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향기/샌디에고 문장교실/정용진 시인 운영

2013.04.27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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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향기‘ ‘샌디에고 문장교실‘

문장교실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정용진 시인
<축사> ‘문장교실’ 창립 5주년능 축하합니다.
                                     서명성목사(팔로마한인교회 담임)    
<축사> 문장의 향기가 멀리 퍼져나가기를
                                          문인귀 시인 (미주문협회장)
<창립5주년 기념 강론>   나의 글쓰기        지희선(수필가)

초대 작가의시>

해는, 해는                                 문인귀 시인
간절(懇切), 시심, 정신길,                    이기윤 시인
신세계로, 다시보기, 지금 별은 시험중        정정인 시인
붉은 와인 Melto, 미역국을 끓이며, 밥통,     강학희 시인

<회원들의 작품>

나의 자화상                                 강영숙
코스모스                                    강영숙
‘넌’                                         금아
‘님’ 그리워라                                박승준
‘나’                                         박정숙
임이시여                                    박정숙
봄비                                        서용
들꽃향기                                    서용
나팔꽃                                      서용
나의 고뇌                                   서용
자화상(나의 고향)                            신상철
나의 슬픈 사랑                              오수연
나의 노래                                   오수연
나                                          오수연
파도                                        오수연
오늘의 기도                                 정선옥
감 밭에서                                   정선옥
자화상                                      황길리
귀향                                        황길리
바람                                        황길리
등산화                                      황길리

<제 2부-문학작품 감상>
정용진(鄭用眞) 詩 깊이 읽기


























문장교실 창립 5주년을 맞이하여       정용진 시인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들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하합니다.
본회는 지난  2008년 3월 11일 창립되어 금년 3월로 창립 5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본회의 발전은 회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참여와 협조, 그리고 장소를 제공하여 주시고 항상 격려하여주신 팔로마한인교회 당회장 서명성 목사님과 당회원 여러분들, 교우 여러분들과 각 언론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택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힘겨운 이민 생활 가운데  샌디에고 지역에서 매월 모임을 갖고 서로 격려하면서 문학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고귀한 일입니다. 이러한 열정적인 배움 속에서 우리들의 땀 흘린 과거의 역사들이 알알이 기록되고 성숙한 이민자로서의 자질이 형성되며, 건실한 한국인으로서의 긍지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정성스러운 오늘의 삶들이 한국 이민자들이 성공적인 제2의 고국을 신대륙인 아메리카에 정착 시키는 일임을 생각 할 때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백지를 앞에 펼쳐놓고 펜을 손에 들고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던 여러분들이 이제는 이렇게 자신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시와 수필로 쓰실 수 있게 되었음을 큰 보람으로 여깁니다.
본인들은 물론 그 자녀들과 이웃 친구들도 부러워 할 것입니다.
무쇠나 구리만 녹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두뇌도 녹이 쓸게 됩니다.
자르고 문지르고 쪼고 닦는 절차탁마(切磋琢磨)는 지성인의 아름다운 정성의 표현입니다. 인간의 지상에서의 일회적인 삶은 귀생지도(貴生之道)의 소중한 기회입니다. 모두들 날마다 정성스러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신에게 바치고 칭찬을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금년에는 이웃의 많은 친구와 동료들에게 권면 하시어 더욱 풍성하고 활기 넘치는 ‘샌디에고 문장교실’이 되게 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이 사람도 우리들의 문학식탁이 기름지고 풍성하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 회원님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축사>

‘문잘교실’창립 5주년을 축하합니다.
                           서명성 목사(팔로마한인교회 담임)

만물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켜는 봄이 왔습니다.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수난을 당하신 사순절을 Lent라 부르는데 이 또한 ‘봄’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샌디에고 문장 교실이 창립된 지 3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글쓰기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특별한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선천적으로 글쓰기의 은사가 있어 글을 잘 쓰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묵상하고 여러 생각과 감정을 종합하여 그 의미를 명확하게 사용하는 훈련을 통해 늦게 꽃을 피우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도 설교원고를 준비하거나 기고하면서 글을 쓸 기회가 많은데 여전히 해산의 고통을 치릅니다. 글을 쓰기 전에 주제를 잡고 이를 전개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써내려가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로운 의미를 깨닫기도 합니다. 우리가 배우고 익히고 훈련하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지어 가는데 귀하게 쓰여야 합니다.  
매달 둘째 화요일 저녁에 모여 박정숙권사님을 비롯한 여성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한 푸짐한 저녁과 정용진 장로님의 재미있고도 인생의 지혜와 자연의 관조가 담긴 귀한 강의가 제공되었습니다. 그러면 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아름다운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문장교실이 입소문이 나서 동서남북에서 이 문장교실을 사랑하며 열심히 참여하시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바라기는 샌디에고 지역에 문학에 관심을 갖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봅니다. 이제 정용진 장로님의 지도하에 회원들이 정성 들여 쓴 글을 모아 '문장의 향기' 제 2호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문장교실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샌디에고 문장교실의 사역을 통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들이 풍성하게 나타나기를 기원합니다.  (팔로마한인교회 당회장)
  


<축사>

'문장의 향기'가 멀리멀리 퍼져 나가기를‘
                         문인귀/시인.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정용진 선생님,

선생님께서 '샌디아고 문장교실'을 여신다고 하셨을 때 "벌써부터 하셨어야 할 일이었다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시작하시니 참 다행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던 일이 생각납니다.

선생님께서는 미주문단을 위해 미주한국문인협회의 큰 기둥으로써 30 여년을 한결 같이 애써 오신 문단의 존경 받는 원로이십니다.
또한 오렌지카운티의 '오렌지글사랑모임'의 창립멤버로 지역에 계시는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과 동포 분들의 문학 이해를 돕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데 공을 세우시고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먼 곳에까지 문학을 퍼뜨리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니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회원 문집 <문장의 향기> 제 2 집을 발간하신다니 그 향기를 맡게 될 많은 이들의 모습이 헤아려져 참 기쁩니다.

'샌디애고 문장교실'은 물론 <문장의 향기>가 그곳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까지 뿌려져 보다 보람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우리 동포들의 가슴이 환해지게 퍼져나가기를 기원 하며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창립5주년 기념 강론>

나의 글쓰기         지희선(수필가)

나는 시조와 수필을 주로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수필에 초점을 맞추어 나의 글쓰기 습관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
내게 있어 수필쓰기는 ‘숨은 그림 찾기’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사물을 눈여겨보노라면 어느새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이 동그마니 눈 뜨고 말을 걸어온다. 아름다움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 것도 수필을 쓰면서 배웠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오면서 볼 때가 있고 어제 못 본 꽃이 오늘 보일 때도 있다. 심지어 무생물조차 꿈틀대며 내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를 두고 어찌 생명이 없다 하랴. 어느 벗인들 그토록 솔직하며, 어느 님인들 그토록 다정할까. 적당히 자기 화장을 하고 만나는 친구보다 훨씬 마음에 평화를 주고 기쁨을 줄 때가 많다. 때로는 큰 스님 법문처럼 들려주니 그들과의 대화가 기껍기만 하다.  
마치 십년지기를 만난 듯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한 편의 수필이 된다. 무생물과 나누는 대화는 사색수필이 되고, 한 사람의 삶을 엿보고 쓴 글은 꽁트식 수필이 된다. 좀 길어지다 보면 소설식 수필이 되기도 한다. 수필을 쓰는 동안 내 마음은 태곳적 순수로 돌아간다. 맑되, 시험관에 든 증류수가 아니라 철분과 마그네슘이 듬뿍 든 우물물 같은 마음이 된다. 이런 마음으로 쓰는 수필은 누군가를 향한 나의 연서인지도 모른다. 사랑, 평화, 희망 때로는 눈물까지 동봉하며 띄우는 연서에 나는 ‘산고’라는 말 대신 ‘즐거운 고통’이란 반어를 쓰고 싶다. 굳이 작법이랄 것도 없지만,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나의 수필 쓰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  소재와의 감성적 만남(!)+사색+의미부여+작품 구상+퇴고+완성 >
여기서 감성적 만남이란 심상에 각인된 느낌표라고나 할까. 자연이나 사람이나 어떤 사물이 내 심상에 하나의 느낌표로 찍히면서 사랑의 대상이 되면 그때부터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에 빠져든다. 그 다음, 나의 이 주관적인 느낌이나 경험을 어떻게 인생의 한 단면과 연결하여 보편성을 띠게 할 것인가를 고심하게 된다. 내 개인의 감동적 체험이 누군가와 나눌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신변잡기’와 ‘문학 수필’의 언저리에서 서성일 때가 많다. 묘사와 꾸민 글의 애매모호한 경계선도 이래저래 괴롭힌다. 어쩌랴. 다 필력의 문제인 것을. 어느 정도 감이 잡히면 작품 구상에 들어간다. 주제를 받쳐줄 예는 충분하고 타당한가. 화자는 어느 거리쯤에 둘까. 구성에 있어 무슨 말로 첫 줄을 시작할까. 느낌부터 던질까, 아니면 시간대 별로 구성할까, 의식의 흐름에 따를까 등등. 효과적인 마무리와 여운을 남기기 위해 마침도 고려 대상이 된다. 대체로, 이야기 전개는 ‘항아리형’으로 하고 마침은 ‘수미쌍관법’을 씀으로써 처음과 끝을 하나로 연결해준다. 실마리가 안 풀릴 때는 무조건 써 내려가고 본다.
퇴고 부분에 가서는 그야말로 ‘등심주물럭’이다. 고치고 또 고쳐 ‘곤야꾸’가 될 때까지 간다. 그렇다고 완전한 작품이 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완전한 작품이라곤 없다고 본다. 다만, ‘원고 마감일’이 있을 뿐이다. 출판 기념회에 가서도 책을 받는 즉시, 또 고치고 있으니 이 불치의 병을 어찌하랴.
좋은 수필을 쓰기 위한 노력으로는 책을 많이 읽는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좀 편식을 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20여 년이 지나도 발전된 게 없다고 B 선생님으로부터 한마디 들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그 분의 일갈처럼 책 선택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가 되는 고전보다 재미있고 좋은 책이 매일 쏟아져 나오니 이 유혹을 어찌하랴. 지금도 책이야 ‘신체 장기’처럼 지니고 다닌다. 다만, 아끼는 책은 어떠한 유혹에도 ‘장기 기증’ 하지 않을 예정이다. 글이 안 나오는 요즈음에는 ‘문학 일기’를 짧게 써 보기도 한다.
이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옛날에 비해 나도 많이 게을러진 듯하다. 한때는 수필에 미쳐, 문공부에 등록된 수필 전문지란 전문지는 다 정기구독해서 보았다. 뿐인가. 김태길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 수필 통신 강좌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때 마침 <<계간 수필>>을 발간한 지 얼마 안 되어 본인은 힘들다고 하시면서 윤모촌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다. 선생님은 나와 친구들의 열성을 기특하게 보셨는지, 눈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우리가 보낸 글을 크게 확대하시어 붉은 줄로 일일이 고쳐 다시 미국으로 보내주신 선생님. 때로는 너무 붉은 줄을 많이 그어서 미안하다며 따로 친필 편지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이제 선생님은 가시고 붉은 언더라인이 수없이 쳐진 교정 원고만이 향수를 자아내고 있다. 그때의 열성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선생님께 송구스럽기만 하다.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다.  몇 시간을 끙끙거려 쓴 글도 원고료 없이 신문 공란이나 메꾸어주는 수필. 하지만, ‘정의 문학’인 수필은 아름다운 것. ‘여백의 예술’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오늘 밤은 어둠 속에서 기웃대고 있는 팜트리에 대해 써 볼거나. 처처에 흩어져 동그마니 눈 뜨고 있는 ‘숨은 그림들’을 위해 연서를 써야할까 보다.



































<초대 작가의 시>

해는, 해는      문인귀( 시인.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해가 오르네, 솟아오르네,
일년이면 삼백 하고도 예순 다섯 번
년이면 삼천육백 하고도 쉰 번이나
날이 가고 해(年) 바뀌면
그럴수록 그만큼 더해지는
헤아릴 수 없는 저 밝음으로
해는, 해는 솟아오르고 있네

힘들고 외로워 우는 가슴
넉넉한 기쁨으로 바꾸는 일을 위해,
바보스럽고 어리석은 짓에서 벗어나
현명하고 똑똑한 일 많이 하라고,
금방 터져버리는 거품 같은 거짓된 일에서
참된 신뢰를 이룰 수 있는 힘 되라고,
보고 들은 것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일에서
옳고 그름 제대로 판단해 알릴 수 있게,

남보다 잘났다고 뻐기는 일에서 돌앉아
겸손히 고개 숙이는 일이 되게,
없는 말 지어내어 애문 사람 죽이지 말고
잘 한다, 잘 한다, 칭찬하는 일 더 하라고,
숨어사는 어둠 속에서도
밝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쓰나미, 허리케인, 태풍에 휩쓸린 폐허위에
다시 새 순 돋아내는 힘을 가지라고,

가난한 사람 손에 건네지는 동전 하나에도
눈 부시는 빛 한 톨 발라주는 일 때문에,
복되지 않는 일을 향해 내딛는 발길 앞에
복 받는 길 펼쳐주기 위해서,

어쩌면 어머니 같은
어쩌면 아버지 같은
그 자애와 밝음으로
우리들 속마음 깊이까지 들어와
자기만큼 밝은 삶 되라고
해는, 해는, 솟아오르네,
너와 나를 위해
언제나 솟아오르고 있다네.






















<초대 작가의시>

간절(懇切)    鐘波 이기윤(시인)

간절한 가슴 속
빌고 빌고 기도하고 기도하는
하늘로 열 올리는 심정 불꽃~!

활활 타오르는
간절한 마음마음 환한 열꽃
응어리로 날려 보내는
믿고 믿는 희열들이지~!

피할 수 없는 정감 만남 철
봄 여름 가을 겨울 각별기온
정서행위 철따라 향기로
피는 잎과 꽃들 맺는 열매들~!

햇빛도 달빛도
내얼굴 내모습 쓰다듬고
내가슴 속 스며들어
쓰다듬고 흔들고
웃음도 웃기고 울음도 울리고~!

나는 가슴속 심은 씨앗
새싹 기르고 새꽃 피우고
새 열매 맺어
하늘 빛과 볕에 맛 양분 익히네~!


시심(詩心)    

계획 삶에 하루가 줄고
배앗긴 것 같은 서글픔
하루 더 앞당길 심려네~!
마음에 잡혀
이루기 원하는 창시(創詩)
수확(收穫) 안되는 안타까움~!
묵념에 빠지게 되니
시심이 가슴을 흔드네
꽃피고 열매 맺고파 하네~!


정신길(精神道)

지켜 가야할 길
넓힌 가슴 마음길
계속 걷게 할 사랑길

희망으로
겸손으로
용서 화해로
사랑으로
여는 새로운 길
사랑으로만 걷게
도움 기도 응답 기대

함께할 사랑피 흘린 주님
새긴 내 정신에
봉헌의 기쁨으로
향한 부활 사랑길 기도~!














































<초대 작가의 시>

신세계로    정정인 시인
        

이승과 저승 사이의 삶이란, 본래
손잡을 수 없는 꿈에 눈 걸고
한껏 허공에 몸 세워 보다가  
한 접는 무지개 같은 것 아니겠나

바람도 구름도 지상에 닿으면
이상 깨어져 비명을 지르거나
아파 울고 말지. 그러나

모멸이 가로누운 세상이라도
한 모퉁이엔 에덴이 있단다

반쯤은 배반이 살고
배반 속에서 동행이 영글다가
가만히 돌아온 음성에 언약이 열리는

그 땅에선 또 한 번 우리
바램의 실체를 헤집어 볼 수 있단다
사망이 빛에 삼킨 그런 땅이 있단다.


다시보기        

                    
무심결 또는 관심 안에서
자주 시야에 잡히는 야생목

불투명한 LA 계절 속에서
또 부스럼 같은 꽃 몇 송이로
힘겹게 봄을 이고 있다
경계 부실한 계절을 더듬으며

저 나무도
필사의 생존법을 터득 했겠지  
저 뿌리의 진통을 누가 보았나

어젯밤 폭우를 견디고
한 줌 햇살을 마시고 있는
하얀 가여움 앞에서

단지
내 시각 욕구에 불충한 이유로
무성했던 불만,
무지한 독선에 고개가 접힌다
                      

지금 별은 시험 중


세상이 피에로의 장식으로
창공의 색채를 지운 후
별은 지하에 집을 지었다

혼돈의 밤을 펼쳐 놓고
정답을 내야 하는 시간마다
하늘을 거꾸로 오르는 고행

빌딩에 시력을 찔리며
간신히 허공에 걸터앉으면

섬광 흐릴수록 슬픔은 깊고
빠르게 야위는 초침을 밀며
이내 창백한 새벽이 온다

성사의 기도처럼 어둡고
길 아득해 떠는 글썽한 빛

존재 하나 꿈꾸며
제 몸을 사르는 별에게
가난한 비상의 날개들은
이유 같은 것은 묻지 않았다






<초대 작가의 시>

붉은 와인 Melot     강학희 시인

밟히고 또 밟혀도
한잔의 붉은 즙이기 위해
몸 안의 모든 진액 뽑아
너만의 명품이기 위해
불망 소망 하나이기 위해
어둠 속으로 칩거한다

젖무덤 스치던 나파(Napa)의 미풍도
이슬의 속삭임도
먹구름 속 넉살까지도
모든 기억은 너의 꿈으로 환치된다.

삭이고 삭힌
알알이 붉은 핏빛 목마름
나는 그대 앞에 놓인
한잔의 사랑
순간의 입맞춤을 위한 운명이다.

* Napa: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와인 산지.


미역국을 끓이며

마른 미역 한 줌 물에 담근다
미역은 불어도 검은 물이 우러나지 않는다
미역은 검은 것일까?

씻은 미역을 끓인다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
비릿한 엄마의 젖 맛이 난다 미역은 검어도
보이지 않는 속살은 젖살처럼 뽀얄 것이다
끓이면 진국이 되는
미역 같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탯줄은 잘렸어도 나는 아직도
미완의 존재,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생각으로 태어나 평생토록 하는 일이란
생겨나는 눈의 물을 닦아내고
보이는 것 속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헤매는 일
더러 벅찬 일에 마음이 달아나도 속을 끓이는 건
미처 보지 못한 불투명한 무엇인가를
투명하게 보고 싶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역을 끓인다
미역은 검어도 흰 물이 우러난다.


밥통

밥은 먹었니?
늘 우리의 밥이신 엄마,

수저로 먹여주시고
수저를 쥐어주시고
수저를 넣어주시며
늘 먹이는 것이 삶이셨던 한 생,
밥 대신 죽도 못 넘기시는 병실에서도
밥은 먹었니?
밥덩이에 목을 매신다.

밥이 되기까지
물은 얼마나 잦아들어아 하는지
검댕이 밑바닥 보지 못하고
요즘이 밥 먹는 세상이유?
정말 푼수 없던 밥통이었다

제 속 숯덩이 되고서야
뜸이 들어가는지
아이들만 보면
밥은 먹었니?
꼭 엄마 같은 밥통이다

퍼주기만 하는
밥통, 사랑에 목을 맨다.


































<회원  작품들>


나의 자화상     강영숙



작은 키 때문에 항상 앞자리를 면치 못한 불만이 있었지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주신 자애로운 부모님과

순종하며 말 잘 듣는 제자를 좋아하시는 선생님들,

기쁨과 낭만을 안겨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귀한 선물은 작은 package로 온다지요?

얼굴의 미모가 좀 아쉽기도 하고

꾀꼬리 같은 음성이 부럽기도 하고

소심한 성격에 작은 일에도 가끔 괴로워했지만

주시지 않은 선물을 탐내기 보다는

주신 선물을 잘 갈고 닦아야 함을

진즉 깨달았기에

나의 삶은 감사와  만족으로 순탄하였읍니다.

그러나

한평생 잘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나의 둘도 없는 인생의 동반자였던 남편을 잃고서

짝 잃은 기러기처럼 슬픔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생명을 주신이도 하나님이시요

거두어 가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니

잃어버린 것에 너무나 집착 하지 말며.

과거의 떠나가 버린것을 아쉬워도 말고

세월이 약이라니

지금은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코스모스      강영숙


세상에는 예쁘고 향기로운 꽃이 많아
수많은 아름다운 꽃을 마주할 때면 사랑과 기쁨을 느끼며
조물주의 신비스런 능력에 감탄의 찬사를 보낸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며 사랑한다.
나에게도 좋아하는 꽃이 많지만
코스모스는 특별히 내 마음을
향수로 깊게 물 드리는 정겨운 꽃이다.

분홍, 빨강, 하양, 보라, 각가지 색색으로
연약한 허리를 바람에 나부끼며
산과 들 언덕길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코스모스

화려한 모양도 짙은 향기도 없지만
나의 어린 시절 아지랑이 자욱한
저 멀리 산등성에 가득이 피어
새로운 계절을 알리며
흔들흔들 흩날리는 그 아름다운 모습

코스모스는
나의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을 향수로 물들여
정든 친구처럼 오늘도 가까이 다가온다.

October 29, 2011




















‘넌’      금아

새벽빛이 좋아
교회의 종소리 따라 걸었던 ‘넌’

노래 소리 좋아
노래하는 곳마다 다녔던 ‘넌’

파도소리 좋아
모래 밟으며 수평선 넘어 건너던 ‘넌’

바람소리 좋아
숲속의 나무들, 새들, 꽃들과
이야기하던 ‘넌’

넌,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님’ 그리워라        박승준

心臟의 鼓動이 들일만큼
고요한 밤!
孤獨의 Veil 로 둘러쌓인
이 가슴을 웅켜잡고
幸福의 꿈을 꾸는 “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사랑”이란 성결한 두 글자를
서로 가슴깊이 彫刻하며
未來의 희망과 幸福을 期約한
우리 둘이 아닌가!
나는! 우리 둘 앞길에 닥쳐올지도 모르는
모-든 惡條件을
生命을 다하여
물리 칠가 하노라!
心臟의 鼓動이 들릴만큼
고요한 밤!
希望의 꿈을 꾸는 “님”의 모습을 그려본다.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22 Dec. 1955 (0시 45분)





                        







‘나’     박정숙

장독 가운데 탐스러운
장미꽃 한 송이 피었네.
평생을 열심히 살려고 하였건만
뒤돌아보니 남은 것은
나의 얼, 아들 셋뿐
한섬 한섬 발 돋음하며 올려다보고 걸었는데
세월만 보내고 나이만 먹었네.
인생살이 모두가 거기서 거기
아마도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닌가.

마음과 손을 움직이기 좋아해서
남도 돕고 즐기며 살고 싶다.
머리에는 백화 꽃이 만발하고
손은 두더지 손이 되고
앉았다 일어서면 동그라미 그려야하네.
늙은 것은 자연지사이고
옛 추억은 후회 없이
아름답게 마무리 짖고 싶네!

내 몸은 망가져도 마음만은 이팔청춘 같다.
이만하면 된 것 아닌가.











임이시여     박정숙  

우리의 만남은 하늘의 인연이고
미래를 향한 환상과 꿈도 많았네,
소중한 하루하루가
이다지도 빨리 가는가,

시골 꽃길을 손잡고 걸었던
아름다운 상념과 추억들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어느새 팔순(八旬)을 넘었네.

천천히  천천히 노치지 말고
영원히 영원히 떠나지마오.
나의 임이시여. 임이시여!



















봄비   서 용

봄비가 내린다.
창문에도 지붕에도
겨우내 뿌옇게 찌들은 형상
말끔히 씻어내려
맑고 밝은 모습으로 바꿔주려고

봄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땅 위에
방울방울 떨어지는 곳마다
제각기 미묘한 소리로
아름다운 심포니를 이루어
향기로운 봄을 노래하려고

봄비가 내린다.
메마른 땅 나뭇가지마다
황량하고 앙상한 모습
형형색색 화사한 새 옷으로
곱게곱게 단장시켜주려고

봄비가 내린다.
온 세상 사람들의 마음마다
삶의 고통 뼈아픈 상처
모두모두 씻어내려 위로와 번영으로
희망찬 새해 활짝 열어주려고

봄비가 내린다.
백두산 한라산에도
천지는 동서로
백록담은 남으로 흘러
오대양 육대주가 한류(韓流)로 넘치게 하려고

들꽃 향기  

너는 이름 모를 들꽃
넓은 들 동산 위에
여기 저기 흩어져
꽃향기 날리며
봄소식 알리네.

너 비록 화려함도
진한 향기도 없지만
작은 네 모습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
그리고 소박함이
봄바람에 실려
광활한 들판을 넘어
아름다운 심포니로
내 마음속에 들려오네.
지나는 길손
발걸음 멈추게 하네.  

나팔꽃

꼬끼오 소리에
아침잠을 깨어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니
상쾌한 초여름의 아침 공기
내 눈을 밝혀
뜰 건너편 담장을 바라보니
무성하게 늘어진 넝쿨 사이사이
아침 이슬에 흠뻑 젖은 나팔꽃
여기 저기 모여 나를 반기며
큰 소리로 나팔을 부네
내 귓전에 들리는 소리
그 인사는 분명
“굿 모닝‘ 이리라

골목길 따라
담장을 돌아가노라면
살짝 스치는 아침 바람에
해맑은 얼굴로 살짝 웃으며
“해브어 원더풀 데이‘ 하고 말해주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가던 길 뒤 돌아 서서
그래 너도 안녕 잘 있어 하고
작별을 고하며
발길을 재촉하여 멀리 살아져간다.

노을 진 하늘가에
기운 해를 등에 업고
나를 반겨줄 나팔꽃
머릿속에 그리면서
지친 발걸음 집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담장 가까이 가보니
아뿔사!
아침에 해맑게 웃든 그 얼굴 간데없고
기다림에 지쳤나
고개 숙인 채
잠들어 말이 없네,
그래 내일에도
또 새로운 나를 만나리라.

나의 고뇌(苦惱)    
                
내가 갓난 아기였을 때는
으앙 하는 우렁찬 소리로 세상을 호령하고
천진난만한 미소로 엄마의 시름을 잊게 했지만
내가 자라 어린이가 되었을 떄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갖고 싶어
손아귀로 욕심을 채우기도 했으며

청소년이 되었을 때는
조금 아는 이치를 내세워
오기로 내 의지를 세워 나가려 고집했고
장년이 되어서는
모든 것이 자신에 넘치는 기백으로
천하를 품을듯한 욕망이 가득 했었지

이제 숫한 세월이 흘러
지난날을 되돌아 보니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과
내 삶 속에 모든 이웃과 함께 한
희 노 애 락의 많은 사연들이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펼쳐져 있는데도
세속에 얼룩진 인생의 옷을
겹겹이 걸쳐 입어
너무나 무거웁구나

내 나이 벌써 고희를 넘어 팔순으로 치닫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추억의 그림자들이 아른거려
나로 하여금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게 하는구나,
이제는 모든 것을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흐르는 구름처럼 멀리 띄워 보내고
미련없이 훨훨 날아가고 싶어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마11:28)






자화상 (나의 고향)     신상철

내 나이 벌서 돌아가신
아버지 나이가 되었네.

자존심 줄다리기 하다
줄이 끊어져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

어릴적 월이월이 부르던
삽살개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철길다라 걷던 그 길도
디젤차 굉음소리에 묻혀 버렸네.

물장구치며 놀던 그 개울엔
송사리데 간 곳 없고
파란 이끼만 끼여 있네.

주산 경연대화 장원 급제도
손바닥 보다 작은 계산기에
밀려서 빛도 못보고

보리밭 고랑위에서 봄을 아쉬워하여
창공에서 울어대는 노고조리 소리에 취해
이산 저산 양지바른 산등성이에
묻혀 있은 옛 동무들
나에게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세월

어느덧 심산유곡으로 접어든 내 나이
내게도 뜨거운 시절이 있었던가,
생각이 나지 않아 이제는 중년도 아니고
황혼의 노년기에 접어든 내가
지나간 추억을 더듬어 무엇 하랴.
나의 슬픈 사랑       오수연

저 이슬 물방울 속에
아름다운 꽃이 있고
하늘과 구름 산과들
나와 그대의 모습이 있다.

아침햇빛 찬란함이 다이야 같고
우아함이 진주 같으며
루비의 아름다움 같다.

세상의 조화와
그대의 진실이 그 속에 있어
내 눈에 넣고 바라보며
간직하고자 했더니
눈물이 되어 내 발등을 적시네.

나의노래  

나는 된장의 곰팡이
콩나물의 풋콩
두부의 풋 방귀
멸치의 비린내가 되어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노래한다.

뚜껑 당신이 피식피식
들썩이며
춤을 춘다.

나      

너는 이것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아름다움과 진실과 사랑과 행복
모든 걸 바르게 보았다.

너는 이것을 아끼고 사랑하여
온 정성 다하고 호호불고 닦고
소중히 하였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낡고 싫증나고 보기 싫어
이것을 소홀히 하고
팽개치고 짓밟아 부수었지만
이것은 줄을 메고 너에 매달리며
그 옛날의 영광을 돌리고자 한다.
불어지고 깨지고
힘없고 쓸모없이 먼지 쌓인
방구석에 버려진 안경.


파도가  

바닷가에 밀려오는 파도가
모래밭에 써놓은 사연과
발자취를 깨끗이 씻어놓고
그것도 부족하여 씻고 또 씻는다.

수많은 군중들의 외침처럼
군사들의 함성처럼 소리치며 나무랜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지난날은 잊혀진다고
밀려오고 밀려가는 옛 생각들을
모래위에 그려놓고
추억으로 남기고자
애쓰는 나의 노력을
지우고 지우며 나무라며 속삭인다.

인생무상이라고
가노라 간다하고 오노라 온다하나
가고 오는 것은 너의 마음인데
내 마음 실고 간
너의 마음 돌아오지 않네.
들에 진 저 꽃들도 가버렸지만
내년 봄엔 다시 온단 기약이 있는데
내 마음 실고 간 너의 마음 돌아올까,
비가 온다.
눈발이 휘날리고 소복이 쌓여지는 겨울에
봄바람 불어 얼음 어는 이 밤에
사랑은 눈물이고 눈물은 빗방울인데
어이타 이토록 한없이 하염없이 내리는고.


















오늘의 기도     정선옥

주님!
오늘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미움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
남의 허물을 용서하고
저들의 장점만을 바라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주시옵소서.

시기와 질투, 고뇌와 갈등
상처 난  마음을 안고
이웃과 다투지 않게 하시고
내 안에 있는 번민과 싸워
자신을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을 주시옵소서.

반복되는 어두움과 절망이
삶의 굽이굽이를 따라 밀고 들어 올 때
주님의 말씀으로 승리하게 하시고
용서와 사랑으로
기쁨이 충만하게 하옵소서.

매일, 매 순간마다
감사와 찬송이 입술에서 떠나지 않고
평온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제 가난한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고
주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리게 하옵소서.
































감 밭에서     정선옥


봄에는 연두색 잎에
초록 꽃을 달고
여름에는
온통 푸른 잎으로
삶을 풍성하게 엮더니
이 가을에는
황금빛 감 알을
구슬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봄. 여름. 가을. 내내
고운 잎과 열매를 키우고
겸손히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아름다운 모성애.

서리 맞아
감이 다 없어진 늦가을
마지막 남은 잎들을 떨구며,
인내의 찬 겨울을 기다리는
벗은 감나무들이
어머님의 모습처럼 애처롭다.











자화상     황길리

목동의 꿈
창공을 날아

낯선 나라에 와서
피난민으로
42년을 살았습니다.

앎에 주리고, 겁 없던 시절
물살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 유영을 하고
하늘 높이 연도 날렸습니다.

어깨에 멍에 메고
쟁기를 끄는
황소의 땀방울
내 눈물 되어
흘러내리더이다.

은퇴 후
쉬다가 놀고, 놀다가 쉬느라
어느 날은 과로로 눕습니다.

사는 동안
섭리에 순응하며
자유로이 삶을 만나렵니다.


귀향      


두손 젓고
"부디 돌아오라" 시던 어머니
"기죽지 말고 외국 살라" 시던 아버지

석자 흙 아래
깊이 잠들어
다시 뵐수 없으나

그손짓, 그말씀
내 안에 살아있네.

"머나 먼 나라로 떠나 가는 너
내 살아서 어이 다시 보랴"
체념 한듯
눈 내리 감고
담배통에 불 붙이시던 할머니
흰 머리 묶은 은 비녀
내 눈 속에 남아 있네.

사십년 지나 찾아 간 고향,
나 떠나던 날
서러워 울던 이들
한 사람도 없네.



바람      


누가 아는가
바람 가는 곳을

바다 넘어
산과 들 스쳐 오면
산들바람 되고

태평양 풍랑
사납게 헤쳐오면
태풍이 되지

소나무 그늘 사이
솔 솔 불어와
시원한 바람

나홀로 하늘 보며
산 길 걸으면
날개도 형상도 없이
내게 다가와

마음의 창문을
닦으라 하네
아무리 닦아도
지나치지 않는 것을

큰 숨 깊은 가슴
가득한 생기
나는 네 안에
너도 내 안에
하나가 되지

오 시원한 바람
눈을 감고
너를 본다

이대로 오래 오래
벗 이고 싶은데
너는 늘 내 곁을 떠나
산 넘어 어디로 가느냐.



등산화      
                
        

산을 오르려고, 새 하이킹 부츠를 조심스럽게 신고 끈을 조여

맨다 새 신은 멀리 사는 딸이 지난 추수 감사절에 왔을때 내게 사준

선물이다.

딸은 딸이다. 하나 있는 딸이, 늘 아빠를 생각하고 마음을  써준다. 삼년

반전에, 기후 좋은 '쌘 디아고 카운티'로 이사 온 후 앞산인지 뒷산인지

모르고  집 가까운 곳에 산이 하나 있어 무턱대고 걸어올라 다닐 때에는

가끔 방울뱀을 만나면서도 평지에서와 같이  보통 운동화를 신고 걸었다.

그 무렵 딸이 새로 이사 해온 친정집 구경을 할겸 인사차 처음 방문한

다음날 나는 딸 식구들과 함께 산행을 했다. 하산 길에 몇 차례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몸에 상채기를 낸 딸이 집에 도착 한 후에 나에게 어디론가

같이 가자고 권했다.

운동 기구 전문 소매점이다. 내가 최후로 골라 든 등산화는, 내가 살아온

방식대로 여럿 중 가장 가격이 낮은 견본으로 정했다. 일 년 후에 딸이

가족과 함께 다시 방문 했을 때 우리는 그 상점에 또 가야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신 바닥이 닳고 물이 스며들어 새 등산화를 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등산화를 신고, 산길 비슷하게 만들어 놓은, 인조 바위 길을 거듭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 해보라더니  가장 맘에 드는 쌤풀을 고르란다.

단하나 "가격표를 보지 말고 오직 뱀...등에 안전하고, 발이 편안한 하이킹

부츠로."

그날 이후  2년이 흘렀고 이번에도 똑 같은 과정을 마치고, 꼭 같은 제품을

다시 사줘서, 딸이 고맙고 기특하여, 귀한 선물을 아껴 두고, 어떤 특별한

날이 오면, 그날을 기념해서 새 신을 신기 시작 하려고 일단 선반 위에 아껴

놓았었다.

내 몸도 오랜 세월 살아오는 동안, 낡고 닳아진 신발 모양, 여러 장기가

어긋나기 시작 했나 보다.  지난 석 달 동안 소화 불량으로 고생했다.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니 음식 먹기를 기피 하게 되고, 그러자니 체중이

내리고 힘이 빠졌다.  의사와 상의하여 혈액검사, 캣스캔, 위 내시경 등을

하였고, 증상 치료를  받으면서 오래 기다리던 최종 진단 결과가 오늘

나왔다. 암이 아니란다.

나이도 있고, 만성화 되고 재발하는 증상과 체중 감소 등, 여러 징후가

염려 되었는데 양성(Benign)으로 판정이 나와 만 번 다행이다.

드디어 오래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새로운 날에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가슴에 안고 새 출발을 하려고, 새 하이킹 부츠를 꺼내어 두발에 끼어 넣고,

대지위에 바르게 서서 몸의 중심을 잡아 본다. 첫발을 내 디디며 전화를

한다.

딸에게 얼른 이 좋은 진단 소식을 알려 기쁨을 함께 나누고, 새로 신은

등산화  내 발에 꼭 맞는다는 말도 해주고 싶어서다.

"아랑아, 아빠다".  “내 의사가 전화하기를 모두 양성이고 잘 낫고 있는 중

이란다. 염려 마라. 새 하이킹 부츠 방금 신었다. 아주 편해 좋다. 산에

간다. 오늘이 777번째다."

하늘은 푸르고 순한 바람이 얼굴에 스치운다.





(제2부-문학작품 감상)

정용진의 시(鄭用眞 詩) 깊이 읽기
                                      秀 峯  鄭 用 眞 시인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꾼이다. 시란 생동하는 시어(詩語)로 탄생되는 문학의 장르이기 때문에 시인은 항상  1)시대의 흐름에 따라 뒷전으로 밀려나 휴면하는 언어들을 되찾고  2)새로운 시어를 발굴하여 창작에 활용하야야 하며 3) 기왕에 타인이 발굴 및 창조하여 사용한 언어는 다시 사용하면 표절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음으로 항상 주의하여야한다.

시   인
              
시인은
언어의 밭을 가는
쟁기 꾼 이다.

나는
오늘도

거친 언어의 밭을
갈기 위하여

손에 쟁기를 쥐고
광야로 나간다.       -정용진, <시인> 전문.

시란 육신으로 바라다본 사물의 세계를 영혼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다. 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의 사상과 감정을 주관적으로 읊는 서정성(抒情性)이 가장 중요하고 여기에 올린 나의 시의 대부분이 서정시로 되어 있다.
시인의 사명은 시들고 병든 인간 사회의 언어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참신성을 공급하여 사회가 아름답고 명랑하고 건강하도록 인도해야하는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
나의 시(詩)
        
나의 시는
한밤중
야래향(夜來香)이 번지는
뒤뜰을 거닐다가

문득 마주친
연인의 가슴 속에서
건져낸 아픔이다.

빈들에
눈발이 덮이듯
낙엽이 쌓이는
늦가을
돌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다.

나의 시는
한겨울
동면의 시간을
인내로 살다가
언 땅을 가르고 솟는
생명의 열기.

이제
가난한 마음속에
영혼의 깃발로
나부끼는 감격이다.

푸른
심원(深遠에서
끝없이 출렁이는
물결소리다.    -정용진, <나의 시> 전문.

시인이나 문인은 퇴고(推敲)의 달인이 되어야한다. 자신의 창작품을 여과(濾過) 없이 세상에 발표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작품이 내 품을 떠나 세상에 나가면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公有)의 문학적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다작(多作)은 수작(秀作)만 못하고 수작은 심작(心作. 深作)만 못하다. 시간이 걸려도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문체를 구사하고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은유(隱喩)의 필법을 터득하여야 한다.
시인이 어떤 소재를 발굴하면 자신의 내면속 깊은 용광로에 넣고 오랫동안 풀무질을 계속하여 용해시킨 후 정금을 얻기 위하여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라고하는 존재가
하잘것없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늘
자신을 만날 때마다
괴로워하고 있다.

낮에는
세사(世事)에 쫓겨
잊고 살지만
밤이 되면
잃은 나를 찾아
꿈길을 나서는
슬픈 길손이 된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모여서
못난 자신들을
알아내기를 바라듯
내가 누구인지
그 진실을 찾기 위하여
밤마다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창이 밝아오는
새벽을 두려워하며

나라고하는 존재가
하나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저들같이
때 묻은 거리를 떠돌며
큰소리로 외쳐대기보다는

쪼들려 못난 나를
사랑하는 버릇에
곧 익숙해지고 만다.

오늘도 나는
삶의 현장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나서는
또 하나의 슬픈 길손이 된다.   -정용진, <나> 전문.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主題)의 설정과 소재(素材)의 선택이다. 목수가 집을 지을 때 어떤 설계도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어떤 형태의 집을, 지을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 목조. 석조. 콘크리트. 건물이 탄생되고 고층이나 단독주택이 지어지는 것과 같다. 필법에 있어서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가 가장 중요한 것과 같다.

연(鳶)

바람 부는 날
나는
너를 향해
연(鳶을 띄운다.

내 연연(戀戀)한
마음을 띄운다.

티 없이 연연(涓涓)한
그리움이
창을 두드리면

너는
문을 열고 나와
창공에
휘날리는 깃발을 보아라.

오늘도 나는
연연(連延)한
사랑의 실타래를 풀어
절절한 사연을
하늘 높이 띄운다.

* 연연(戀戀)... 잊혀지지 않는 안타까운 그리움.
* 연연(涓涓)...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모양.
* 연연(連延)... 죽 이어져 길게 벋음   -정용진, <연> 전문.
* The Best Poems & Poets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5)

사 랑
      
그대는 누구 이길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속마음에 가득 차오르고

문을 닫아 걸어도
가슴을 두드리는가.

내가 찾지 못하여
서성이고 있을 때
그대 마음도 그러하려니

차가운 돌이 되어
억년 세월을 버티지 말고
차라리
투명한 시내가 되어
내 앞을
소리쳐 지나가게나,

골목을 지나는 바람처럼
바람에 씻기는 별빛같이

그대는 누구 이길래,
이 밤도
텅 비인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가.          -정용진, <사랑> 전문.
                        *Editor's Award. by The International Library Of Poetry(03)
                        *권길상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됨
LOVE

I wonder who you are,
you who fill up the depth of my mind
while I keep sitting alone in silence.

You knock on my heart
even when I lock it tight.

You might be doing the same
when I roam about
looking all around for you.

Instead of a cold rock
standing upright beyond time,
may you rather become
a clear river
passing in front of me
with a splashing sound.

Like the breeze moving along an alley
as the starlight shining in the wind,
you charge my
whole empty soul tonight.
Wondrous you are.
  
  
  
  정용진의 <사랑> 원문. 영역 DR. Won Ko
* By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oetry
    Editor’s Choice Award.(2003)

봄 달

날이 저물기를 기다려
달이
꽃에게 다가가서
너는
나의 입술이다 속삭이니

꽃이
달에게
너는 나의 눈썹이다
고백한다.

둘이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여니
향이 흐르고
미소가 넘쳐
봄밤이 짧더라.   -정용진, <봄 달> 전문.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1)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전13장 <사랑 장>“

그리움은 사랑의 핵심 원료다.  그리움은 사랑을 잉태하고 사랑은 행복을 낳는다. 사랑은 함께 있어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요,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심정이요. 하나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인내가 필요하고 희생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장이 인류의 소중한 거울이요, 보배가 되는 것이다.  
사랑은 만인의 원이요. 시인은 만인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메신저다. 그러므로 시는 삭막한 세상을 부드럽게 변화시켜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시인은 자신의 분신인 작품을 통하여 삶의 생각들과 사랑을 고백. 다짐. 약속하기도 한다.

아 내

아내는
꿈으로 깊어 가는
호수(湖水)

고요한 바람에도
가슴 설레 이고
임을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출렁이는 물결.

서러웠던
삶의 언덕에서
애처롭게 맺힌
눈물  방울도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에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봄 눈.

오늘도
인생의 기인 강가에 서서
그대를 부르면
노을빛으로 타오르는
사랑의 불빛

그대 가슴은.   -정용진, <아내> 전문.

징검다리
      
동구 밖을 흐르는
실개천에
뒷산에서 굴러온
바위들을
듬성듬성 놓아 만든
징검다리.

내가 서서
기다리는 동안
네가 건너오고
네가 서서 기다리면
내가 건너가던
징검다리.

어쩌다
중간에서
함께 만나면
너를 등에 업고
빙그르르 돌아
너는 이쪽
나는 저쪽

아직도  
내 등에 따사로운
너의 체온.          -정용진, <징검다리>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가로등

어두움이
싸락눈처럼
거리에 덮여오면
연인의 눈빛 같은
가로등들 들이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팔짱을 끼고 걷는
조용한 발소리
그 속삭임이
달빛 같이 고요하다.

만나면 만날수록
샘솟는 그리움
늘어선 가로등을 따라
연인들이
정겹게 걸어가고 있다.

그들의
가슴이 따스한
이 저녁.         -정용진, <가로등> 전문.


가을 아침에

그리워하는 마음
한그루의 파초가 되어
내 가슴에
자라게 하옵소서.

조그마한
생명의 빈 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형상을 담아주시고
번뇌 없는 마음에
평정을 주옵소서.

외로운 영혼
청자 빛 하늘에
인생을 노 젓게 하옵소서.

그날이 오면
희열에 넘치는
행복의 술잔을
당신 앞에 바치오리다.

찬란한 가을아침에
사랑의 노래를
들려 주옵소서.   -정용진, <가을아침에> 전문.

가을연가
                        
나는
이 가을
타오르는 단풍처럼
붉게 죽겠다.

사랑스러운
너의 뜨거운
눈물을 위하여.   -정용진, <가을연가> 전문.

산머루
          
꽃사슴도
입 맞추는
숲길 사이로
조각하늘이 열리면

그리움 못 견뎌
고목 등걸을 휘감던
산머루가 익는다.

바람이
세월로 흐르고
세월이
바람으로 흐르는
외진 산록.

길 찾는
너의 옷 빛도
주홍으로 물들고

머루 향에 취한
이 저녁
산 노을이 붉다.     -정용진, <산머루> 전문.
                    *박환철 작곡가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산울림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내려와
너를 찾으니
초생 달로
못 속에 잠겨 있는
앳된 얼굴.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한다.

산에 올라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계곡을 흐르는
산들바람에
피어나는
꽃송이 송이들의
짙은 향기

다시 그리워
너를 부르니
산에서 살자 한다.    -정용진, <산울림> 전문.
                     *권길상. 박환철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산 행(山行)

낙엽이 지는 소린가 싶어
계곡을 찾아드니
외진 숲속에서
꽃이 피고 있었다.

빈손으로
찾아간 나에게
그는
향기를 전해 주고
웃음은 덤으로 준다.

나도 그대에게
무엇인가 주고 싶어
찾았으나 빈손뿐

겸연쩍게 돌아서는데
지나던 바람이
향을 싣고 따라와
옷깃에 뿌려 준다.

그대가 오는 소린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꽃이 지고 있었다.    -정용진, <산행> 전문.    
*지성심 작곡가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나목(裸木)

그리워 애탄가슴
님 찾아 떠돌다가
길 잃어 잎 떨구고
너 홀로 선 자리에
차가운 서릿바람
돌아와 서성이네
구르는 낙엽소리
가을이 깊었는가.

낯익은 동산 떠나
그대를 찾았노라
부르는 그 음성이
티 없이 메아리져
아련한 추억들이
들길에 번지는데
그대의 발자국에
가을이 쌓여있네.    

   -정용진, <나목> 전문.  *권길상 선생에 의하여 가곡으로 작곡되었음.

시인이란 죽은 문자에 생기(魂)을 불러 넣어 산 언어로 소생시키는 언어의 마술사다. 과거에 아름답게 사용되어 사랑을 받던 언어들이 세월의 흐름으로 밀려나 사장(死藏)되고 잊혀져있는 언어들을 재 발굴하여 빛을 보게 하고, 생동하는 새 언어를 빚어내어 대화에 활력소로 제공하려 노력하다 보면 때로는 꿈속에서도 시상이 떠오르는 수가 종종 있다. 이는 오매불망(寤寐不忘) 가운데 얻는 소중한 시상(詩想)이라 더욱 값지다.

백두산(白頭山)
                  
흰 모시적삼
가려입고
억년세월
물동이를 이고서서
압록강, 두만강 두 젖줄로
삼천리금수강산을 적셔주는
임은    
우리들의 자애로운 어머니
백두산.

천지(天池)는
정화수(井華水)로 넘치는
이 나라의 큰  맘이요
하늘 향해 솟은
늘 푸른 소나무들은
이민족의 기상일레,

보라
어느 누가
이 나라 이 백성을
넘보랴, 범하랴

여기는
영원무궁토록
우리의 후손들이
민족혼을 씨 뿌리고
열매 맺을 텃밭이라

우리 모두는
조상들이 물려준
이 아름다운 땅에서
경천애인, 홍익인간의
거룩한 뜻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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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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