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도

2017.07.24 21:37

정용진 조회 수:18

사제의 도

                               정용진 시인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개인주의가 극성을 부리며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질서가 무너져 도덕적 낡은 관념으로 밀려나고 있다. 심히 애달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임금과 신하간의(君爲臣綱)과 자식과 아들 사이에 (父爲子綱)과 지아비와 지어미 사이의(夫爲婦綱)의 삼강(三綱)의 도가 무너지고, 어버이와 자식 간의 친교(父子有親) 임금과 신하간의(君臣有義) 부부사이의 부부유별(夫婦有別) 어른과 아이들의 차례(長幼有序) 벗과 벗 간의 믿음(朋友有信)의 오륜(五倫)의 질서가 퇴색하여 고색창연한 설화로 밀려나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는 고대의 아름다운 덕목에 으뜸이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을 무시하고 옛것을 무조건 숭상하는 상고주의(上古主義)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고 현실과 과거를 섭렵하며 취사선택을 분명히 하자는 뜻이다.

공자 당시에도 사회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였으면 삼강오륜의 덕목으로 인간들을 교육하려 하였고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가르쳤겠는가?

근래에는 초등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 변모한 것인지 사회가 타락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인생의 삶 속에서 국민들은 현명한 군주를 만나야 평안하고, 제자들은 덕망이 있는 스승을 만나야 인격을 수련할 수 있고, 자녀들은 훌륭한 부모를 두어야 행복하고, 우정은 건실한 친구를 만나야 아름다운 젊음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지금은 작고 하셨지만 내 인생에서 이당(怡堂) 안병욱(安秉煜) 선생임을 만난 것을 진정한 행복으로 생각한다. 내가 농업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미주에 와서 정착할 때 온타리오에서 초옥삼간을 마련하고 아내와 농사를 지을 때 선생님 내외분을 모시게 되었는데 후일 농장에서 보낸 그 밤이 행복했노라고 저서에 쓰셔서 너무나 송구스러웠다. 그 후 선생님의 권유로 나는 존경하는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창설하신 흥사단 단우가 되었고. 흥사는 흥단을 흥단은 흥국을 위하는 고귀한 길임을 터득 하였다

선생님께서 내 집에 오셨을 때 장자(壯者)의 청무성(聽無聲)과 이 충무공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고요하고 무겁기가 산과 같다(靜重如山)을 선물로 받아 가보로 보관하고 있다. 이 말씀은 제자인 나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에게 주시는 말씀인 것이다. 또 선생님께서는 해마다 연초면 걷는 자만이 앞으로 갈수 있다.’ 스스로 강해지기를 쉬지 말라.(自强不息)과 나날이 새로워지라고 일일신(一日新)을 자필로 써 보내 주셨다. 그리고 마음을 맑게 씻고 혼을 정결하게 하라.’(洗心精魂)도 써 주셨다. 또 내 인생 삶의 목표인 청경우독(晴耕雨讀)을 선물로 받아 내 서재에 걸어놓고 주야로 묵상하고 있다. 미국에 와서 장미를 재배하고 농장을 경영하다보니 이는 내 삶의 표어가 된 것이다.

날이 맑으면 들에 나가 아내와 작물을 기르고 날이 궂으면 서재에 들어 고전을 읽고 글을 쓰면서 보낸 세월이 보배롭고 그간 발간한 시집과 에세이집이 10여권이 되었다.

인간의 삶 속에서 아름다운 만남은 고귀한 것이다. 식물은 재배에 의하여 자라고 인간은 교육에 의하여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순자권학(勸學)'편에 나오는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은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라는 뜻으로 스승보다 그 제자가 더 훌륭해지기를 바라는 스승의 참마음을 의미하는 깊은 뜻이다.

인생의 삶 속에서 부모는 내가 스스로 택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나 어떤 스승을 만났느냐, 어떤 배우자를 만났느냐는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는 초석이 된다. 스승을 통하여서는 지혜를 얻고 배우자를 통해서는 사랑을 나누고 후손을 얻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만남은 그 삶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늠자가 된다는 것이다.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 사람은 평생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일생을 불행하게 살고 소중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갈 길을 바로 알지 못하여 방황하고 좋은 벗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항상 외롭게 지내게 된다.

한문에 빈천지교 불가 망(貧賤之交不可忘), 조강지처 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란 말이 있다. 가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조강지처를 버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이다. 인륜의 기본 질서를 제시한 금과옥조(金科玉條)의 명언이다.

툭하면 가정을 파괴하고 집을 나서는 무책임한 사회가 자손들을 거리로 내몰고 불행한 사회를 만든다. 애기애타(愛己愛他)하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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