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턴의 추억

2018.06.10 21:26

최미자 조회 수:4

맨해턴의 추억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맨해턴에 갔다. 지하철 차선을 잘못 타 시간을 좀 날렸다. 긴 줄을 서서 몸 검사를 마치고 배에 오르니 유럽과 다른 나라 관광객들로 언어도 다양했다.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자 모두들 사진기를 들었다. 멀리 보이는 맨해턴의 빌딩과 출렁거리는 바다풍경이 멋있다. 200여명을 태운 배가 하루에 7번을 오고 간다고 들었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선물해 준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 독립기념일 날에 2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개장한 공원이다. 201210월 하순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로 자유의 여신상 공원주변이 피해를 입은 때문이다.

공원에 들어서는데 구미가 당기는 냄새가 진동하니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새로이 단장된 식당에서 맛있는 미국 음식을 간단히 먹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어야 했는데, 근처에 있는 엘리스 섬은 시간이 부족해 갈수가 없다. 안내소에 들어가 5분짜리 영상을 보고, 거대한 동상 주변을 향해 사진을 찍으며 반쯤 돌았을까. 공원 관람 시간이 끝났으니 다시 부두로 돌아가라며 직원들이 길을 막았다. 여신상 내부 구경을 하려면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니 세계적으로 얼마나 유명한 곳인가.

 

부두에서 기다리던 후배를 만나 월가 근처를 걸은 후, 이슬람 광신도들이 무너뜨린 뉴욕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무역회관으로 갔다. 빈 터에 세워진 흐르는 분수대의 통곡소리가 요란하다. 조각이름 위에 흰 장미 꽃송이들이 놓여있다. 아직도 감정이 풍부한 딸은 세상에 없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며 금방 유가족처럼 눈시울을 적셨다.

책을 좋아하는 딸은 포장마차 서점에서 당시 현장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커다란 책을 한권 샀다. 나 역시 해마다 911일이 오면 희생자의 유족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염려되어 궁금해지곤 한다.

코리아타운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정겨운 거리 32가 코리아타운에 전날 저녁에도 사촌이랑 나와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순두부 저녁을 먹었다. LA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금싸라기 땅에 책방이 있는 걸보니 수준 높은 뉴요커들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북쪽 아래층은 붐비는 32가와 달리 건물이 비어 있었다. 해마다 기업들이 망하고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니 소비할 돈이 없다. 이런 까닭에 세상이 결코 나 홀로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서로 배려하면서 얽히어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코리아타운의 흠이라면 한국의 번화가처럼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연기가 부옇다. 지나칠 때마다 목이 아팠다. 그래도 방 안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부페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잘 드시는 이모님과 보낸 시간. 여고 동창과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즐거움, 사촌 동생의 콘도 9층 창문으로 멀리 맨해턴의 아름다운 빌딩 숲의 불빛과 다리가 보이는 운치 있던 밤이 생각난다.

-미주한국일보 201869일자 신문 삶과 생각에 실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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