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 -사람 손수건 - 김영교

2019.09.01 16:27

김영교 조회 수:88

네 022.JPG

맨드라미 친구 이태영 작품


사람 손수건 - 김영교


지난 달에 우리 집은 한인 타운에서 사역하는 목사 한분의 귀한 방문을 받았다. 그 목사는 예수를 등에 업고, 그 사모는 고구마를 가슴에 안고 ... 뒷 정원 만개한 군자란이 방문 온 두 분 발길을 반갑게 맞았다. 미소 띤 얼굴 표정은 주말 오전을  한층 싱싱한 분위기로 돋구어주었다. 주중인데도 정장에 신발도 낵타이도 그날 따라 너무 멋져보였다. 편안한 목소리가 우리집 안팍을 가득채웠다. 


마침 생일이라 루디아의 방문은 미리 계획된 것이었다. 새벽 기도 후 지나가는 길에 들린 케이티도 약속이나 한듯 합석하게 되었다. 의미있는 주말 오전 작은 예배가 시작되었다. 울림이 있는 다윗에 관한 이야기는 늘 들어왔지만 그날 따라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가 평생 원하는 것 시편 27장 4절 , "곧 그것을 구하리니 


살아도 죽어도 여호와와 함께하는 영적 삶을 지극히 사모한 다윗, 그런 가정이기를 그 목사님은 축원하고 기도해 주신 것이다. 여호와 그 존재의 아름다움, 눈물을 불러온 설교와 찬송, 그리고 절절한 기도...마음 속에 감동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아득히 세월에 포류해도 먼 훗날 까지 금년 4월 토요일 말씀이 마치 만개한 우리집 정원의 군자란 꽃떨기와 오버랩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다. 가슴을 열고 힘있게 부른 찬송가, 다가온 감동은 감격적이었다.


처방약 후유증이 남편 성대를 눌러 목소리가 가늘어졌다. 음량이 줄어 사라지다싶이 한 그 목소리가 나의 안타까움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아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게 울리며...나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내외분의 이중창 - 그 높은 곳은 죽음 후의 하늘나라가 아닌가. 또 '저 장미꽃 위의 이슬'은 남편과 어머니의 단골 이중창...평생 모자의 애창곡(favorite hymn)인데 어머님이 떠나신 후 어느듯 그리운 곡이 되고말았다. 은혜를 끼친 작은 예배였다. 생생한 기억에 눈물이 글썽해졌다. 예배드리는 아들 모습을 어머니가 지금 보고 계실까, 가슴이 먹먹해지고 있었다. 눈물은 눈치가 없었다. 훌쩍거리며 우는 나에게 조용히 건네준 사모의 힌 손수건, 콧물을 닦고 눈물을 마르도록 등 도닥여 준 그 사모의 그 마음 그 자체가 귀한 손수건이었다. 누군가의 젖은 마음이 마르도록 달래주는 배려의 사람 손수견이였다. 예기치 않았던 보나스 주말 예배! 눈물을 닦고 심호흡을 하고  처다본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렀다. 


가슴이 서서히 개이고 있었다. 밤은 늦었지만 세탁을 했다. 나는 손수건을 깨끗하게 빨아 다림질까지 한 후 주름을 쫙폈다. 펴진 손수건을 모양대로 네모 사각형으로 곱게 접어 카드봉투에 넣어 간수하였다. 덩달아 내마음도 펴졌다. 수요일이면 선교회 참석차 시내에 나갈 때 전하리라.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수요일, 소리 소문없이 쇼셜 워커로 일하는 사모 직장 양로병원에 들렸다. 만나 반가워하는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며 쿠키도 전달 했다. 얼굴 전체를 환한 미소로 채우고 사모는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 동료까지 소개해줬다. 비록 잠간이였지만 서로 인사를 나눌 때 사모 인품 칭찬을 하는 것을 보니 사모는 직장에서도 영향력있는 봉사자 같았다. 이런 귀한 인연이 가까이 있다는 게 고마웠다. 손수건의 의미를 깊이 짚어본다. 배려의 손수건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 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모의 일터 양로원에서 지는 해의 여린 여열을 바라본 만남의 시간은 의미 깊었다. 머지 않아 있을 수 있는 어느 훗날의  내 모습 상상해보는 양로원 방문이었기 때문이다발이 없는 손수건이 내 마음에 걸어들어와 양로원까지 안내한 확대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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