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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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문학 단상/ 이브의 동물

2017.12.23 21:29

Noeul 조회 수:8

문학 단상/ 이브의 동물 - 이만구 (李滿九)

어느 누가 선뜻 뱀을 사랑할 수 있을까? 원죄의 업고로 물든 저 이브의 동물을 말이다. 어릴 적에 들딸기 풀밭에서 화사한 뱀을 보면은, 우리는 너무 무섭고 징그러워 돌을 마구 던지곤 했다. 네 몸에 묻어 흐르는 피를 보면서, 우리는 가끔씩 카인의 후예의 원초적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옛말에 "뱀을 해치면 복수한다"는 전설 같은 구전이 있었다. 그런 경험의 죄책감으로,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존엄성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가지려고 더 노력했을지도 모른다. 산에서 노루의 선한 눈과 마주치거나, 어린 새끼를 데리고 내려오는 어미 곰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런 감정을 쉽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끔씩 산 아래 갓 깨어난 새끼 뱀이 기어 나와 다니다가, 인기척을 듣고 정지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다시 조용해질 때쯤이면, 어디론가 금세 사라져 버리곤 한다. 어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지혜로움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 본능적이고 간교하다는 이브의 동물을 우리는 그리 쉽게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