '다섯개의 문' 창작반 동창이었다. 박신화 목사얘기도 전했다.  


우리는 이 동네에서 출발, 카플레인에 들어섰다. 늦지않기 위해서 였다. 어제 저녁 오랜지방 장 방장의 그리스의 3대 비극사 강의와 수필가 숙희님 시상식에 출석, 늦게 귀가. 피곤이 슬쩍 침입해 오늘 아침까지 나를 휘감고 있었다. 빨리 털고 일어나 움직여야 하는데.... 


미셀이 계획한 그 날이 오늘이었다. 늦지 않으려 서둘렀다. 외출 전에 남편 밥상도 준비해야 했다. 헝클어진 내 머리를 손으로 빗질해 준 쥴리와 지적한 운전석의 오사부, 모두 평론가 강수영박사와의 상면에 상기되어 있다. 첫 만남, 상견례같아서 기대에 부풀어 있는 그들이었다. 영특한 젊은 이 시인들은 SNS를 즐기는 세대라 빠른 속도에 부응하는 민첩 손아래 친구들이다. 손 끝 또한 빨라, 내 머리까지 만져주고 대화며 읽은 책이야기로도 이어갔다. 다행스럽게 마음의 눈은 열려있어 나는 그들을 경청하고 즐기는 편이다.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조차 그렇다. 속도가 늘 거북한 것 만은 아닌데 싶어 고속도로변에 눈길을 주는데 벌써 속도 한 복판을 달리고 있다. 안시의 이로움이다. 이 관계가 오늘따라 참으로 편안하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강 평론가와의 만남에 나 까지 용모단정해야 한다는 살뜰한 마음은 역시 눈을 통한 보시에서 출발, 그리고 심시(心施) 마음과 함께 춤을 춘 보시 충만의 날이었다. 


6월은 짙어가고 바람시인 배선생의 1주기가 (7월 9일) 다가오고 있다. 추모하며 그의 생애를 기리며 문학과 인생, 그의 족적 이모저모를 강박사를 위시해 측근들이 살가운 시선으로 살펴봤다. 돈 안드는 안시(眼施)로 점철된 날이었다. 그립다 말 한 마디 없이 눈이 심장으로 직진, 안시의 깊이에 침잠된 행복된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세미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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